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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1.01.30 18:05:46 | 수정시간 : 2001.01.30 18:05:46
  • [연예考試] 가수지망생 공개오디션 현장

    "연예인만 될 수 있다면 뭐든 좋다"



    설 연휴를 앞둔 1월21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의 한 온라인 벤처기업인 오디션쩜컴(www.odition.com)의 사무실 안은 예비 가수 지망생과 그들을 격려하러온 학부형, 친구, 연인들로 술렁거렸다.

    아직 소녀티가 나는 앳띤 여중생에서, 귀고리에 힙합 의상을 입은 20대 청년, 기성가수 뺨치는 세련된 의상의 여대생, 그리고 무직자에 이르기까지 응시자들의 면면은 천차만별이었다.

    모두 잔뜩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고, 일부는 흥분돼 빨갛게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 오디션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오디션은 회사내 작은 스튜디오에는 열렸다.

    톱스타들의 음반 제작에 참여했던 현역 작곡가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섰고, 응시자들은 순서대로 자신이 준비한 곡을 불렀다. 오디션이 시작되면서 평범하게만 보였던 일부 중고생들은 의외로 대담하게 테스트에 응했다.

    몇몇 응시자들은 긴장 탓에 박자를 놓치거나, 고음처리에서 음정이 불안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나름대로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현란한 춤을 곁들인 '열정파', 수화를 곁들여 노래하는 '학구파', 율동과 성실함으로 승부하려는 '애교파', 노래는 잘하는데 외모가 열세인 '소신파', 스스로의 노래에 빠져드는 '자아도취파' 등 다양했다. 하지만 모두들 테스트에 응시하는 자세는 매우 진지했다.




    참가자 70%가 10대 여학생



    이날 테스트는 국내에서 처음 온라인 기업들이 주축이 돼 벌인 공개 오디션이었다.

    기존의 오프라인 오디션과 달리 온라인 오디션 전문 벤처기업인 오디션쩜컴의 MP3 파일로 1차 온라인 선발을 한 뒤 3차에 걸친 오프라인 오디션을 통해 가수 한명을 뽑는 작업이었다.

    가수 지망생에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가수 데뷔의 길을 열어줌으로써 그간 선발 캐스팅을 둘러싸고 생기는 각가지 구설수와 잡음을 해결하겠다는 취미로 마련된 행사다.

    여기서 뽑힌 가수는 야후 코리아, 오디션쩜컴, 엔조이노트 등의 후원사들이 작곡에서 음반 제작ㆍ발표, 동영상 제작, 홍보ㆍ매니지먼트까지 모두 맡아준다. 실력은 있지만 마땅한 데뷔 루트가 없는 지망생에겐 좋은 기회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참가한 후보자의 상당수가 전문적인 가수 교육을 받지 못한 아마추어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후보자의 실력도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오디션에 참가한 사람 중 70% 가량은 10대 여학생이었고 나머지는 20대 초반의 여성과 10대 남자였다.

    참가자 중 최연소로 맑은 미성이 돋보였던 박성희양(14ㆍ인천계산여중2년)은 "평소 가수가 꿈이었지만 나이가 어려 공개 오디션 같은 데는 엄두로 못냈는데 우연히 인터넷으로 1차 오디션을 한다는 광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며 "집에서 하루 한두시간씩 춤과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온 박양의 어머니 김옥금(40)씨는 "부모 입장에서 아직 '뭐가 되라'하고 권할 수는 없어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며 "본인이 원하고 소질만 확인된다면 적극 밀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응시자 중에는 이 분야에 상당한 경험을 가지 베테랑도 있었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정성욱(17)군은 이미 부산의 모 극단에서 연기수업을 받고 있는 예비 탤런트 지망생이다.

    정군은 중학교 시절부터 연예인을 동경해 고1 때 한국방송연극영화예술원 1년 과정을 수료했으며 탤런트 공개 테스트에서 수차례 나간 경력을 가지고 있다. 부산방송(PSB) 탤런트 시험에서는 2차에서 낙방했다.

    본래 연기자가 지망이었으나 지난달 해운대 거리축제에서 노래를 불러 입상하면서 자신감을 얻어 이번에 가수 오디션에 처음 지원하게 됐다. 정군은 "탤런트든, 가수든 연예인만 될 수 있다면 어느 것이든 좋다"고 말했다.




    새얼굴 발굴, 자질 확인 계기



    이은미의 '기억속으로'를 열창해 주목받았던 이세진(22ㆍ여)씨는 수차례 광고 CM을 찍은 바 있는 베테랑이다.

    전문대 재학시절부터 벌써 4년여간 가수의 꿈을 키워온 이씨는 오디션만도 벌써 서너 차례 본 경험이 있다.

    이씨는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많아 이 분야의 경쟁은 마치 고시를 보는 것처럼 치열하다"며 "더구나 가수나 탤런트의 경우 공개 오디션을 하는 곳은 별로 없는데다 많은 사람이 인맥이나 연줄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고3 수험생이 된다는 윤신웅(17)군도 "가수가 되려면 춤 실력이 필수여서 경기도 시흥에서 매주 서울까지 와 동아리에서 춤을 배우고 있지만 꿈이 이뤄질지는 모르겠다"며 "주변의 많은 친구와 선후배들이 연예인이 되고 싶어 오디션에 참가하지만 실력이 있는 친구보다는 '빽'이 있는 친구가 먼저 기회를 잡는 경우가 더 많다. 4~5월까지 해보고 안되면 당분간 중단하고 대학 진학 공부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작곡가 유정연씨는 "공개 오디션장에 가면 여러차례 중복해서 나오는 단골 지망생을 자주 접하게 될 정도로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청소년이 많은 것에 놀란다. 일부는 자질이 떨어지는데도 몇년씩 이 분야를 떠나지 못하는 방황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까지 하다"며 "공개 오디션은 새 얼굴의 발굴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연예인 지망생이 자신의 위치를 판단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역시 심사를 맡았던 작곡가 신동우씨는 "일부 음반 기획자들은 자신의 기획 의도에 따라 말도 안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며 "작곡가 입장에서 볼 때 공개 오디션은 실력 있는 예비 스타를 찾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디션쩜컴의 정영근 대표는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선호 직종 1위가 바로 가수라는 사실에 착안해 인터넷 오디션 전문 벤처기업을 설립했다"며 "앞으로 이같은 추세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 사업 전망은 매우 밝다"고 전망했다.

    이날 선발에서 탈락한 응시자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부는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우리 젊은이들의 '연예인 동경' 현상은 분명 단순히 한 순간의 열병 이상인 것만은 분명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1/01/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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