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경제전망대] 금융시장, 무늬만 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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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1.01.30 18:21:14 | 수정시간 : 2001.01.30 18:21:14
  • [경제전망대] 금융시장, 무늬만 호전

    증권가에선 "민심(民心)은 주심(株心)에 있다"고 강조한다. 정권이 국민의 지지도를 끌어올리려면 여의도 증권가에 물어보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진념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이 국민의 정부 출범 후 최악의 지지도로 고심하는 청와대의 수심을 덜어주기 위해 설 직전 경기부양, 증시부양, 자금시장 대책을 부랴부랴 풀어놓은 것은 이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얼어붙어있던 금융시장은 올들어 외형상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날개도 없이 추락했던 증시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부실기업의 회사채 발행 및 어음할인이 재개되고 있다. 은행 예금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5%대의 저금리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낮은 금리에 실망한 은행 예금이 증시로 환류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대출파이프를 막았던 은행들은 최근 저금리로 역마진 위기에 직면하자 대출을 재개하고 있다. 동맥경화에 걸려있던 금융시장에 '피'가 조금씩 돌기 시작한 것이다.




    펀더멘털 개선 없는 증시부양



    얼어붙은 경기로 언론과 정치권의 뭇매를 맞아온 정책당국자들은 외형상의 금융시장 안정에 대해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며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다.

    반면 학계에선 현재의 양상은 정부가 구조조정을 희생한 채 무리한 경기부양과 수십조원의 2차 공적자금을 추가투입한 데 따른 '반짝 효과'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정부의 실물경제 회복론은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별달리 개선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칫 정부의 장밋빛 낙관론은 정책의 착시현상에 빠져 오히려 개혁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이럴 경우 경제의 환부는 깊어지고, 대외신인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증시회복도 낮은 금리에 실망한 은행 예금과 시장 뭉칫돈이 증시에 일시적으로 유입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보수적 시각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좋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한국 경제의 최대 걸림돌 대우차 매각은 유일한 원매자인 GM이 세계적인 자동차경기 침체에 따른 공장폐쇄 및 대량 감원 등으로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그룹 사태도 여전히 시한폭탄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전자와 현대건설은 정부가 깔아놓은 '임시도로'(회사채 신속인수제도)로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현대투신의 외자유치도 정부와 AIG측의 줄다리기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가 자금시장의 막힌 도로를 뚫기위해 임시로 포장한 도로도 일부 채권은행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에 반기를 든 첫번째 주자는 하나은행. 정부지분이 없어 그동안 정부의 관치성 지시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하나은행은 지난주 현대건설 기업어음(CP)을 돌려 불씨가 되고 있다.

    정부가 무리하게 경기부양과 금융시장 안정에 목매는 것은 2월25일로 예정된 김대중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아 만신창이가 된 경제를 추스려 나름대로 경제성적표를 받아야 한다는 조급증과 연관돼 있다.

    이같은 정치논리로 인해 정책운용이 당분간 고통을 수반하는 구조조정보다 선심성 경기부양으로 흐르고 부실기업도 산소마스크로 연명, 부실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증시는 이번 주 단기조정을 위한 숨고르기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설연휴 직후인 지난 주말 외국인의 삼성전자 등 블루칩에 대한 대량매도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계기로 외국인의 '바이코리아'(한국주식 사기)'가 둔화하고 있다.




    현대 금강산사업 좌초위기



    금융계와 증권가 최대 관심은 1월30일로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쏠리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이날 회의에서 세계 증시에 '선물'(금리 0.5% 포인트 인하)을 줄 경우 국내증시는 또 한차례 상승랠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0.25% 포인트만 인하할 경우 실망매물이 쏟아져 상당기간 조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3년만에 부활한 경제부총리에 진념 재경부장관이 임명됐다. 진 부총리 경제팀의 유임으로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경제팀의 종합조정기능이 강화되고, 경제정책의 일관성도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대의 금강산 사업은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돈줄이 막힌 현대측이 대북 송금액을 이달부터 당초 절반인 600만 달러만 보내겠다고 북측에 통보했다. 북측의 반응에 따라 금강산 뱃길이 끊어질 수 있다.

    통일정서에 도박을 건 주먹구구식 대북사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 경제 운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1월 수출입 통계가 2월1일 발표되지만 199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의춘 경제부 차장 eclee@hk.co.kr

    입력시간 2001/01/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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