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박근혜, "대권, 내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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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1.01.30 18:27:12 | 수정시간 : 2001.01.30 18:27:12
  • 박근혜, "대권, 내게 물어봐"

    차기구도 최대변수로 부상, 현실적 효용가치는 미지수



    신년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메가톤급 태풍 '안기부 선거자금 지원 사건'의 후폭풍 탓인지 최근 일어난 필리핀 정계의 지각변동은 우리 정치권의 큰 주목을 끌지못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 만큼은 신임 대통령 아로요의 취임을 남다른 눈길로 바라봤을 것 같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여성 정치인 아로요. 박 부총재에게는 남다른 감회가 느껴지지 않을 수 없는 하나의 사건이다.

    실제로 박근혜 부총재는 올해 초 각 언론에서 차기 대권주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을 때 이회창 총재, 김덕룡 의원 등과 더불어 빠지지 않고 지면을 장식했던 한나라당 대권후보군의 한 사람이었다.

    불과 1년전만 해도 거론되지 않았던 박 부총재가 이처럼 강력한 대권후보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실시된 당내 부총재 경선에서 당당하게 2위를 차지하며 입지를 굳혔기 때문이다.




    대중적 인기. 상품성 큰 정치인



    정치인 박근혜의 상품성은 무엇일까. 우선 무엇보다 남다른 대중적 인기를 들 수 있다. 국회의원 277명 가운데 유권자들이 실제로 보고 싶어하는 정치인이 몇명이나 될까. 아마도 순위를 매긴다면 박 부총재는 가장 앞줄을 차지할 것이다.

    한나라당내의 각종 선거가 있을 때마다 후보들이 앞다투어 박 부총재를 지원유세의 연사로 초청하고 싶어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물론 박 부총재의 대중성은 1970년대를 대표하는 정치적ㆍ문화적ㆍ사회적 상징으로 등장, 아련한 향수마저 불러일으키는 '박정희 효과'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사람은 언제나 '공주머리'에 허리가 잘록한 드레스풍의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박 부총재의 모습에서 그의 어머니 육영수의 모습과 1970년대의 기억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정치인으로서 박 부총재의 또다른 상품성은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TK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 바 있는데서 나타나듯, 바로 그의 정치적 지지기반에 있다.

    영남의 잠재적 차기주자로서 지니고 있는 정치적 자산가치는 비영남 주자인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을 확고하게 장악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더욱 높아져가는 것이 정치적 현실이다.

    이 때문에 박 부총재는 최근 정가에서 거론되고 있는 각종 정계개편의 시나리오에서 항상 중심축에 서있는 인물이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ㆍ부통령제도 내심 박 부총재를 염두에 둔 손짓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정ㆍ부통령제가 도입될 경우 차기 대권구도의 큰 그림 중 하나로 '비영남 출신의 대통령 후보과 박근혜 부통령 후보'라는 정치적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박 부총재는 '반이회창 연대'를 위해 물밑 모색중인 민국당 김윤환 대표에게나, 차기대선의 영향력 행사를 위해 정치재개에 나선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도 중요한 카드의 하나로 대접받고 있다. 지난해 말 박 부총재와 민국당 김 대표의 갑작스런 회동과 박 부총재의 상도동 방문설이 관심을 모았던 것도 모두 이 같은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영남 출신의 잠재적 대권후보인 박 부총재가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각 세력간의 쟁투로 드러나게 될 차기 대권구도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박 부총재가 현재 갖고 있는 현실적 정치력보다 잠재적 정치력이 더욱 막강하다는 반증으로 정치권에서는 상품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박 부총재는 현실적 정치력 분야에서도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다. 박 부총재는 지난해 부총재 경선이후 당을 장악한 이회창 총재와 꾸준하게 대립의 각을 세우며 영향력을 키워왔고, 당내 비주류의 한축으로 자리잡았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어머니를 대신한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경험은 정치지도자로서 혹독한 과외수업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회창 총재와의 관계설정등 난제 많아



    하지만 정치인 박근혜가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고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를 강력한 대권후보로 부각시킨 것은 스스로의 정치적 도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현재 정치적 지형이 초래한 외부적 환경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즉, 지형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환경은 변할 수 있고,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회창 총재가 자신의 대항마로 꾸준하게 성장해가는 박 부총재를 언제까지 묵묵히 지켜만 볼 수 있을까? 어느 시점까지는 당내 화합을 위해 달래다가도 결정적 순간에는 '로열티'를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만약 박 부총재와 이 총재의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협력구도가 깨지고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경우 한나라당 내에서는 박 부총재를 차기 집권을 방해하는 '제2의 이인제'로 몰아가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또 현재 박 부총재의 정치적 몸값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민국당 김윤환 대표, 민주당 등에서 박 부총재를 중심으로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현실화할 경우 박 부총재가 실제로 얼마나 역할을 해낼지도 의문이다.

    한나라당 간판을 떼고 난 후 박 부총재가 지니게 될 실제적인 정치적 효용가치가 얼마나 될지는 여전히 측정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 독보적인 영남 출신의 차기주자가 존재하지 않는 한나라당 내에서 영남지역의 차기주자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박 부총재가 헤쳐나가야 할 정치적 풍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의 영향력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는 일각의 곱지 못한 시선이나 한국의 정치구도 속에서 여성 정치인으로서 지닐 수 밖에 없는 한계도 박 부총재가 넘어야 할 고비가 될 것 같다.

    결국 문제는 박 부총재의 정치력으로 돌아온다. 이처럼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서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해가며 나름대로의 정치적 공간과 역량을 계속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2002년이든, 2007년이든 간에 차기 대권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 박 부총재는 이같은 고비들을 넘지 않고서는 냉혹한 이 땅의 정치구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천호 정치부 기자 toto@hk.co.kr

    입력시간 2001/01/3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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