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어제와 오늘] 제3의 시각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2001.01.30 20:07:12 | 수정시간 : 2001.01.30 20:07:12
  • [어제와 오늘] 제3의 시각







    21세기 첫 설날을 앞두고 중국의 상하이 푸둥 최첨단 기술단지를 찾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전세계에 어떤 의미를 던졌을까. 서울에는 북한이 개방, 개혁으로 간다는 설날의 들뜸을. 새 대통령을 맞은 워싱턴에는 "제2의 중국이 된다구. 어림없어"라는 떨떠름함을 안겨 준 것 같다.

    특이한 것은 새 세기 들어 수교를 서두르고 있는 유럽연합(EU)국가들의 제3의 시각.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관찰해온 아드리안 포스터-카터 런던 경제대학 교수의 시각은 흥미롭다.

    그는 아시아 타임스에 특별기고 '평양워치'를 쓰고 있다. 또 중립적인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동아시아 담당 부장인 존 기팅스의 분석은 사실적이다.

    포스터-카터는 김정일의 방중사실이 확인 되지 않은 1월 17일자 아시아 타임스에 '실제정치가 터져나오는 평양'이라는 컬럼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예견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언론의 1월 1일자 공동사설에서 '강성대국', '선군정치' 등 상투어를 발견했던 그는 1월 10일자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의 '조국통일'에 관한 성명에서 어투와 내용이 바뀌었음을 알수 있었다.

    양형섭은 성명에서 한국의 국가보안법을 가볍게 다뤘고 이산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남북 공동선언을 완성하고 이를 누구도 방해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1월 4일자 노동신문에는 예의 '신사고'라는 말도 나왔다.

    20여년간 평양을 지켜본 포스터-카터는 늘상 평양은 이데오르기, 선전, 선동의 정치만 있는 곳으로 봤다. 그러나 이제는 인민들을 굶주림에서 구해내려는 노력 탓인지 강경파들의 담배연기로 가득찬 '비밀정치'가 점차 '실제 정치'가 되는 듯하다고 썼다.

    여지껏 북한의 정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논의 하면서도 그 무엇은 '주체 사상' '자주 경제'의 틀 속에 갇혀 있었다. 이제야 그들은 20여년전 중국의 덩사오핑이 갖던 개혁, 개방의 길을 알아보러 중국에 가는 '실제정치'를 택한 것이다.

    포스터-카터의 이런 예측에 비해 존 기팅스의 분석은 사실적이다. 김 위원장의 푸딩 방문시 주식시장과 상해극장을 잠깐 엿본 것은 이번 박중의 전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신문기자 답게 결론을 내리기 보다 객관적 사실을 나열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살아가기 위해 중국식 개방, 개혁을 답습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김정일이 중국의 4천년 문화유산이 전시된 것을 보지 않은 것은 그때에 상하이를 찾은 이탈리아 대통령 때문에 비밀이 드러날까 우려해서 였다.

    과연 김대중 대통령의 장기인 북한 예측처럼 김 위원장 상하이 방문으로 북한의 개혁 개방이 급속히 이뤄질까. 그것은 미스터리다. 다만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에 앞서 노동신문을 통해 '사회주의 낙원 건설을 위해 속도 내자', '경제제도를 바꿔야 한다',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찾자' 등을 부르짖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상하이에서 본 TV탑은 380m였다. 북한의 TV탑은 몇m인가. 평양에는 교통혼잡도 공해도 없다. 굶는 일은 5년여간 해왔다. 김 위원장이 권력을 쥐고 있는 한 그렇게 빨리 개혁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는 게 기팅스의 결론이다.

    이런 키팅스의 사실적 분석에 비해 포스터-카터의 관찰은 심리적이요, 인상적이다. 1월 20일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떠난 후에야 양국간에 합의에 의해 방중이 공개될 정도로 그의 방문은 비밀스러웠다. 포스터-카터는 이 행각에서 '독재자'에서 '귀여운 아저씨'같은 김 위원장의 두 이미지를 찾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그의 재주중 하나인 북한 예견에서 북한이 개방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포스터-카터는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김 위원장의 방중은 그의 이미지처럼 이중성을 지녔다고 보고 있다. 이번 9명의 공식 수행원중 4명이 군인이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개발의 개척자이며 클린턴 미 행정부와 협상을 한 조명록 총정치국장을 제외시키고 김영춘 총참모장을 데리고 간 것은 상하이라는 개방도시만을 보기위한 것이 아닐 것이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또한 방중후 중국식 사회주의적 개혁 개방을 격찬하면서도 '시장경제'라는 말을 노동신문은 한번도 쓴 적이 없다. "북한의 군부는 바보들이 아니다. 국방예산의 감소는 승진의 기회도 잃는다." "김정일은 여전히 새 술을 헌 부대에 넣고 싶을 뿐이다.

    상하이 방문의 또 다른 바람은 미국의 전역 및 국가 미사일 계획자인 럼스펠트 국방장관, 파웰 국무장관이 나의 개방성을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다." 포스터-카터는 세계에서 최고의 공중 곡예기술을 가르친 김 위원장이 새로운 세기의 곡예에서 떨어지지 않기를 바랬다.





    박용배 세종대 겸임교수

    입력시간 2001/01/30 20:07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