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단양 고수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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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1.08.03 10:47:33 | 수정시간 : 2001.08.03 10:47:33
  • [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단양 고수동굴



    장바닥이 따로 없다. 복장도 갖추지 않은 주차관리원이 다소 무례하게 주차료를 받을 때부터 기분이 잡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늘어서 있는 식당과 기념품점이 너도 나도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시끄러웠다.

    한 귀퉁이에서는 상인과 술 취한 관광객이 욕을 해대며 다투고 있었다. ‘그냥 돌아갈까?’ 그러나 내친 걸음이었다. 자동차 에어컨에 머리가 아파오고 있던 참이라 천연 냉장고를 빨리 찾고 싶었다.

    다행히 입구는 주차장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재빨리 동굴에 들어섰다. 마치 잠수를 한 듯 바깥의 소란과 더위가 딴 세상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충북 신단양 시가지 바로 앞 남한강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는 고수동굴은 천연기념물 제 256호이다. 약 4억5,000년 동안 생성되어온 석회암 자연동굴로 1973년 첫 탐사 이후 일반에 개방됐다.

    동굴입구 부근에서 타제석기와 마제석기가 발견되었다. 한강에서 가까이 있고, 굴의 입구가 남향인 점으로 미루어보아 선사시대의 주거지로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주굴이 600㎙, 지굴이 700㎙이고 면적이 6만93㎡이다. 침식붕이 유난히 발달하고 지하수가 풍부하게 흘러 기기묘묘한 종유석과 석순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루라이 동굴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다운 동굴로 평가되고 있으며 국내 동굴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주민들은 고습굴, 박쥐굴, 금마굴, 까치굴이라고도 부른다.

    다른 동굴에 비해 통로가 좁다. 카메라 가방이 벽에 부딪치고, 고개는 물론 허리까지 숙여야 하는 길이 반복됐다. 허리와 어깨는 아팠지만 눈은 예사롭지 않은 모습에 잔뜩 흥분해 갔다. 굴이 깊어지면서 환영같은 풍광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동굴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사자바위, 비단을 녹인 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황금폭포, 짐승의 떼처럼도열해 있는 석순과 촛대바위, 그리고 천불동, 만물상 등 천태만상의 종유석이 이어져 있다.

    특히 퇴보 종유석이라 불리는 아라고나이트는 고수동물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유석이라고 한다. 동굴 안은 사계절 섭씨 13~14도를 유지한다. 오히려 한기를 느끼며 오르내리다보면 환상의 세계를 돌아다니는 유령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동굴 안을 흐르는 풍부한 물은 동굴생물의 생활에 도움을 줬다. 화석곤충으로 널리 알려진 갈로아 곤충을 비롯한 옆새우, 톡톡이, 노래기, 진드기, 딱정벌레는 물론 박쥐가 살아가고 있다.

    물론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로 가까이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조명이 밝게 비쳐진 물 속을 뚫어져라 쳐다보지만 허사이다.

    다른 동굴에 비해 사진촬영에 관대하다. 종유석이 폭포처럼 내리쏟아지는 한 광장에서는 사진사가 기다리다가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광량이 풍부한 스트로보를 펑펑 터뜨리면서.

    길은 모두 철다리와 철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관람시간은 약 1시간. 이것저것 사진을 찍다보면 2, 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바깥의 소란함과 더위를 잊었다 싶었는데 벌써 출구이다. 출구도 입구와 마찬가지이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국가원수를 맞이하듯, 출구 바깥쪽 통로 양쪽으로 음식점, 기념품점이 도열해 있다. 또 짜증이 나려는 순간, 습한 더위가 안경을 하얗게 덮었다. ‘그래 차라리 안 보는 게 낳다.’





    권오현 문화과학부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1/08/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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