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탄핵혁명 印尼의 '불안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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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1.08.03 12:06:11 | 수정시간 : 2001.08.03 12:06:11
  • 탄핵혁명 印尼의 '불안한 게임'

    메가와티 신임 대통령, 수구세력 준동·정파 갈등 등 앞날 험난



    수구세력의 반란인가, 부패한 대통령의 몰락인가.

    지난 7월23일 인도네시아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에서는 압두라흐만 와히드 대통령을 축출하고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54) 부통령을 신임대통령으로 뽑는 '탄핵혁명'이 이루어졌다.

    1999년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며 개혁적 이미지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와히드가 21개월만에 명예와 건강을 한꺼번에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자 1967년 메가와티가 아버지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이 축출되면서 쫓겨났던 대통령궁을 34년만에 되찾는 역사적인 자리였다.

    이번 정권교체는 정당한 사법절차에 따라 부패하고 무능한 지도자를 축출한 것이지만 그 속을 한꺼풀 벗겨보면 인도네시아가 앓고 있는 종교간, 지역간, 정파간 갈등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득권층의 저항과 와히드의 몰락, 와히드의 중도하차는 기본적으로 그의 무능함과 안이한 상황판단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지만 개혁추진과 민주화 과정에서 정파간의 심각한 갈등과 수구세력들의 반발, 300여개에 이르는 종족들끼리의 반목과 대결 등이 와히드의 몰락을 재촉했다고 볼 수 있다.


    와히드 몰락, 수구세력 조직적 저항이 원인



    실제로 와히드 탄핵 사유를 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와히드가 부패했다고 하지만 대통령과 관련된 스캔들 규모로만 봤을 때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대통령궁 전속안마사가 지난해 1월 조달청 공금 350억 루피아(한화약 45억원)를 아체주 구호금에 필요하다며 빼돌린 블록게이트나 같은 해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이 기부한 200만달러(24억원)를 횡령했다는 브루나이게이트정도인데 그것도 연루혐의가 있다는 것일 뿐 아직 입증되지도 않은 사안이었다.

    또 국민경제파탄, 국가분열, 잦은 각료 해임과 해외순방 등 실정을 들고있지만 대통령에 선출되기 전까지 그가 보여주었던 지도력과 개혁적인 태도를 고려하면 과장된 측면도 엿보인다.

    오히려 성급한 민주화정책과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수구세력의 조직적 저항에 직면한 것이 결정적인 몰락원인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와히드는 공산주의 금지를 철폐하는가 하면 수하르토 대통령일가의 부정비리 척결에 나섬으로써 기득권층의 불안감을 자극했고, 아체 및 이리안자야 지역에서 분리 독립 무장봉기까지 발생, 궁지에 몰렸다.

    특히 뇌일혈로 시력을 거의 상실한데다 뇌줄중, 고혈압 등 질병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각 정파들은 그의 건강을 걱정하기 보다 대통령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앞세워 이번 기회에 정권을 잡기 위해 합종연횡을 시도했다.



    와히드가 26일 신병치료를 이유로 미국행을 결정하기까지 3일간 대통령궁 퇴거를 거부한 것도 권력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정부패와 인권유린으로 상징되는 수하르토 잔존세력의 함정에 빠져들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카르타 포스트 등 주요 언론들도 "와히드 전대통령이 유감스런 현실로 인해 권좌에서 물러났고 국민들은 앞으로도 그를 마땅히 존경해야 한다"고 밝혀 그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오랫동안의 정정불안으로 인해 피폐해진 경제, 정파들간의 갈등, 300여개에 이르는 종족들간의 분쟁으로 메가와티의 앞날은 밝지만은 않다.

    현재 메가와티의 급선무는 정치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조각 작업이다. 26일 함자 하즈 이슬람계 통일개발당 총재가 부통령에 선출됨으로써 이슬람 세력들을 달랠 수 있었지만 앞으로 군부는 물론 8개 정파들의 주장을 어떻게 반영할 지 주목된다.

    특히 자신의 집권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수구세력의 부활 움직임을 제어하는것이 관건이다. 수하르토 철권통치를 주도했던 골카르당은 130석을 보유한 제2당으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과거 수하르토정부의 지원을 받은 민간테러조직 '청년 판차실라'의 회장 출신인 수리오 수마르노가 공직진출을 희망하는 등 수구적 인사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게다가 26일에는 수하르토 전대통령의 아들 후토모 만달라 푸트라에게 부패혐의를 적용, 징역 18개월을 선고했던 대법관이 자카르타 시내에서 승용차를 타고 출근하다 괴한들의 총탄에 맞아 숨지는 사건의 배후도 그들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지난해 말 구제금융 추가지원을 중단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금융구조조정과 재정적자축소 등 개혁을 단행해야 하는데 제대로 추진될 지 의심스럽다.


    메가와티, ‘얼굴마담’ 인식서 벗어나야



    이와함께 부통령 재직시절 결정적인 순간마다 침묵으로 일관함으로써 '장님대통령에 벙어리 부통령'이라는 말을 들었던 메가와티가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경제문제에 대해 문외한이고 대중연설에 나설 때도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 민족감정에만 호소하는 등 지적 능력마저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군부의 마네킨' '얼굴마담'이 될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남편 타우픽 키마스도 부패스캔들 소문이 적지않아 언제 발목을 붙잡을 지 불안하기만 하다.

    다만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메가와티가 '국부'로 추앙받는 수카르노의 맏딸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을 뿐이다.

    세계 4위의 인구(2억5,000만명), 한반도의 9배에 이르는 국토(190만㎢)를 갖고 있는 잠재적 대국 인도네시아.

    이 나라가 민주화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겪는 혼란과 갈등은 30여년 독재를 거치며 자리잡은 수구세력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 지, 또 지도자를 잘못 선택했을 때 따르는 국민들의 고통과 피해가 얼마나 큰 지를 깨닫게 해준다.


    ■함자 하즈 부통령



    7월26일 인도네시아국민협의회(MPR)의 부통령 결선에서 승리한 함자 하즈(61) 이슬람계 통일개발당(PPP) 대표는 "여자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는 지론을 지닐 만큼 보수적인 인물이다.

    1999년 대선 당시에도 메가와티가 여자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와히드를 지지했던 그는 이번에는 와히드 탄핵결정 직후 폭동이 우려됐던 이슬람권을 설득함으로써 메가와티의 집권에 기여를 했다.

    서부 칼리만탄 출신이면서 이슬람교 신도인 그의 등장으로 메가와티 정부는 전국민의 87%에 이르는 이슬람교도들을 끌어안고 골카르당과 군부의 재부상을 견제하면서, 자바 출신들이 핵심요직을 독식하는 것에 불만이 커지고 있는 지역여론을 무마할 수 있게 됐다.

    하즈는 68년 서부 칼리만탄에서 지방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디딘 후 71년 최대 이슬람단체 ‘나들라툴 울라마’를 통해 중앙정계로 진출했다가 73년 PPP로 당적을 옮겼다. 경제학자이기도 한 그는 BJ 하비비 정부에서 투자장관을 지냈으며, 와히드 정부에서도 복지조정장관으로 임명됐다가 와히드와 불화로 두달만에 떠나기도 했다.





    최진환 국제부기자 choi@hk.co.kr

    입력시간 2001/08/0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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