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미래를 여는 사람들](12)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홍효정 박사(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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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1.08.08 18:54:20 | 수정시간 : 2001.08.08 18:54:20
  • [미래를 여는 사람들](12)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홍효정 박사(下)

    "국제적 항체정보센터 운영하고 파"



    "처음에는 모든 걸 혼자 해냈어요. 바이러스의 구조를 알아내고, 항체반응에 필요한 것도 혼자 다 만들었고, 연구실적 보고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이제는 포스트닥(박사후 연구원생)을 포함해 식구가 7명이나 되니까(연구가) 한결 수월해졌지요."

    홍효정 박사의 연구환경은 10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도 달라졌다. 수면아래에서 이뤄지던 생명공학 분야가 벤처와 연결되면서 갑자기 뜬, '바뀐 세상'탓도 적지 않지만 그의 꾸준한 연구성과가 없었다면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홍박사는 또 가정을 돌봐야 했다. 최소한 1인 3역내지는 4역. 그러니 그가 초창기에 견뎌내야 했던 고통의 시간을 짐작할 수 있다.

    뜻밖에도 홍 박사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생명공학연구원에서 햇병아리 연구원생활을 시작한지 2년만인 1992년부터 국가에서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고 지금도 다행스러워한다.

    "처음에는 연구비가 팀별로 나왔어요. 선임연구원을 PI라고 하는데, PI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에 기획을내면 과제가 부여되고, 연구비가 나왔어요. 연공서열 방식이지요.

    그런데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으로부터 프로젝트 지원제도가 도입되면서 달라졌습니다.PI든 아니든 누구나 연구 프로젝트를 내면 심사한 뒤 연구비를 주는 방식입니다."




    면역체계에 관한 연구 국내 첫 시도



    제도의 변화는 이제 갓 시작한 그에게도 기회를 연겨주었다. 홍 박사는 머리 속에만 넣어두었던 면역체계에 관한 연구기획을 조심스럽게 꺼집어냈고, 햇병아리 연구원에 불과했지만 항체연구가 국내에서 거의 처음으로 시도된 만큼 연구자금이 할당됐다.

    그 자금으로 프 로젝트 랩(실험실)을 마련하고 연구실에서 거의 24시간을 보냈다. 제로에서 시작한 항체연구 였지만 각고의 노력이 하나둘 성과를 내면서 주변에서는 점차 홍 박사의 존재를 다른 눈으 로 보기 시작했고, 그는 계속 다른 항체연구 프로젝트에 도전해 랩을 키워갔다. 한때는 포스트닥 연구원만 11명에 달하기도 했다.

    "만약 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땠을까요"라고 짓궂게 묻자 "아마도 남자 선임 연구원인 실장님 밑에서 그 분이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도와주고 있을 것"이라고 대답 했다.

    사실 가장 솔직한 답변인지 모른다. 여성이 사회진출이 활발하다곤 하지만 우리 과학 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도 6%에 불과하고, 그나마 선임 연구원은 2%를 밑돈다고 한 다. 경직된 조직에서 생활했다면 홍 박사는 2%의 선임연구원 대열에 들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홍 박사는 그러나 항체공학실험실에 만족하지 않았다. 과학기술부로부터 창이영구자금 국가지정연구실로 지정됐고, 굴지의 제약회사들과 산학협력을 통해 연구성과를 상품화하는 중 이다.

    또 남편의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해 5월에는 '에이프로젠'이라는 벤처회사를 세웠다. 3억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에이프로젠은 항체공학, 단백질공학, 동물세포공학 분야의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바이오 약품을전문적으로 기획 개발·상품화하고 있다.



    "사회로부터 받았으니 이제는 돌려줘야 한다"는 게 홍 박사의 마음이다.

    그가 가장 먼저 사회에 돌려준 것은 B형간염의 치료제다. 지난 10년간 B형간염의 항원 구조 연구에서 시작해 항체 개발, 항체 디자인 연구, 발현 및 치료효과를 높이는 엔지니어링 과정, 인간화 과정 등 간단치 않는 단계를 묵묵히 건너왔다. 국제특허까지 낸 이제는 대량생 산만 남겨놓고 있는데, 어차피 생산은 제약회사의 몫이다.

    관절염 치료제 개발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쥐를 이용해 만든 치료제를 인간화하는 중이다. 관절염의 병인은 항체를 만들어내는 세포인 B와 T중에서 T가 너무 활성화하기 때문인데, T 세포의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단백질을 찾아내이를 제거하거나 혹은 억제시키는 쪽으로 연 구가 진행됐다.

    그러나 대장염의 경우는 항원이 워낙 특이해 구조파악에도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홍 박사는 10여년에 걸친 고된 연구생활에서 몇 차례 고비를 맞기도 했다. 실험실에서 간단없이 쓰러졌기 때문.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연약한 체구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요즈음은단학서원에서 명상으로 건강을 지킨다.

    "체력유지를 위해 안 해본 게 없어요. 운동도 여러 가지를 해봤고, 식이요법도 시도해봤어요. 그러다 93년부터 명상에 빠졌는데, 이제는 기흐름을 터득해 연구와 생활의 밸런스를 잘 가져가고 있습니다."


    아이 앞에선 영락없는 '우리의 어머니'

    아이들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면서 분위기가 조금 어두워졌다. 역시 홍 박사도 우리의 어머니였다. 연구생활에 바빠 아이들에게 제대로 '엄마 역할'을 못한 게 가슴에 남는다고 했고, 아이가 아플 때, 학교에서 성적이 안 오를 때는'이룬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그에 못지 않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렇지만 홍 박사에게는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계획이 1년 3년 5년 10년단위로 잡혀있다. 최소한 5년뒤에는 항체에 관한 모든 정보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항체정보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정보센터를 제노믹스(게놈연구)와 프로테믹스(단백질 연구)와 항체연구를 결합해 인체의 주요 질병을 퇴치하는 국제적인 정보센터로 키울 작정이다.

    물론 국제적으로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10년 후에는 주요 암 치료제 개발을 끝내고 뇌과학과 같은 분야에도 전해 생명의 신비를 캐보고 싶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많은 과학자들이 암정복은 입에 올려 도 에이즈 치료제는 이야기하지 않는데, 홍 박사님은 어떠세요"라고. 답변은 역시 부정적이 었다.

    에이즈나 C형 간염의 경우 항원의 구조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항체를 만들어내면 이미 다른 형태로 변해 인체에 주입된 항체가 치료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발병시점에서부터 가장 빠른 시간에 항원구조를 파악해 그에 맞는 항체는 만들어내면 모를까, 시간을 두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요즘 분위기로는 불가능하다고했다. 물론 단서는 달았다. 암과 C형간염 병인의 새로운 특성이나 정보가 발견되면 그때 가서..."





    이진희 사회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1/08/0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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