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주말이 즐겁다] 동해 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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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1.17 16:37:42 | 수정시간 : 2003.01.17 16:37:42
  • [주말이 즐겁다] 동해 추암

    파도를 헤치며 솟아라 해야



    살면서 동해바다 해돋이를 대면할 때처럼 숙연해지는 날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여 겨울의 문턱에 접어들면 사람들은 동해로 겨울 여행을 떠난다. 텅 빈 해수욕장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정처없이 걸어보고도 싶고, 진초록 맑은 물에 머릿속을 맑게 헹구고 싶어진다.

    겨울 바다에선 쓸쓸함이나 그리움 같은 정서가 인생의 오랜 동반자인양 한결 친숙해지고, 세상과 거리두기를 하고 자신의 한 가운데로 걸어가고 싶어진다. 그러다 어느 낯선 포구의 허름한 선술집에 쓰러지듯 안겨 눈물처럼 맑은 소주로 넉넉하게 취하면 삶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비틀거리는 가련한 사람 하나 흐릿하게 떠오른다.

    그 사람의 처진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를 건네고 밖으로 나오면 포구에는 시린 바람이 몰아친다. 그 바람을 맞으며 머릿속이 유리알처럼 맑아진다.

    동해 나들이의 첫 여정은 추암과 촛대바위다. 동해시와 삼척시를 잇는 삼척선 철로 밑으로 난 굴다리를 지나면 허름한 포구가 나오고, 포구를 오른쪽으로 싸고돌면 고운 모래해변과 바다가 마중을 나온다.

    아늑한 해변에는 오징어를 널어 말리느라 분주하고, 파도를 따라서 사람들은 해변을 걷는다. 이곳이 애국가 첫 구절에 등장하는 동해의 일출 명소 추암이다.

    추암의 명물 촛대바위는 해변의 오른쪽 끝에 있다. 백사장에서 나무다리를 건너 바다에 솟은 얕은 동산 위로 오르면 촛대바위와 마주보게 된다. 바다에는 파도에 부서지고 깎아져 만들어진 예쁜 바위 하나 학처럼 고고한 자태로 서 있다. 촛농이 흘러내리는 모양을 하고 있는 이 바위는 신새벽 마다 촛불을 켠다.

    동해가 부글부글 끓을 때 솟는 해가 촛대바위의 심지에 불을 당긴다. 하루를, 한 해를 새로 여는 희망의 촛불을 켜는 것이다.


    넉넉한 마음으로 바다에 안긴다



    전망대에서 촛대바위로 솟는 해를 감상한 후 내려가면 해암정(海岩亭)이 발목을 잡는다. 고려 말기 혼탁한 정사가 싫어 이곳에 내려와 정자를 짓고 평생 은거하며 삼척 심씨의 시조가 되었던 심동로가 지은 정자다.

    ‘바다와 바위’라는 정자 이름에 걸맞게 정자 뒤편으로는 불꽃처럼 치솟은 바위들이 솟아 있고, 그 너머로는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다.

    다시 해변으로 돌아오면 새벽녘의 그물질에 걸린 몇 마리 고기를 털어 내며 오늘도 특별할 것 없는 조황에 심드렷?노인은 매운 담배 연기를 입김처럼 쏟아낸다. 장대에 받친 줄마다 오징어가 빨래처럼 널려 있다.

    동해의 추암과 함께 삼척의 해맞이 명물로 떠오른 곳이 ‘새 천년 도로’다. 새처년에 맞춰 2000년 1월 1일 개통한 이 도로는 어디에 서서도 해맞이를 할 수 있다.

    추암에서 삼척으로 가는 7번 국도와 잠시 인사를 나누고 다시 샛길로 빠져 바다로 간다. 삼척해수욕장에서 정라항까지 이어진 ‘새천년도로’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굴다리를 빠져 나오면 삼척해수욕장이다.

    삼척시에서 새롭게 단장을 하고 있는 해수욕장이다. 깔끔하게 정비된 위락시설과 가로등, 해변을 비추는 조명이 있어 밤바다를 보러 찾는 이들이 많다.

    ‘새천년도로’는 갈천동에서 정라항까지 4km에 이른다. 도로가 험한 해안 절벽 위에 걸려 있다. 때로는 파도가 자동차의 보닛 위로 튀어 오를 것처럼 해변과 가깝게 나 있다.

    드라이브를 하며 바위들이 치솟은 해안의 풍경을 즐기라고, 동해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해를 맞으라고 곳곳에 주차장이 있다. 서두를 것 없는 넉넉한 마음으로 한 굽이 한 굽이 돌아가면 밤바다를 수놓던 배들이 항구를 찾아 들어오는 아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바다에는 물고기 비늘처럼 햇살이 반짝인다.

    ‘새천년도로’는 정라항에서 맺음한다. 삼척항이라고도 알려진 정라항은 삼척에서 제일 큰 항구다. 정라항엔 하루에 두 번(아침 8시와 오후 4시 전후) 고깃배들이 들어온다. 고깃배가 들고나는 것은 포구를 서성이는 사람들의 몸짓과 창공을 수놓으며 왁자하게 떠드는 갈매기떼의 부산한 몸짓으로 알 수 있다. 밤새 희망을 낚은 고깃배가 돌아오면 정라항의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강릉까지 간다. 강릉에서 동해시까지는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한 후 동해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삼척으로 가다 보면 추암해수욕장이 이정표가 보인다. 좌회전해서 2km 가면 추암이다.

    추암 이정표에서 7번 국도를 따라 1.5km 내려오면 다시 ‘새천년도로’로 들어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좌회전해서 삼척해수욕장을 지나면 ‘새천년도로’다.




    ▲먹을거리와 숙박



    정라항에 있는 금성식당(033-574-5971)은 허름한 외관과 달리 곰치국을 잘 한다. 흔히 ‘바다 수제비’라 부르는 곰치국은 살이 부드럽고 국물이 시원해 뱃사람들의 아침 해장으로 인기가 높다. 곰치의 흉물스런 모습(?)과는 달리 시원하고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김치의 시원한 맛과 곰치의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어울려 깔깔한 아침 속을 달래기에 그만이다. 삼척에서 해돋이를 보고 난 후 곰치국 한 사발 들이키면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다. 곰치국은 추암해변은 물론 삼척 시내에서 파는 집이 여럿 있다.

    추암의 민박집들은 모두 바닷가와 접해 있어서 밤새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동해민박(033-521-5649)집 할아버지는 일출이 좋은 새벽이면 방문을 두들겨 알려준다. 추암관리사무소(033-530-2610)로 연락하면 민박집을 알선해 준다.

    입력시간 2003/01/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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