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스포츠 안과 밖]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코트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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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1.21 15:12:52 | 수정시간 : 2003.01.21 15:12:52
  • [스포츠 안과 밖]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코트의 영웅

    영원한 승자로 살아가는 조던·나브라틸로바



    대중은 ‘새로움’과 ‘이변’을 좋아한다. 드라마틱한 게 그들이다. 때론 견고한 스타에 매달리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싫증을 잘 내는 게 대중의 본성이다. 그래서 대중을 먹고 사는 스타는 괴롭다. 스포츠도 엔터테인먼트가 된 오늘날 스포츠스타는 그래서 힘들다. 그들은 성적을 내야 될 뿐 아니라 자신을 항상 새롭게 해야 되기 때문이다.

    ‘영원한 승자가 없다’고 하는 게 스포츠 세계다. 여기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고 아직도 이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다툼을 벌이는 두 전사가 있다. 두 사람 다 황제와 여제로 불리는 마이클 조던(39·워싱턴 위저즈)과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46·미국)가 그들이다.

    조던은 1월 7일 미국프로농구(NBA) ‘이 주의 선수’로 선정됐다. 그는 한 주(2002년 12월 31일∼2003년 1월 6일)간 벌어진 4경기에서 평균 22.3득점에 리바운드 8개, 어시스트 5.3개를 기록하며 팀을 3승1패로 이끌어 동부콘퍼런스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로 뽑혔다. 5일 열린 인디애나 페이서스전에서는 올 시즌 자신의 최다기록인 41점을 몰아넣으며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보였다.

    이에 질세라 나브라틸로바는 1월 4일 호주하드코트챔피언십(총상금 17만달러) 복식 결승에서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17·러시아)와 짝을 이뤄 프랑스의 나탈리 디시-에밀리 루조를 2-0(6-4, 6-4)으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46세 2개월 17일의 나이로 정상에 오른 그는 지난해 자신이 마드리드에서 세웠던 여자프로(WTA)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45세)을 깨뜨렸다. 통산 167번째 복식 타이틀이다.


    미국적 자본주의가 키워낸 스타



    이 둘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미국’이 만든 스타라는 점이 그 첫째다. 조던은 나이키와 NBA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자본주의 상품이다. 밀리언셀러 상품이다. 조던과 나이키의 이 성공적인 ‘계약결혼(?)’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원래 조던은 아디다스를 좋아했다. 1984년 당시 아디다스는 최고의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험적인 농구화 시장에 뛰어들기를 주저한 아디다스의 ‘수성주의’는 나이키의 ‘모험주의’에 황금알을 넘겨준 꼴이 되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던 나이키는 아디다스와 컨버스 등 다른 브랜드에 눈길을 주던 조던을 과감한 베팅으로 사로잡았다. 이후 ‘에어(air)’라는 브랜드로 미디어와 결합한 나이키의 전략은 빛을 발했다. 한마디로 미국적 자본주의의 승리였다.

    나브라틸로바는 어떤가. 원래 체코 태생인 그는 18세인 75년에 미국으로 망명해서 자신의 테니스 인생에 엔진을 달았다. 공산주의의 폐쇄성 대신 자유주의라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택한 것이다. 개방성과 개인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미국적 민주주의의 승리였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품안에서 큰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독점력’이다. 조던 없는 NBA와 시카고 불스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의 93년과 99년의 두 번의 은퇴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조던의 막강한 지배력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는 또 다시 돌아왔다. 이제는 춘추전국이 된 NBA에서 코트의 지배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여전히 그는 황제로 남아있다. 나브라틸로바의 독점력도 조던 못지않았다. 여자 테니스 경기가 너무 재미없다고 할 정도로 그의 우승행진은 끝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퇴 후 8년만에 복귀한 그는 현역 시절 단식에서 167회, 그랜드슬램대회 단식 및 복식에서 56회 우승을 기록했다. 크리스 에버트로 대표되는 베이스라인에서 끈질긴 리턴을 주고받는 수비 테니스와 여성적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던 여자 테니스를 그가 전혀 다른 형태로 바꾸었다.

    권력은 달콤하다고 했는가. 승자가 모든 걸 다 갖는 승부의 세계에서 그들은 또 다른 창조자다. 농구와 테니스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그들은 새로운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하는 그들만의 업적과 기술은 그래서 그들을 정확히 드러낸다. 그러나 이들이 더 위대한 건 지난날에 묻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거에 있다.

    도마뱀을 보자. 도마뱀의 꼬리는 잘려도 새롭게 재생된다. 도마뱀의 꼬리가 재생할 수 있는 것은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작용 때문이다. 유전자에는 그 생물에 대한 정보와 그 정보를 해석해서 망가진 부분을 고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따라서 언제라도 꼬리가 잘리면 다시 원래대로 복구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생력



    조던과 나브라틸로바의 마지막 공통점은 이들이 도마뱀과 같다는 것이다. ‘자생력’이다. 나이가 들고 기량이 예전 같지 않으면 화려한 추억에 묻혀 떠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나 그들은 끊임없이 꼬리가 잘리는 이 치열한 전투현장에 살아있다.

    더 나가서 이들의 유전자는 도마뱀처럼 단순히 똑 같은 세포를 만들어내는 거에 그치지 않았다. 환경과 시대에 맞게 ‘변화’했다. 여기에 또 다른 이들의 능력이 있다. 조던은 이제 지난날의 그에 머물지 않고 식스맨으로 자신을 변화시켰다.

    부족한 체력을 보충하면서 팀의 정신적 기둥과 해결사로 활약하는 것이다. 나브라틸로바도 마찬가지다. 날로 어려지고 체력을 앞세우는 여자테니스 세계에서 단식보다는 복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무모함 같은 열정과 도전정신을 갖되 현장에서는 냉철하게 대처하는 게 그들의 공통점이고 영원히 승자로 남는 비결이다. 어쩌면 ‘영생’을 얻은 조던과 나브라틸로바다.





    이형진 스포츠칼럼니스트ㆍ임바디 대표 www.embody.co.kr

    입력시간 2003/01/2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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