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재즈프레소] 다시 길 떠나는 민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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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1.21 15:22:13 | 수정시간 : 2003.01.21 15:22:13
  • [재즈프레소] 다시 길 떠나는 민영석

    기타리스트 민영석(37)은 다시 먼 길을 뜨기로 작정했다. 보스턴의 버클리(Berklee) 음대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 와 홍대앞 재즈 클럽 ‘핫 하우스’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그였다. 국내 재즈맨들에게는 듣기 힘들었던 고도로 세련된 재즈가 인기의 요체였다.

    뉴욕의 ‘뉴 잉글랜드 음악원’ 대학원 과정의 인도 음악 공부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제 음악을 굳이 비교하자면 ECM 계열의 재즈죠.” 흑인적 열정이 배제된, 마치 클래식을 방불케 하는 세련되고 지적인 특유의 재즈 스타일을 이제 한동안은 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는 그러나 뜨기 전 하나의 선물을 남겼다. 새 앨범 ‘Contour Line(등고선)’이 그것이다(Hot House). 소리 소문 없이 꾸준히 발표해 온 앨범이 벌써 여섯번째다.

    그의 재즈에는 재즈라 하면 으레 떠오르는 끈끈한 열정이 없다. 스스로 밝힌 대로 ECM(Editions of Contemporary Music)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펑키나 밥 등 감각적인 흑인 스타일의 재즈에 반기를 들고 나와,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를 석권한 재즈다.

    그는 환호를 바라지 않는다. ‘핫 하우스’에서 몇 명의 팬들을 앞에 두고 연주에 몰입해 있던 그의 모습은 뭔가에 고도로 몰입해 있는 구도자의 자세였다. 진지함은 새 앨범에서도 여전하다. 그에게는 재즈가 인기 음악, 그 이상의 무엇이다. 두 명이나 세 명의 연주처럼 들리지만 실은 더빙 작업의 결과다. 그의 기타로만 이뤄진 이번 작품에는 자신의 현재를 검증해보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읽힌다.

    ‘비의 노래(Rain Song)’는 다양한 동서고금을 가로 지르는 기타 어법이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가야금 산조의 음색으로 국악적 5음계 선율 같던 음악은 인도의 지타를 연상케 하는 선율과 음색으로 변해 간다. 그러다 어느덧 팻 메스니를 연상케 하는 고급스런 선율로 변한다. ‘Jac Iac’에서는 현란한 기교가 두드러진다.

    이 앨범에서 그가 각별한 애정을 기울이는 곡은 ‘내 마음속에(In My Heart)’이다. 솔로와 듀엣 등 한 앨범에 수록된 두 가지 해석이 흥미를 끈다. 재즈 보컬 양수연이 함께 한 보컬 버전에서는 더욱 투명해져 있다. 야행성이지만, 7곡 모두 아침의 맑은 정신에서 작곡됐다.

    이번에야 자신의 이름으로 첫 앨범을 발표하게 됐으나 그의 기타는 이미 뮤지션들 사이에서 높은 지명도를 갖고 있다. 앞서 발표한 다섯 개의 재즈 앨범은 그에 대한 수요를 그대로 반영한다. 1991년의 ‘야작(Yajac)’은 연세 아마추어 재즈 클럽명을 그대로 앨범 타이틀로 썼던 작품이었다.

    이 학교 지질학과 86학번인 그는 미국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로 유학, 뉴욕 에서 ‘만화경(Kaleidoscope)’ 등 현대적이고 다소는 실험적인 재즈 음반들을 발표해 왔다. 그 중에는 베이시스트 존 록우드 같은 유명한 재즈맨과 협연한 작품도 있다.

    국내에서 그는 허진호 등 또래의 진취적 재즈맨들과 함께 ‘Time After Time’ 등 클래식과 각국 민요를 주제로 한 음반을 꾸준히 발매, 마니아들로부터 깊은 인상을 심어 온 터였다. “가요 세션 작업은 절대 안 했다”고 그는 말했다. 자신은 반주자가 아닌 재즈 연주자로서의 길만 걷겠다는 고집이다.

    그는 “40대까지는 미국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도 미룬 채, 지금은 뉴욕과 보스턴의 대가들과 야심 넘치는 젊은 뮤지션들 틈바구니 속에서 몸으로 부대낄 때라는 것이다. 음악 현상, 더 정확히는 음악의 모호성이 그에겐 중요하다. 마이클 잭슨, 헤비 메탈, 힙합, 인도 음악, 쇤베르크의 12음 기법 등. 모두가 그에겐 평등한 음악의 재료일 뿐이다. “음악의 모호성”을 향해 그는 다시 길을 뜬다.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3/01/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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