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가침박달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2003.03.04 18:13:25 | 수정시간 : 2003.03.04 18:13:25
  •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가침박달

    이름도 참 희한하다 싶다. 우리나라에서 아주 드물게 자라는 희귀식물이어서 더욱 낯설고,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만주와 우리 한반도에만 있으니 이래 저래 여간 귀한 식물이 아닐 수 없다. 귀한 식물들은 이름만 듣다가 어렵사리 보게 되면 그 이름에 따르는 가치나 명성만큼 멋지지 않아 실망하기 쉽지만 봄에 활짝 핀 가침박달을 보노라면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들에 크게 감탄하게 된다.

    가침박달은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작은키 나무이다. 잘 키우면 5㎙정도로 굵고 크게 자라기도 한다. 가지엔 흰색의 눈껍질이 산재해 있고 어긋나게 달리는 타원형의 잎새는 끝이 뾰족하고 뒷부분에 흰빛이 도는 것도 하나의 특색이다.

    봄에 꽃이 핀다. 장미과 식물의 특성에 맞게 5장의 균형 잡힌 백색의 꽃잎을 달고 가지 끝에 몇 송이씩 모여 줄기 전체에 달리면 주변 전체가 환해지는 듯싶다. 꽃의 지름도 4㎝정도로 비교적 큼직한 편이고 더구나 아주 많은 꽃들이 다닥다닥 달려 있다보니 꽃이 핀 모습이 깨끗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도 좋다.

    가을에 익는 열매의 모양도 재미나다. 손가락 한마디쯤 되는 길이에 마치 꽃만두를 만들어 거구로 세워 논 듯한 모습이 개성이 있다.

    가침박달이란 이름은 참 독특한데 ‘박달’이란 이름과 장미과는 맞지 않지만 박달나무처럼 줄기가 단단하여 그리 되었다. 실제로 이 나무가 자라는 곳에서는 방망이같은 단단한 물건을 만드는데 이용된다고 한다. ‘가침’은 바느질에서 가장자리를 마주 대고 실로 감아 꿰멜 때 쓰는 ‘감치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열매를 보면 마치 바늘 쌈지처럼 조각조각 씨방이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고, 각 칸은 실이나 끈으로 감쳐서 연결해 놓은 듯도 하다. (이 가침박달의 학명중에서 속명인 엑소코타(Exochorda)는 바깥이라는 뜻을 가진 희랍어 엑소(exo)와 끈이라는 뜻의 코르디(chordie)의 합성어인데 이 역시 씨방이 있는 자리 곁에 실이 박혀 있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영어이름은 common Pearl bush, 다북하게 자라는 모습과 은은한 흰빛의 꽃잎이 고와 붙은 이름일 것이다.)

    가침박달은 주로 산기슭 혹은 산골짜기에서 자라는데 중부지방의 정원에 심어도 아주 잘 자란다. 충청북도, 경기도, 황해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북도 등지에 분포한다. 그런데 그 분포가 불연속적이고 한정적이다. 특히 임실군 관촌면의 군락은 천연기념물 387호로 지정되어 있다. 북한의 천염기념물에도 이 가침박달의 군락지가 들어 있는 것을 보면 이 식물의 가치를 어느 정도 짐작 할 수 있으리라.

    이 특별히 의미있고 아름다운 꽃나무를 키우려면 어디나 좋고 음지에서도 나무가 크기는 하지만 햇볕이 비교적 잘 드는 곳이어야 풍성한 꽃과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비옥하고 수분이 충분한 땅이 좋지만 척박하고 추운 곳에서도 잘 견딘다. 씨앗을 뿌려 3년 정도 키우면 꽃을 볼 수 있고 그 밖에 꺾꽂이, 포기나누기도 쉽다.

    이 소중한 꽃나무는 왜 귀한 존재가 되는 것일까? 작은 날개가 달린 씨앗이 바람타고 날아가 퍼져 나가는데 햇볕은 잘 받으면서도 낙엽에 가리지 않고 직접 땅에 닿을 수 있고, 그러면서도 마르지 않고 살아 남으려니 이래저래 힘든 모양이다. 곁에 있는 사람 하나를 이해하는 일도 힘이 드는데 식물의 한 종(種)을 제대로 알고 잘 살아가도록 돕는 일이 얼마나 어렵겠나 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입력시간 2003/03/04 18:13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