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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3.05 11:15:24 | 수정시간 : 2003.03.05 11:15:24
  • [직업의 세계] "물류 숨통 우리가 터줘요"

    허브코리아의 꿈을 실현하는 여성들



    글로벌 시대 한국의 새로운 비전은 동북아 물류의 중심인 허브 코리아가 되는 것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의 지형적 특성은 이 같은 비전을 이루기에 적합한 조건이다. 허브 코리아의 안살림을 도맡아 하며, 이 꿈을 이뤄가는 복합운송주선업체의 여성 전사들을 만나보자.


    소규모 무역업체의 든든한 징검다리



    복합운송주선업체는 육상과 해상의 온갖 물류를 컨트롤하는 전문업체. 현재 사업등록을 한 업체가 2,800여개나 된다. 그런데 이들 업체에서 일하는 인원의 70% 이상이 여자다. 줄잡아 2만여명이나 되는 숫자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백화점 다음으로 많은 여성이 근무하는 직장”이라고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부동산 중개업과 같아요. 부동산 중개업자가 집을 팔고자 하는 사람과 사고자 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처럼 복합운송주선업체는 물건을 해외로 수출하려는 무역회사와 이들 물건을 운송할 선사, 항공사 등과 연결해 주는 고리 역할을 하지요.”경력13년차의 은산해운항공 손영주(34) 과장의 설명이다.

    손 과장은 복합운송주선업에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수출하는 물건이 목적국에 늦게 도착해 호황기를 놓쳐버리면 그 물건은 쓰레기보다 못한 물건이 되어버리죠. 한 번이라도 이러한 실수를 하게 되면 무역업체는 큰 타격을 입게 되요.”그만큼 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들의 고객인 무역업자들의 한결같은 요구는 최소한의 비용과 수출국까지의 빠르고 확실한 서비스. 따라서 이를 충족 시켜주기 위해선 국적선사나, 외국 회사의 대리점 선사들이 운영하는 모든 선박의 스케줄을 꿰고 있어야 한다. 수시로 변하는 각 나라의 관세법이나, 통관법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처음 무역업을 하는 소규모의 무역업자는 서류 작성에서부터 국내 선적항까지의 운송 등 세부사항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모자라기에 공장 출하부터 선적까지 모든 스케줄을 일임하는 경우가 많다. 복합운송주선업체가 영세한 무역업체의 든든한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다.


    적극적인 성격이면 누구나 OK



    복합운송주선업체가 요구하는 특별한 자격증은 없다. 다만 성격이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미라클 2000코리아 홍수연(34) 과장은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요하는 일이 많기에 항상 긴장해야 하고 또 각종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작은 짐들을 모아 빈 콘테이너를 채우는 작업이다. 이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일에 가깝다. 홍 과장은 “그냥 화물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 컨테이너에 맞게 무게를 맞춰야 하고, 화물의 전반적인 상태를 고려해 손상을 입기 쉬운 화물이라면 특별한 작업이 필요한지 등까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합운송주선업체 관계자들은 생생한 물류 현장에서 살다 보니 세계 각국의 치열한 경쟁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손 과장은 중국은 물론이고 베트남까지 우리 뒤를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고 걱정했다.

    “중국에 우리 공장들이 많이 세워진 탓인지 최근에는 선적이 한국에서 보다 중국에서 더 많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외국의 대리점사들은 부산 쪽을 줄이고 중국 쪽을 늘리고 있지요. 이 때문에 한국에서의 선박 스페이스가 그만큼 적어 우리들로서는 선적 스케줄을 잡기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어요.”




    섬세한 업무 여성에 적합



    이 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여성들은 전문직이라 당당히 말할 수 있다고 한다. 홍 과장 또한 결혼 후 육아 휴직을 갖고 다시 복귀한 상태. 오랫동안 휴직을 하거나 한 때 퇴직을 했더라도 경력 자체에 큰 흠이 되지 않는 것 또한 이점이다.

    여타 전문직 직종처럼 복합운송주선업도 이직율이 높은 편이다. 능력을 우선으로 하는 업무의 성격 때문이다. 물동량이 많은 직원은 타 회사에서 제시하는 더 높은 연봉을 보고 자리를 옮긴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능력이 업계에 소문이 나고, 곧바로 스카우트 제의가 오는 것이다.

    홍 과장은 “가끔 내게 업무를 배운 후배가 다른 회사로 옮겨 나의 경쟁 상대가 될 때는 씁쓸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업무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6~7년 정도의 전문 컨솔(CONSOLㆍ작은 화물을 모으는 작업) 경력을 갖고 있다면 대부분이 연봉 3,000만원을 웃돌며, 성과급은 따로 받는다. 또 외국에 많은 파트너를 갖고 있어, 본인이 희망할 경우에는 각국의 지사에 발령을 받아 외국의 물류 현황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어찌보면 이 직종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어울리는 영역이다. 홍 과장은 “여성들이 오너인 회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그리고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이 더욱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어 거래처 관계자들이 여자에게 훨씬 더 호감을 갖고 대해 줍니다.”라고 말했다. 여성 파워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요, “용기를 갖고 도전하라”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었다.



    황경란 자유기고가 seasky72@korea.com

    입력시간 2003/03/0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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