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재즈프레소] 강태환 신보 '즉흥으로 빚은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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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3.11 14:08:43 | 수정시간 : 2003.03.11 14:08:43
  • [재즈프레소] 강태환 신보 '즉흥으로 빚은 기억들'

    알토 색소폰 주자 강태환씨가 새 앨범을 냈다. '즉흥으로 빚은 기억들(improvised memories)'. 육순을 바라보는 나이(59)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새 작품을 만들어 내는 열정이 우선 놀랍다. 또 한국의 뮤지션만 참여, 국내에서 제작된 최초의 프리 재즈 음반이라는 사실에서 기록적 가치마저 찾을 수 있다.

    그는 '세계적'이라는 형용사가 결코 지나치지 않은 즉흥의 달인이다. 오랜 연마로 빚어 진 그의 연주는 혼자만의 무대로도 넓은 홀을 감당해 낸다. 또 즉흥 음악의 고수들과 벌이는 협연 무대들은 매순간 벌어지는 치열한 기(氣) 싸움을 거쳐 빚어 올려진 무대이기에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신보에서 그는 아들-며느리 뻘의 두 연주자들과 기(氣) 싸움을 벌인다. 아니, 20~30년이라는 세월 차이도 음악적 교감의 세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여전히, 그의 음악은 대다수에게 너무나 난해하다. 동시에, 어떤 소수에게는 다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감흥을 선사한다. 그의 음악은 '컬트적'이라는 말을 순도 높게 실현시켜 내고 있다. 이번 음반에 수록된 6곡은 2002년 12월 22일 서울 강서구 목동의 녹음 스튜디오 '코카(Kocca)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2시간 동안 녹음됐다. 원래는 두 곡 더 취입됐으나 취입 후 내린 강씨의 결정에 따라 음반에서는 제외됐다.

    그가 공연장에서 보이는 모습은 오랜 시간 조금의 미동도 없이 참선하는 수도자를 꼭 닮아 있다. 한 뼘 정도 높이의 정방형 좌대에 결과부좌를 틀고 앉아, 일단 한 번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마음 먹은 대로 음이 절대 끊기는 법이 없다.

    세계 재즈인들이 감탄하는 '수퍼 롱 톤(super long tone)'이다. 정식 음악 용어로는 '순환 호흡(circulation breath)'이라고 돼 있다. 짧게 말하면 양 볼이 백 파이프의 공기 주머니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의 '수퍼 롱 톤'이 경이로운 것은 천변만화(千變萬化)로 예측을 불허하는 음색 때문이다. 대금 소리를 냈다가, 급박하게 딱딱 끊어지는 소리를 내기도 하다가, 강력한 베이스 음을 내기도 한다. 특히 대금 소리의 비밀은 세계의 정상급 음악인들 모두가 궁금해 하는 비밀이기도 하다. 다양한 그의 음악이 망라돼 있는 음반이 바로 이번 작품이다.

    아끼는 후배인 박재천-미연 부부와의 협연이라 그가 부쩍 기운을 낸 듯 하다. 사상성을 강조한 강씨의 기존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동감이 배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 주목되는 곡은 'Free Fall 1899-1959)'. 해방 공간에서 자신의 뜻을 못 다 펼치고 간 비운의 혁명가 죽산 조봉암을 추모하는 곡이다. '즉흥의 기억'이란 타이틀이 여기서 나왔다. 정치 문제 등에는 전혀 관심 없는 듯 자신의 음악 세계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던 그로서는 뜻밖의 모습이다. 사실 그와 조봉암은 가까운 인척이다. 그의 외숙부다.

    좀체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스타일의 그는 5년 전 아끼는 후배 박재천에게 외숙부 이야기를 자신의 음악으로 하고 싶다며 속내를 비친 적이 있다.

    그 동안 적당한 계기가 없어 지금껏 미뤄져 오던 숙제가 이번에 타악 주자 박재천의 제의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중앙대 음대 동창인 그의 아내로 함께 작업한 미연은 "프리 재즈에 뛰어든 지 3년만에 찾아 온 과분한 기회"라며 "극좌(프리 재즈)와 극우(살롱 음악)를 모두 포괄하는 내 음악 작업에서 중대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강씨의 음악에 열광적 성원을 보내고 있는 일본 답게, 이번 음반 역시 3월 중순에 일본서 발매될 예정이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즉흥 음악 시장이다. 이번 작품은 일본의 음반 제작과 유통 등 일체의 작업을 총괄하기 위해 설립된 '디스크 유니온' 산하의 음반사 '폴리 톤(Poly Tone)'의 데뷔작으로 내놓을 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측과는 지난 1월 프랑스에서 열린 미뎀(세계 음반 박람회)에서 체결된 사항이다. 일본은 이번 작품을 DIW라는 신생 레이블로 시중에 800여장 배포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는 700장 정도 깔려 있다.





    장병욱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3/03/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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