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사정風에 떠는 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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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3.11 16:35:46 | 수정시간 : 2003.03.11 16:35:46
  • 사정風에 떠는 자 누구인가?

    정권 초 기획 사정설, 구 정권 실세에 '불똥' 튈 듯

    노무현 정권의 출범과 함께 터져 나온 민주당 이윤수 의원(성남 수정)에 대한 검찰 수사로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제16대 대선이 끝난 뒤 정치인에 대한 검찰수사는 한나라당 이양희 원원에 이어 이 의원 케이스가 두번째다. 이양희 의원은 대선 전 자민련에서 한나라 당으로 둥지를 옮긴 '철새파'이고, 이윤수 의원은 '반노'의 핵심 후단협의 중심인물로 동료의원들과 함께 탈당하기도 했다.

    이들 두 의원의 혐의에 대한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노 정권의 '사정(司正)정치'가 시작된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이미 시작된 SK그룹에 대한 조사와 함께 다른 재벌기업에도 강도높은 개혁의 '메스'가 가해질 전망이고, 최근 통과된 특검법에 따라 대북 문제와 관련된 핵심 정치인들의 책임 추궁도 예정돼 있다.

    청와대 측은 기획·표적 수사가 아니니 자연스런 검찰의 수사 형태를 가조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노 정권의 '사정 깃발'이 높게 치켜들어진 것으로 보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먼저 검찰 수사망에 올라 있는 이윤수 의원의 경우 S건설 대표인 김모씨(구속 중)로부터 건축인 허가와 관련한 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건설사 사장인 김씨가 인사차 찾아와 집에서 만난 적은 있으나 돈을 받지는 않았다"면서 혐이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김씨로부터 이 의원 혐의에 대한 진술을 받았냈으며 돈을 건넨 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람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이 의원 외에 경기 용인시 전직 시장인 예모씨도 김씨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한나라당 이양희 의원은 D상호신용금고 실소유주인 김모씨 측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으며, 같은 당 문병권 중량구청장도 건축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또 전 정권에서 조달 청장·복지부장관을 지낸 김성호씨도 수뢰혐의로 소환조사를 받게 됐다.




    '살생부'식 사정인가.자연스런 수사형태인가



    이윤수 의원의 수사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일선 검사들이 자체 판단해 진행하고 있는 것이지 정권 출범에 맞춘 기획 사정은 아니다"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전열이 채 정비되지 않은 청와대에서 이 같은 수사를 지시할 수 도 없고 검찰이 알아서 기는 식의 수사도 있을 수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 일련의 정치인 면면과 수사 시점 등을 따져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측면이 많다.

    대전 출신의 이양희 의원은 자민련 수속이었다가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으로 말을 갈아 탔다. 이윤수 의원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반노파로 후단협 결성을 주도했다. 한때 정가를 발칵 뒤집었던 "민주당 살생부"에서도 이윤수 의원은 "반노파의 핵심. 지겹게 괴롭혔다. 청산대상"이라며 역적군에 분류돼 있다.

    노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두 의원은 '손을 봐야 할' 괘씸죄에 단단히 걸려있는 셈이다.

    당연하겠지만 한나라당은 인위적인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정치개혁'을 거론한 점을 들어 "비리혐의 정치인에 대한 본격수사이 신혼탄 일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배용수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의원이 반노파의 대표적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반노파 길들이기 차원의 기획편파사정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은근히 반노파의 감정을 자극해 분란을 유도하자는 속셈도 있지만 그에 앞서 정치인 사정의 목표가 한나라당으로 집중될까봐 잔뜩 긴장하는 눈치다.

    민주당도 개인별로 엇갈리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노 대통령 측근조차 "수사시점이 오해를 살만한 소지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에 신주류 측 한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서는 정치보복이니 표적수사니 인위적 정계개편이란 말은 없을 것"이이라고 전제한 뒤 "(이 의원 수사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된다"고 검찰의 순수성을 애써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과정에서 반노쩍에 섰던 일부 의원들은 이 의원이 후단협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점을 들어 검찰 수사의 의도와 배경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후단협 활동을 했던 한 의원은 "노 정권이 출범하면서 새로운 화합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터졌다는 것은 당의 전면 개편과 맞물려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지금 정가에서는 이양희·이윤수 의원외에 몇몇 중진급 의원들과 당 간부급까지 검찰의 수사댕상에 올라 있고, 이중일부는 내사를 끝낸 상태라는 등의 소문이 무성하다.




    SK그룹 수사와 특검제 불뚱은 어디로…



    이 같은 정치인 사정은 개인 비리 차원의 조사에서가 아니라 엉뚱한 데서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SK그룹 조사와 같이 노 정권의 재벌 개혁작업의 연장선상에서, 또는 특검제도입에 따른 대북 문제 조사과정에서 정친인 사정이 부록물처럼 추가될수 있다.

    즉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일부 정치인에 대북 혐의가 드러나거나, 대북 활동에 대한 특검 과정에서 실정법 위반 사항이 드러나면 자연스레 전 정권 실세들을 사정 대상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표적 사정이나 기획 수사,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라는 정치권의 주장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어 노 정권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유용한 카드로 인식되고 있다.

    먼저 2월 24일 구속된 SK(주)최태원 회장과 관련해 정치권에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특히 1,0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사실이 보도되면서 동교동계 등 민주당 구 주류사이에서 수사 추이를 지켜보며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SK그룹은 DJ정권 시절 중국 사업 진출에 성공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으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SK는 동교동계 등 구주류와 가까웠다는 말을 듣고 있으며, 중국과의 외교 현안 해결에서는 거꾸로 SK가 정부 측에 크게 협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소문이 아니더라도 재벌 순위 3위의 그룹이 정권의 실세 무리와 거리를 두고 지냈다느 것은 상식적으로도 생각하기 어렵다. 당연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구속되던 날은 노 대통령의 취임 전날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민주당 한화갑 의원이 그날 대표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와관련, 시주에는 구구한 억축이 떠돌고 있다. 한 의원은 마포의 SK빌리지 6층에, 최 회장은 9층에 살고 있어 SK수사와 한 의원 대표직 사의를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작단계에 불과한 SK그룹 조사와 함께 제2, 제3의 재벌그룹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착수되면 정치권에도 엄청난 후폭풍이 불게 딜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또 특검법의 통과로 민주당 구 주류측은 핵폭탄급 위기를 맞게 됐다. '주군'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안위도 걱정되거니와 조사과정에서 실무역할을 맡았던 핵심 실세들고 안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교동계를 비롯한 구 주류들은 노대통령의 특검제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지만 청와대 측은 여태 별다른 대답이 없다.

    특검 수정안 상정 등 여러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노 대통령 측은 야당의 주장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따라서 특검이 이뤄질 경우 이미 실정법 위반을 인정한 김 전 대통령과 실무 총책인 박지원 전 비서실장, 임동원 전 특보 등은 어떤 식으로라도 법의 제재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법대로' 주장하는 현 정부 측에서는 '손안대고 코푸는 '식의 자연스런 물갈이를 진행시킬 수 있는 것이다




    역대정권의 사정적인 답보인가?



    노 대통령은 2월26일 사정에 대한 '속도조절론'을 언급했다.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검찰의 소나기 사정이 이뤄지면 국민이 불안해 할 수 있으므로, 사정활동의 속도조절이 가능하다면 그헣게 하자"고 밝힌 것. 송경희 대변인은 '원칙론'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 이면에는 거대 야당과의 협력관계 등을 감안, 집권 벽두부터 불필요한 논란과 마찰이 빚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가 있다. 또 SK그룹 수사와 관련해서도 새 정부의 '재벌 길들이기'로 확대 해석될 수 있는 점을 경계하면서 검찰수사가 의도나 기획성이 없었다는 점을 천명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이 품고 있는 함의에 대해서는 여러 각도의 해석이 가능하지만 최근의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 역대 정권의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미 정부 출범과 함께 최태원 회장이 구속 수감됐고, 손길승 SK그룹회장 소환설과 한화그룹 검찰수사 재개 및 일부 정치인들의 수뢰혐의 수사 등이 잇따라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속도조절론에 따른 기획·표적사정 불가 천명과 검찰의 독자수사론 주장이 강조되고 있지만 구주류와 친했던 재벌그룹과 반노파 일원으로 인수위까지 공격했던 '괘씸한' 정치인에 대한 '손보기성' 수사라는 생각이 자꾸 떠올려진다.

    입력시간 2003/03/1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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