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수수료 인상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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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3.25 10:47:13 | 수정시간 : 2003.03.25 10:47:13
  • "수수료 인상만이 살 길"

    "우리는 책임없다" 카드사 옹색한 위기탈출 대책

    '위기 징후가 나타나면 일단 침소봉대 해라.' 경제계의 오랜 불문율 중 하나다. 특정 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면 최대한 숨겨야 하지만, 업종 전반에 우기가 닥치면 이곳 저곳 떠돌고 다니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최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생명보험 업계.

    2001년 하바닉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역마진 때문에 3~4년 뒤 문을 닫는 생보사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소문이 급격히 퍼져 나갔다. 소문의 최초 진원지는 생보업계 내부. 한 생보사 관계자는 "대형 생보사들이 집중적으로 위기설을 퍼뜨린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고금리 암보험을 저금리 종신보험으로 갈아타게 하는 등 각종 '만행'이 자행됐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다면이야…" 라는 동정론에 묻혔다.

    요즘 신용카드 업계도 딱 이런 양상이다. 각 회사의 내부 부실은 숨기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업계 전반의 상황에 대해서는 "일촉즉발의 위기"라며 한 목소리를 낸다. 위기를 타개하겠다며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수수료를 인상, 서비스 축소"를 강요한다.

    일각에서는 "위기인 것은 틀립없지만 저렇게 '죽는 소리'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 맞느냐. 자체적인 노력은 배재한 채 정부와 소비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규제 완화만이 살 길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니 복권제니 하면서 카드 사용을 장려할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카드 부실의 책임을 모두 카드업계에만 떠넘기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정부를 향해 집단 압박이라도 가하자고 담합(?)을 한 것일까. 만나는 카드사 임직원들마다 정부에 대한 볼멘 소리가 비슷하다.

    업계의 불만은 이랬다. 카드 부실이 늘어나기 시작한 지난해 초, 정부가 각 종 규제 조치를 쏟아내면서 돌려 막기 등으로 근근이 버텨나가던 고객들을 신용 불량자로 몰아 냈다는 것이다.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규제를 하는것은 좋아요. 카드사의 출혈 경쟁이 원인이었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최소한 완충 장치는 마련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무작정 몰아 붙이기만 하면 살아남을 카드사가 없을 겁니다." 심지어 업계 내부에서는 이런 얘기까지 떠 돈다.

    "2001년 말 한 방송사에서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가두 모집을 다룬 프로그램을 내보낸 적이 있어요. 그걸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보고 즉시 이근영 금융 감독위원장에게 조치를 취하라고 했대요. 그래서 이듬 해 새해 벽두부터 이 위원자잉 카드사 규제 강화 조치를 쏟아낸 거죠."

    카드사들의 이런 불만은 자연스레 정부에 대한 규제 완화 요구로 이어진다. 결자해지라고, 규제가 초래한 위기인 만큼 규제 완화로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한 대형카드사 내부 보고서는 이렇게 제언한다. '현금 서비스 한도 부여 취소, 충당금 적립 규제 재완화, 신용 경색을 막기 위한 대환 대출 활성화, 수수료 및 이자 규제 철폐….' 이 같은 집요한 요구가 효과를 발휘한 덕일까. 금융감독원은 최근 충당금 기준을 당초 계획보다 완화하고 현금 서비스 비중 감축 계획을 이행하지 못한 카드사에 대한 제재 수위도 다소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규제 일변도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섰다.


    "리스크는 소비자의 몫"



    위기 국면임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도 '당당하게' 부실을 떠넘긴다. 카드사들은 2~3월, 연체율 상승과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일제히 수수료 인상에 나섰다. 국민카드가 2월초 가장 먼저 현금 서비스 평균 수수료율을 19.8%에서 20.98%로 1%포인트 이상 인상하고 나선데 이어, 삼성카드는 3월부터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평균 21.63%로 1% 포인트 가량 높였다.

    LG 외환 현대 신한카드 등도 비슷한 시기 평균 1%포인트 안팎의 수수료를 인상했다. 외형 매출 한도액도 고객들에게 별다른 통보 없이 대폭 축소했다. 가장 하락 폭이 큰 국민카드의 경우 2001년 말 316만원이던 1인당 평균 현금서비스 한도는 지난해 9월말 187만원으로 무려 40%나 줄어들었다.

    막대한 제휴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범위를 확대해 왔던 부가 서비스도 구조조정에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카드는 3월부터 모든 회원에게 제공하던 놀이공원 에버랜드 무료 입장 서비스를 중단했고, YBM-시사닷컴과 제휴해 사이버 어학원 강좌와 실시간 모의 테스트를 10% 할인해 온 서비스를 5월부터 대폭 축소한다.

    6개월간 카드 이용 실적이 없는 회원들은 아예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이용 실적이 있는 회원도 연간 이용 횟수에 제한을 둘 계획이다.

    LG카드 역시 LG정유 할인 서비스를 폐지한 데 이어 카드 이용에 따른 마일리지 혜택도 대폭 줄여나갈 방침이다. 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 서영경 팀장은 "무차별적인 카드 발급, 서비스 한도 상향 조정 등으로 리스크를 스스로 초래해 놓고서 이제 와서 아무 근거없이 리스크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팀장은 부가 서비스 축소에 대해서도 "놀이공원 무료 입장 드의 혜택에 현혹돼 카드를 발급 받은 고객이 상다수인데 이제 와서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모기업 지원 암암리 진행 중





    공개적으로는 "신규 회원 모집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일선 영업 파트에서는 여전히 신규 카드 발급 경쟁도 계속 되고 있다. 은행계 카드사 한 영업직원은 "경영진에서는 신규카드 발급을 자제하겠다고 말하지만 직원 개개인의 실적을 감안하면 손으 놓을 수 없는 실정"이라며 "게다가 사정이 어렵다고 신규 영업을 포기하면 경쟁에서 완전히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물론 카드사 차원의 자구 노력이 없는 것은 아디ㅏ. "연체 고객을 닥달해 연체율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카드사들은 대대적으로 채권 관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국민카드는 채권 관리사를 3,000명 늘리는 등 채권 관리실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일정 기간 이상 연체가 되면 자동적으로 회원에게 전화를 하는 '오토 콜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삼성카드는 최근 채권 추심 인력을 20% 늘렸고, LG카드도 지난해 말 채권 전담 인려을 추가로 300명 선발했다.

    현대, 롯데 등 후발 업계들은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모기업의 지원이 암암리에 준비되고 있다. 롯데는 연말을 목표로 롯데백화점 카드 고객과 롯데 카드 고객을 통합하는 것을 진행중.

    현대는 1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의 둘째 사위 정태영씨를 기획총괄 담당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구원 투수'를 투입하는데 이어 조만간 대규모 증자를 단행해 위기를 돌파할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입력시간 2003/03/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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