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昌心은 정말 無心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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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3.25 10:51:31 | 수정시간 : 2003.03.25 10:51:31
  • 昌心은 정말 無心할까?

    한나라 전당대회 앞두고 돌아와 "정계복귀 모색하나" 추측도

    이회창이 돌아왔다.

    대선패배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2월 초 미국으로 떠난 지 한달 만이다. 명예교환교수 자격으로 미국 스탠퍼드대에 1년 예정으로 연구활동을 해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3월5일 귀국 즉시 대구로 이동, 지하철 참사현장을 둘러보고 지하철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 전 총재는 유족들과 일일이 악수하거나 어깨를 두드리며 "하루라도 빨리 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대구로부터 남다른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이 자리에와 있지만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다"거 말했다.

    그러자 한 유족은 "당신이 우리의 대통령이다. 우리를 살려달라"고 했고, 주변에 있던 몇 사람은 눈물을 글썽였다. 이 전 총재는 내내 침통한 표정이었다.

    이 전 총재는 급작스런 귀국과 관련, "가능한 한 빨리 다시 떠나려 한다. 오래 있으면 자꾸 여러 추측들을 하니까…"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전당대회 등 정치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며 "나는 이제 정치를 떠난 사람 아닌가"라고 못 박았다.

    측근인 이종구 전 특보도 "단기비자를 장기비자로 바꾸는 체류신분 변경을 위해 일시 귀국한 것일 뿐 다른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다"고 '단순 귀국'을 재차 강조했다.

    이 전 총재의 귀국은 본인의 비자 변경과 함께 모친 김사순씨의 노환으로 인한 통원 치료, 부인 한인옥씨의 오른쪽 다리 수술이 표면적인 주 이유. 그러나 비자변경 등은 굳이 귀국하지 않더라고 현지에서도 가능한 것이고 부인 한씨의 경우 곧 출국할 예정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귀국 배경은 다른 곳에 있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한나라당 당권주자, 昌心 업으려 안간힘



    이 전 총재가 귀국하자 차기 전당대회의 대표 후보군 움직임이 빨라졌다. 당권주자들은 이 전 총재의 귀국이 당권경쟁에 미치는 파장 등을 따지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근거리에서 전당대회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 따라 앞다퉈 방어전선을 형성하려 하고 있다. 당내에선 이미 "모 의원이 창심(昌心)을 업고 있다" "모 의원이 미국으로 찾아갔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 때문에 측근들도 전당대회 뒤인 4월 이후 귀국하라고 조언했다고도 한다.

    후보군 중에는 강재섭 의원이 먼저 이 전 총재를 만났다. 강 의원 측은 "당 대책 위원장이어서 이 전 총재를 자연스럽게 대구 현장에서 만났던 것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당권 주자들도 서둘러 이 전 총재와의 면담을 시도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 이 전 총재의 암묵적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다른 쪽으로의 쏠림 현상은 막아두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단 눈길이 쏠리는 후보는 서청원 대표. 일부 친 '창(昌) 계 중진들에 의해 지원사격을 받던 터라 그가 후보 출마를 선언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병렬 김덕룡 이재오 의원 측은 '창심 논란'이 특정후보에 의해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 잔뜩 긴장하는 눈치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창심'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이른바 '왕당파' 사이에서도 지지후보가 달아 이 전 총재에 대한 지지표가 한 곳으로 결집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당대회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의 이 전 총재 귀국은 이런 저런 이유로 차기 당권 경쟁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회창, 과연 정치 재개할까?



    이 전 총재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놓고 구구한 억측들이 많다. 본인 및 측근들은 정치복귀 얘기만 나와도 펄쩍 뛰며 손사래를 친다. 이미 완전히 정계를 은퇴했다는 것이다. 측근들은 이번의 대구 방문도 "대구가 지난 대선에서 가장 열렬한 성원을 보내준데다 대형사고까지 나는 바람에 마음의 빚을 갚은 차원에서 간 것"이라고 애써 순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2년 대선 패배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난 뒤 7개월만에 돌아와 정치재계를 모색했다. 95년 지방선거에서 (물론 당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을 진두지휘해 당시 신한국당에게 압승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96년 새 정치 국민회의를 창당해 은퇴 발표 4년 만에 정게로 복귀했다. 대선패배 후 이 전 총재의 초기 동선과 상당 부분 닮아있다. 이에 따라 DJ의 정치적 행보를 이 전 총재가 답습하게 될지 모른다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는 이도 있다.

    물론 이 전 총재 측극들은 "DJ는 90% 이상의 절대지지를 보내는 텃밭이 있어서 정계복귀가 가능했지만 이 전 총재는 DJ의 호남지역 같은 곳이 없기 때문에 정계복귀는 어불성설이다" 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전 총재의 첫 행선지인 대구가 어떤 곳인가. 대선 때 8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여줘 이 전 총재에게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아직도 이지역에서의 이 전 총재 위상은 지난 선거때와는 별반 다를 게 없다. 오죽하면 가족사이에서 "당신이 대통령…"이란 말이 나왔겠는가.

    더구나 한나라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당연히 이 전 총재의 귀국을 단순 비자 교체의 목적이 아닌 '정치적 행보'로 보기에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이 전 총재는 벌써 두 번이나 국민 심판대에 올라 좌절했던 터다. 주변에서 어떤 감언이설로 정치 현장으로 끌어내려고 할지는 모르나 지금은 대선이 끝난 지 100일도 안됐고 노 정권이 출밤한 지는 채 보름도 안된 상태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면서 (그 때가 오든 안 오든 간에) 노 정권의 개혁 정책을 바라는 것이 본인은 물론 국민에게도 환영받을 만한 노(老) 정치인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입력시간 2003/03/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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