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원작에 충실하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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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3.25 11:20:51 | 수정시간 : 2003.03.25 11:20:51
  • 원작에 충실하면 망한다???

    순수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에 선 시나리오 작가들

    "왜 이렇게 달라요. 드라마와 소설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 이해할 수가 없군요.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였으면 합니다." 요즘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화제가 되고 있는 SBS드라마 '올인'의 인터넷 사이트에 간간이 올라오는 시청 소감이다.

    '소설의 흔적이 너무 짙게 배어 있어 영화로서 독창성을 찾을 수 없다. 소설이 아류로 전락한 것 같아. 아쉽다' 영화 '편지' '약속' 등 최루성 멜로 영화의 뒤를 잇는 '국화꽃 향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비판이다.

    한쪽에선 원작과 너무 다르다고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한쪽에선 너무 비슷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것이다.

    최근 다양한 이유로 소설이나 수기, 체험담, 만화등 영상 콘텐츠 제작이 줄을 잇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원작을 각색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드는 영상화 작업은 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나 관객의 시선 역시 편향되거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어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기소설 영상화 '붐'



    시청률 1위에 오르며 시청자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올인'은 노승일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작품으로 프로 바둑 기사이자 프로 도박사인 차민수의 삶과 사랑을 그린 것이다.

    하지만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 전개 구조, 원작에는 없는 인물의 등장 등으로 인해 원작과 드라마는 많은 차이가 있다. 별개의 작품처럼 인식되고 느껴질 정도다.



    요즘 개봉돼 여성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는 영화 '국화꽃 향기'는 한 남자의 지순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룬 김하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활용했는데 이 소설은 출간된지 2년 동안 100만부가 팔려나갈 만큼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이 영화와 서설은 상당 부분 차이가 있지만 내용과 흐름 전개, 분위기는 비슷하다.

    MBC가 3일부터 방송하고 있는 아침 드라마 '그대 아직 꿈꾸고 있는가'는 박완서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것으로 한 여자가 꿈꾸는 사랑과 결혼 그리고 현실을 다룬 것이다. MBC는 앞으로 아침 드라마를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위주로 내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조선시대 여자 형사를 지칭하는 '다모'를 8월쯤 방송할 예정인데 이 또한 방학기의 만화를 극화한 것이다. 소설의 영상화를 표방하며 황순원의 '독짓는 늙은이', 이순원의 '해파리에 관한 명상', 김주영의 '홍어' 등 한 해에 몇 작품씩 계속적으로 드라마화하고 있는 KBS는 2일 신TV 문학관을 통해 박범식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한 '향기로운 우물이야기'를 내보내 좋은 반응을 얻었다.

    KBS는 또한 아침 드라마 '소설극장'도 원작을 주로 활용해 극본 작업을 하고 있다.

    소설이나 체험담, 라디오 연속극, 희곡, 대중가요 등을 각색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드는 작업은 우리 대중문화 초창기부터 있어 왔다. 당시에는 기획과 구성, 콘텐츠, 제작 인력 등이 절대 부족했던 시절이어서 어쩔 수 없이 각색 작업이 매우 빈번했다. 그러다가 이 같은 경향은 근래들어 점차 줄었는데, 최근 다시 원작을 활용한 영상화 작업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그 까닭이 있다. 우선 방송사 채널의 급증과 국내 영화산업의 급성장으로 인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영상 콘텐츠가 필요하다. 반면 매너리즘 등 작가의 한계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자연히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와 스토리가 빈곤해지고 있는 상태.

    이를 타개하는 한 방편으로 원작을 활용한 영상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원작의 경우 어느정도까지는 시청률과 흥행을 담보한다는 점 또한 원작의 영상화 작업을 부추기고 있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드라마화 통한 제2의 창작들



    원작을 활용한 영상화 작업에 대해 소설가 최인호씨는 "문학과 영상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권장할 만하다. 두 분야가 독립적인 예술 분야이지만 서로 보완적인 성격을 지닌 다면 순수문화와 대중문화가 함께 발적한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며 긍정론을 펼친다.

    최근 들어 원작을 영상화해 성공한 작품으로는 소설 '동의보감'을 드라마로 만든 '허준' 그리고 최인호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상도'등이 있고, 영화의 경우는 관객 500만명을 동원한 '엽기적인 그녀'가 인터넷상에서 발표된 소설을 근간으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원작을 활용해 성공한 사례보다는 실패한 작품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소설과 영상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원작의 작품성과 스토리에 전적으로 기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작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영화나 드라마가 반드시 훌륭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원작에 충실한 영상물이 형편없는 작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이다.

    스토리가 원작의 형태 안에서는 아무리 역동적이고 힘이 있어도 영화나 드라마화를 염두에 두고 창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까닭이다. '국화꽃 향기'가 예상보다 흥행 성적이 좋지 못한 것은 영상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채 원작의 잔영이 너무 짙게 배어 있는데 있다.

    반면 드라마 '올인'의 성공은 소설의 스토리를 드라마의 특성을 감안해 다시 독창적인 작품으로 만들어내 제2의 창작품으로 거듭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허준' '상도' '올인' 등 원작을 활용, 시청률과 완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 드라마 작가 최완규씨는 "원작 활용은 드라마 소재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소설과 드라마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원작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드라마는 하나의 독창적인 작품으로 재창작을 해야 한다. 그동안 원작이 있는 드라마를 집필할때 원작의 활용도를 계량화한다면 20~30%에 불과하다. 70~80%눈 순전히 드라마적 창작에 의존한다"고 설명한다.

    흔히들 '소설은 가십이지만 드라마(영화)는 스캔들이다'고 말한다. 가십과 스캔들은 더 첨예한 형태를 갖춘 채 들불처럼 사납고 빠른 속도로 번져 가는데 비해 가십은 두서없고 산만한 형태로 오래 지속되는 차이점이 있다.

    소설 속에서나 실제의 삶에서 몇 달 혹은 몇 년간에 일어난 사건들도 영상물 속에서는 단 하루 만에 일어난 사건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는 점은 이 차이점을 잘 보여준다.

    시나리오 작가나 드라마 작가각 원작을 활용한 영상물을 완성도 높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원작 내에서 무엇을 찾아내야하고, 어떤 장면들을 유지해야 하며 또 다른 장면들은 언제, 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또한 사건의 저류에 흐르는 드라마의 본질을 찾아내고 서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을 솜씨 좋게 묶어내어 주제에 기여하게 함으로써 원작의 스토리에 있는 본연의 진실을 제대로 드러내려 애써야 한다.




    각색전문가 양성해야



    현재 각색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 없이 드라마나 시나리오 작가들의 손에 의해서 전적으로 각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각색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전문 작가들의 양성이 이뤄져야 원작의 영상화 작업이 보다 윤택해지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추리소설을 각색, 영화화를 시도해 성공을 하고 있는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각색 전문가와 시나리오 작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획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역시 각색 전문가의 양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시청자나 관객은 분명 원작과 영상물은 전혀 다른 예술 결과물이라는 인식을 갖고 작품을 대해애 한다. 원작의 스토리를 영성화할 때 필연적으로 거치게 되는 변경, 단순화 압축, 제거 등 드라마적 전형을 거쳐 원작과 다른 예술 작품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문자 예술과 영상 예술의 특성과 차이를 전제에 깔고 작품을 본다면 관객이나 시청자들은 원작을 활용한 작품을 다양한 시각과 측면에서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다.

    독자는 소설을 읽을때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사건에 대해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 작품을 소화하지만 관객이나 시청자는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 확정된 영상 이미지로 인해 마음대로 상상하지 못하는 차이가 있다.

    요즘 왕성하게 전개되는 소설을 비롯한 원작의 영상화 작업은 대중문화의 토양을 윤택하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독창적인 영상물로 거듭나게 만드는 창작의 산고가 전제돼야 한다.

    원작의 대중성과 인기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방송사나 영화사의 의도만 있고 원작을 뛰어넘는 창작의 노력과 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작품의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한다. 이것은 대중문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더 나아가 순수문화와 대중문화는 절대 교감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입력시간 2003/03/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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