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박나미의 홀인원] 동반자를 탓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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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3.25 13:16:01 | 수정시간 : 2003.03.25 13:16:01
  • [박나미의 홀인원] 동반자를 탓하지 마라.

    연습 라운딩 전 락카룸에서 여자 프로들끼리 소곤소곤 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나 오늘 A프로랑 또 쳐야 되네, 왜 난 맨날 A프로와 같은 조가 되는 거야!" 하고 투정 섞인 말로 불평한다. 옆에 있는 L프로, "난 B프로랑 치게 됐군. B프로는 인간적으로는 정말 싫지만 이상하게 같이 치면 점수는 매번 잘나오니깐 대회 때 치는 건 괜찮지…"

    아마추어 골퍼들이 중요한 지인과의 골프회동을 앞두고 묘한 긴장감이 돌 듯 프로들은 대회가 임박해 지면 모든 게 민감해진다. 그리고 대회 전날이 되면 서로 티오프 시간이 언제인지, 누구와 함께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는다.

    특히 겉으로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내심 누구와 함께 라운드를 해야 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마련이다.

    누구와 함께 플레이를 하느냐는 선수들에겐 매우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좋은 시간대에 티오프 하더라도 치기싫은 선수와 친다는 것은 꼭두새벽에 나가는 첫조보다도 더 꺼려진다. 골프가 '자기와의 싸움'이라고는 하지만 함께 치고 싶지 않은 사람가 나가면 아무래도 징크스가 자주 발생한다.

    프로 대회의 경우 보통 첫날 티 타임조는 최근 성적이 비슷한 프로들끼리 조를 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수들 사이에선 첫 날의 티타임 조와 시간은 보이지 않는 자신의 성적(레벨)을 뜻하기고 한다.

    흔히 프로들 사이에센 'golden time(황금시간)'이라고 말하는 티타임이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좋은 시간대에는 상위군 선수들끼리 조가 형성된다. 톱 프로들은 골든 타임을 기준으로 2~3개팀의 앞뒤의 조를 이루게 된다.

    톱 프로의 기준은 상금랭킹 6위 안에 드는 선수를 말한다. 하지만 별로 좋은 성적이 아닌데도 골든 타임에 맞춰서 치는 선수가 종종 있다. 일종의 특혜(?)이거나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인 경우다. 프로들이 골든타임을 선호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골든 타임인 만큼 중계방송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만큼 그 조의 선수들은 자신을 많이 PR할 수 있다.

    또 톱 프로들과 경기를 하면 그 만큼의 더 좋은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 골프계에서는 '잘치는 사람하고 치면 더 잘치고, 못치는 사람하고 치면 더 못친다'다는 말이 있다. 잘치는 상대방의 스윙 리듬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골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프로 선수들에겐 상대방이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큰 대회에서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잘치는 사람과 동반 라운드를 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아마골퍼나 프로 선수나 심리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조 편성이 마음에 안 들거나. 골든타임에 못 쳐서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 불만을 하는 선수들이 있다. 첫 라운드 편성조가 맘에 들지 않더라도 좋은 성적을 낸다면 대회 최종일에는 골든 타임에 들어갈 수 있다. 결국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얘기다.

    아마 골퍼 중에서도 유독 특히 티오프 시간대나 동반자에 대한 핑계를 대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새벽에 치니까 몸이 안 풀려 공이 안 맞는다" , "느림보 플레이어와 함께 치려니까 스윙 리듬이 망가졌다", "동반자가 너무 못쳐서 짜증이 난다"등의 많은 불만을 털어 놓는 골퍼가 종종 있다. 이런 까다로운 골퍼들은 얹 ㅔ어디를 가더라도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이것은 집중력이 약한 자신의 약점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습성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책임 전가를 통해 스스로 위안을 받으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골프는 그야말로 자신과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외로운 운동이다. 동반자가 어떠냐는 문제는 어찌보면 퍼팅 라이 위에 놓여 있는 스파이크 자국 하나 만큼의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골퍼도 사람인 마당에 어찌 동반자의 태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동반자를 비롯한 주변 상황에 얼마나 덜 영향을 받느냐가 바로 아마추어와 프로, 초보자아 고수를 구분 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차이점이다.

    골프는 자신을 극복해가는 과정이다. '외부 요소에 얼마나 초연할 수 있느냐'는 것은 그 사람의 골프 한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입력시간 2003/03/2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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