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회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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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3.25 13:20:52 | 수정시간 : 2003.03.25 13:20:52
  •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회양목

    회양목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나무이다. 지금 당장 마당 앞을 나가보아도, 집 옆 공원에 들러도 회양목을 만날 수 있다. 조금 과장하면 우리의 생활 공간 어디에서나 찾아 볼 수 있다.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회양목이 이렇게 우리 곁에 있는 이유는 여러 좋은 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 심어도 까다롭게 굴지않고 잘 자라고, 둥글게 혹은 울타리처럼 마음대로 모양을 만들 수 있으며, 바늘같은 침엽수가 아니면서도 1년 내내 푸른 잎을 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회양목은 정원에서 주인공 나무가 되기보다는 언제나 다른 식물 혹은 건물들의 배경처럼 들어가곤 한다. 심지어 묘목을 키우는 이들은 “회양목은 언제나 유행타지 않고 항상 쓰이는 조경수이므로 이 나무를 키워 손해 보는 일은 없다”고 할 정도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귀해져야 가치가 올라가는 것인지, 회양목은 흔한 까닭에 눈여겨보는 이가 드물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알 것 같은 이 회양목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의외로 드물다.

    내가 회양목을 가까이 하는 즐거움 가운데 가장 먼저 꼽는 것은 봄의 꽃향기이다. 회양목에도 꽃이 피는가 싶겠지만 당연히 꽃이 핀다. 그것도 이른 봄에. 뚜렷한 꽃잎이 발달하지 않은 채 꽃도 작고 그 빛깔도 노란색에 녹색이 섞여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그 꽃향기는 눈을 감고 향기를 따라 나무를 찾아갈 만큼 청량하다. 이 꽃들을 먼저 알아보고 찾아와 그 꿀에 정신을 못 차리고 윙윙대는 벌들의 날개짓 소리만으로도 봄은 충분히 느껴진다. 꽃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이 작은 꽃들에도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는데, 수꽃은 대개 세 개 정도의 수술과 암술의 흔적이 있고 암꽃은 반대로 세 갈래로 갈라진 암술을 가지고 있다. 이 꽃들은 몇 송이씩 모여 피는데 대개 수꽃들의 가운데에 암꽃이 자리 한다.

    회양목은 상록성이니 만큼 언제나 푸른 잎들을 달고 있지만 겨울에는 다소 붉은 빛이 도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새봄이 오고 꽃이 피고 나면 연록색의 새순이 돋아 오르며 잎새들은 활기를 되찾는다. 2㎝도 안되는 작은 타원형 잎새들은 통통하게 느껴지도록 두텁고 반질거리는데 작아서 아주 귀엽다.

    여름부터 초록색에서 점차 갈색으로 변하며 익기 시작하는 열매도 암술대가 마치 뿔처럼 남아 있어 보기에 재미있다. 다 익으면 저절로 벌어져 드러나는 아주 작고 윤기 나는 씨앗마저도 귀엽다.

    내가 두 번째로 회양목을 다시 보게 된 것은 관악산을 오르다가 자생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이다. 정원의 나무들은 줄기도 조밀하고 인공적인 느낌이 강하기에 그리 정이 가지 않았는데 바위뿐인 거친 돌산에서 얼기설기 자라 늘어지는 회양목의 유연하고도 자유로운 가지들을 보았을 때의 감동은 참으로 각별하였다.

    그 후로도 자생지에서 여러 번 만나게 되었는데, 회양목은 주로 석회암 지역에 자라니 주로 단양이나 영월쪽으로 가면, 강 건너 가파른 절벽이라 사람의 발길이 한번도 닿지 못했을 법한 곳에서 의연히 자라고 있다. 여간한 식물이 아니고서는 뿌리내리지 못하는 그 거친 곳에서 만나는 회양목 군락들은 언제 보아도 항상 새롭고 의미있게 느껴진다.

    회양목의 별명은 도장나무이다. 척박한 땅에 자라니 그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고 그러니 그 목재의 조직이 아주 치밀하여 가장 섬세한 가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겪어낸 나무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마치 사람처럼.

    입력시간 2003/03/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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