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섹스 없이는 인간의 문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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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3.27 13:28:23 | 수정시간 : 2003.03.27 13:28:23
  • "섹스 없이는 인간의 문화도 없다"

    "음지에 묻힌 에로를 떳떳하게"… 인터넷 에로박물관 등장

    “포르노도 인간의 문화입니다.”

    사이버 공간에 고품격 에로 박물관(www.eromuseum.com)이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에 에로 박물관이 생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물관측은 선진국처럼 오프라인에 전시장을 마련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지난 13일 저녁 홍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어렵게 에로 박물관장인 이명구씨(34)를 만날 수 있었다. 현재 성인문화 평론가로 활동중인 이씨는 에로 박물관의 설립 취지에 대해 ‘섹스 산업의 양성화’라고 잘라 말한다.

    이씨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에로 박물관이 주류 문화로 일반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독일이나 스페인에서는 에로 박물관을 ‘섹스 아트’ 혹은 ‘에로틱 아트’ 등의 형식으로 일반인에게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 문을 연 에로 박물관의 경우 관광 자원으로 활용해 짭짤한 수익을 거둔 케이스. 뉴욕을 방문하는 관광객 중 상당수가 이곳을 관광 코스로 잡아 흥미롭게 둘러볼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사정은 그리 녹록치가 못하다. 성인 문화라고 하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쳐다본다. 이씨는 “일반인들에게 비쳐진 성문화는 ‘떳떳하지 못한’ 문화일 뿐이다”며 “사이버 공간이지만 에로 박물관을 개설한 동기 중 하나는 이 같은 비뚤어진 인식을 바꾸어 놓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일까. 최근 선보인 에로 박물관은 기존의 상업적인 포르노 사이트와는 차별성을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일반인이 흔히 볼 수 없는 고대 춘화나 목각인형 등 학술적 가치가 있는 자료들을 다루고 있다. 이씨가 전세계 포르노 페스티벌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포르노 스타들의 친필 사인과 사진도 같이 만날 수 있다. 물론 이곳에 소장된 작품들은 모두 무료로 볼 수 있다.

    에로 박물관은 크게 ‘에로틱 아트’, ‘성문화 유물’, ‘특별소장품’ 등의 컨텐츠로 구별된다. 에로틱 아트 코너에는 남성의 성기를 해학적으로 묘사한 ‘달팽이를 닮다’와 전구를 풍만한 여성의 몸으로 표현한 ‘누드 전구’ 등의 예술 작품들이 소개돼 있다. ‘검은 가슴’, ‘앉아있는 여인’ 등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도 전시돼 있는데 모두가 독일의 에로틱 예술가 맨프레드 홀츠의 작품이다.

    성문화 유물 코너에는 18세기 일본의 춘화를 비롯해 고대 영국의 춘화, 네팔 목각 인형 등 흔히 접할 수 없는 그림이나 조각이 마련돼 있다. 특히 1748년 판화로 제작된 ‘욕망의 수도원’의 경우 제작자가 영국의 귀족으로 당시 유명한 에로틱 문학 작품 등에 단골로 거론됐다고 한다.

    특별 소장품 코너에서는 이씨가 전세계 포르노 영화제를 돌며 직접 수집한 포르노 스타들의 친필 사인이 소장돼 있다. 펜트하우스 펫걸 출신의 포르노 배우 조단 웨스트를 비롯해 포르노 거장 앤드류 브레이크 감독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미국의 아리아 지오바니, 일본 출신의 후지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의 사인이 있다.

    자료들은 쇼핑몰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판매용은 아니라는 게 이씨의 설명. 이씨는 “전시 중인 모든 자료들의 가격을 0원으로 표시하고 있다”며 “많은 자료들을 유저들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 판매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 같은 작품들이 외설로만 알려진 에로 업계의 인식을 조금이라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더이상 에로 문화가 음지를 답습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이제는 에로 관련 산업을 양지로 끌어내 역사적 사료로써 인정받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입니다.”

    이씨는 최근 ‘포르노 클리닉’을 오픈, 네티즌 계몽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성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정보를 주는 게 이곳의 목표. 오픈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네티즌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씨는 “포르노는 개인의 성생활에 활력을 줄 뿐 아니라 출구없는 성적 욕구를 해소시키는 순기능도 있다”며 “이곳을 통해 포르노가 범죄가 아닌 당연한 성인의 권리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향후 오프라인에 에로 박물관을 건립하는 게 최종 목표다. 현재 박물관 기금 마련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들도 현재는 구경만 할 수 있지만 향후 유저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 몇몇 자료를 판매해 박물관 건립 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황당한 질문 쏟아질 때면 박물관 관계자 곤욕
       


    에로 박물관이 인터넷에 공개된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상담 코너에는 각종 게시물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포르노 스타의 연락처를 묻는 질문에서부터 제품을 판매하는 사연까지 가지각색이다.

    박물관을 찾는 네티즌들의 주요 관심사는 성관계 때 발생하는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와의 마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상대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이 자주 들어온다. 좋아하는 포르노 배우의 홈페이지나 만나는 방법 등을 물어오는 것도 자주 들어오는 질문 중 하나다.

    이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내용은 SM과 같은 성적 소수자들의 고민이라는 게 박물관측의 설명이다. 에로 박물관 김창환(31) 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SM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정상인지를 고민하는 질문이 많다”며 “이 경우 알아들을 수 있도록 답변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곤혹스러운 질문들도 종종 올라와 박물관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영국에 있는 SM 호텔의 정보를 알려주면서 검증해 달라든지, 섹스 파트너를 구해달라는 내용 등이 대표적인 사례. 일부의 경우 좋아하는 포르노 배우를 만날 수 있도록 에로 박물관에서 다리를 놓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김 실장은 “장난으로 올리는 글이 많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클리닉을 이용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이런 무리한 요구는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

    입력시간 2003/03/2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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