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겉달라진 검찰 속도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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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3.28 10:34:33 | 수정시간 : 2003.03.28 10:34:33
  • 겉달라진 검찰 속도 변할까

    새정부에 철퇴맞은 '공룡의 변신'에 정·재계 촉각

    검찰의 인적 청산을 앞세운 거센 '인사태풍'이 차츰 지나가고 있다. 3·11 인사쇼크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집단 사퇴와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 등 그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자존심 강한 검찰 조직이 건국이래 이번 처럼 흔들린 적이 없어 검사들은 적잖이 당혹해 하고 있다.

    또 조롱과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한 검찰 상에 대한 조직원들의 울분도 높아 그 후유증이 어떤 형태로 불거져 나올지 궁금하다. 건국이래 '최대 물갈이'라는 이번 인사를 통해 짜여진 새판이, 또 새 부대에 담긴 새 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임팩트를 가져올지 주목한다.




    인사태풍, 막전막후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임명 이후 본격된 한 검찰과 법무부, 나아가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3월3일 그 간격이 확인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과거의 같은 검찰과 법무부의 협의 인사는 실패했다. 인사 협의를 위한 김각영 전 검찰총장과 강장관의 만남엣 이견만 불거지자 강 장관은 검찰과 협의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5일과 6일 총장과의 만만 약속을 깨고 파격 인사안을 통보했다.

    강 장관에 의해 과거 문제 있는 인사를 승진시려 했다는 의혹을 산 김 전 총장은 "(장관이) 용어(협의)도 모른다"며 직격탄을 날리며 인사를 비난했다.

    이와 함께 강 장관이 통보한 개혁 인사안에 평검사들조차 납득하지 못할 비개혁적 인사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은 '항명'하기에 이른다.

    검사들은 강 장관이 취임부터 약속한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통한 인사를 요구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청와대는 이를 집단 항명으로 해석하고 9일 대통령과의 대화에 평검사들을 끌어냈다. 그리고 9일밤 공개적으로 불신임을 받은 김각영 총장은 사퇴하고, 이틀 후인 11일 파격 인사, 이후 잇단 검사장들의 사퇴란 일련의 과정을 통해 검찰은 전례없는 진통을 겪고 있다.




    끝나지 않은 3·11 인사쇼크



    11일의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에 대한 인사에서 검사장급 40명중 38명이 교체됐다. 검찰총장을 제외한 39명 전원이 교체된 1999년 5·24개각 이후의 사상 최대인사보다 규모는 작지만, 기수·관행 파괴란 내용은 충격이었다. 인사에서 제외된 곳은 송광수 대구고검장이 후보자로 임명된 검찰총장과 유임된 이범관 광주 고검장 자리다.

    이 인사를 전후해 검사장급 고위간부 12명이 검찰을 떠났다. 인사발표 직전 사표를 낸 명노승 전 법무차관은 "기수를 파괴한 밀실 인사를 하려다 대통령과 평검사가 대담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사시 15회로 후배인 정진규 서울고검장 밑의 차장으로 발령 난 사시14회의 장윤석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나는 인사의 총탄에 맞아 죽은 것"이며 "후배를 위한 용퇴가 아니라 전사한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대부분 수평이동 내지 좌천성 인사를 당한 사시 15회는 충격이 컸다. 수원지검장에서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된 김규섭 검사장과 광주고검 차장으로 사실상 좌천된 호남 출신의 조규정 검사장도 사퇴했다. 사시 16회인 동기 임내현 대구고검장 밑의 대구지검장으로 전보된 박태종 검사장은 일신상의문제를 이유로 15일 사표를 썼다.

    김원치 대검 형사부장도 3월말께 사표를 낼 뜻을 밝혔고, 다른 검사장들도 시기를 보아가며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보여, 이번 파동은 후속인사까지 포함해 사상 최대의 물갈이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충수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유창종 대검 마약부장 등은 반개혁 인사로 낙인 찍히는 것에 반발해 사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서열파괴, 그날 이후



    3·11 인사는 한마디로 검찰에 대해 '선 인적 청산, 후 제도개혁'을 요구한 새 정부가 던진 충격요법이다. 인사에선 건국이후 관행으로 지켜져 온 기수·서열 존중과 용퇴문화가 뒤집혔고 검사장은 승진이 재경 '동남북서'지청장 순서란 서열이 무너진 것은 물론, 후배 상관에 선배 부하란 전례가 없는 일이 대검은 물론 일선 고검과 지검에서 발생했다.

    그 결과 강등성 좌천인사를 강한 톤으로 검찰 밖을 조준한 퇴임사를 날렸다. 그러나 후배 검사들은 "외부에 의해 주도되는 관행타파에 반대한다면 선배들이 후배에 넘지지 말고 본인이 안고 나가야 한다"고 다른 말을 하는 등 검사 동일체가 무너진 모습도 나타났다.

    검찰 지휘부의 기수가 대폭 내려가면서 중간간부급 인사에서도 상당한 파격이 이뤄질 전망이다. 후속인사에서 검사장급 인사가 사시 회 또는 22회까지 내려갈 경우 이에 탈락한 사시 12, 18회 등의 중견 간부들의 거취가 주목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인사 후폭풍은 중견간부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이번 인사는 법무부와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인사 이전에 최병모 회장 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고 주시해 왔다.

    그러나 인사 이후에는 박범계 청와대 민정 2 비서관이 주도했으며,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우리법연구회'가 막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우리법연구회는 진보적 판사들의 모임으로 박 비서관과 강장관 모두 이곳 회원이며, 현재 진행되는 검찰 개혁은 물론 앞으로 법원개혁을 민변과 함깨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혁의 기수'에서 오히려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검사들은 "검찰조직을 잘 이해하는 청와대에 있는 검사 출신 비서관들은 이번 인사에 간여조차 못한 채 판사 출신들에 의해 재단되고 있다"고 자조하고 있다.


    독오른 검찰 "무섭다"



    검찰을 잘 아는 인사들은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대화 3·11 인사 쇼크가 사회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물론 '검사스럽다(버릇없다)'는 말을 유행시킨 여론은 검찰 편이 아니다. 그러나 검찰을 안고 가야 할 노무현 정부가 검사들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우려른 다른 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검찰의 SK의 분식회계 수사결과 발표이후 증권 시장에선 재벌수사 확대소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검찰 수뇌부가 이를 부인하고 나섰지만, 시장에선 "이젠 통제가 불가능해진 평검사들이 감춰둔 파일을 하나하나 들춰낼 경우 백약이 무효다"는 말이 나돌며서 한진그룹 등이 투매의 돌을 맞아야 했다.

    자금 시장이나 공무원 등 관가는 SK를 예로 들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SK사건은 서울지검 수사진이 윗선을 움직여 수사에 들어간 케이스로, 대검에선 차장, 중수부장 마저 배제되고 총장도 10%의 의지만 반영되는 전례가 드문 수사로 진행됐다.

    검찰의 여러 고위 인사들도 "솔직히 수사검사라면 장관 잡아 넣을 생각을 하기 마련"이라면서 "관행타파를 외치지만, 그러면 어전회의(국무회의) 문앞에서 기다리다 장관을 체포하는 사례가 일어날 수 있고, 또 그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눈치 볼 필요없는 평검사들이 마구 잡이 수사에 나설 경우 정치권은 물론 검찰 수뇌부는 통제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99년 검찰인사 때 사시 4회인 김태정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으로 입각하고, 4기수를 뛰어 사시 8회의 박순용 대구고검장이 후임총장에 임명되면서 사상 최대의 인사로 이어졌다. 이원성 차장을 비롯한 사시 7회까지의 선배들 6명이 옷을 벗었다. 당시 2기수를 뛰어 넘은 총장 기용은 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과 물갈이를 하려는 국민의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에서 검찰은 최악의 수모를 맛봐야 했고, 결국 정권이 교체된 지금 다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정권 초기에 재연되는 이런 모습이 '검찰 길들이기'란 비난이 거짓임을 입증하려면 참여정부는 앞으로 5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입력시간 2003/03/2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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