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어제와 오늘] 새로운 중동역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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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3.31 15:35:05 | 수정시간 : 2003.03.31 15:35:05
  • [어제와 오늘] 새로운 중동역사 만들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9일 밤 10시 15분(현지 시각) 발표한 이라크 공격에 대한 성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다.”

    성명을 읽어내려가는 침통한 표정의 화면 왼쪽에는 그의 쌍둥이 두 딸이 웃고 있는 사진이 비춰졌다. 이 사진은 그의 두 딸이 미국에서 누리는 자유를 앞으로는 이라크에서도 누리게 될 것임을 상징하는 걸까.

    엉뚱한 대답이 될지 모른다. 2001년 6월 부시는 첫 유럽 순방에 나서 슬로베니아의 한 고성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2시간 여 동안 정상회담을 가졌다. 부시는 “눈을 맞대보니 직선적이고 믿을만한 사람임을 알았다. 둘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의 ‘혼’을 알아 낼 수 있었다”고 기자들에게 푸틴을 평했다.

    이를 들은 보수 우파 논객들은 야유했다. “부시가 심령술사인가. 어찌 전 KGB스파이의 ‘혼’을 알아 낸단 말인가. 대통령이 코트 속에 감춘 권총을 알아 낼 수 있다는 말인가.”

    답답해진 부시는 그의 아버지 연설문 작성자였던 칼럼니스트 페기 누란에게 ‘푸틴과의 대화’를 털어놓았다. “내가 이슬람 근본주의와 국제안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는 ‘나도 무척 역사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푸틴 대통령, 당신과 나는 역사를 만들 기회가 있습니다. 역사를 사랑해야 한다는 이성은 어떻게 좋은 역사를 만들까를 알게 할 것입니다. 이번 회담을 멋진 역사를 만드는 첫번째가 되게 합시다. 우리는 젊습니다.”

    부시는 이 회담을 시작으로 푸틴을 9ㆍ11 테러후 텍사스 농장으로 부부를 함께 불렀다. 푸틴이나 부시는 딸만을 가진 아버지들이다. 부시는 “저 아이들을 위해 자유가 억압 받지 않는 세계를 만드는 게 역사를 좋아하는 대통령의 임무”라고 말했고, 푸틴은 동의했다. 부시는 푸틴을 ‘블라디미르’라고 불렀다.

    그건 어제의 일이다. 부시의 이라크 공격을 전후해 푸틴은 “전쟁은 빨리 끝내야 한다. 미국은 정치적으로 큰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의 ‘자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폭격 전날(19일) 러시아내 회교 대표자들과 만난 후에 언성을 높였다. “이라크에 미국이 하려는 행위는 술 취한 카우보이의 행패를 넘은 것이다. 신만이 할 수 있는 징벌행위를 하려는 것이다.”

    역사와 자유를 놓고 의기투합했던 두 사람의 사이가 왜 벌어 졌을까. 답변은 이번 전쟁이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후에 나올 것이다. 그러나 부시가 2001년 1월 29일 ‘악의 축’ 국정연설에서 이라크를 축의 중심에 둔 후 미ㆍ러간에 간극이 생긴 것은 사실(史實)이다.

    2001년 1월~2001년 2월까지 백악관 연설문 작성자였던 데이비드 프럼은 그의 저서 ‘올바른 사람-조지 부시의 놀라운 대통령직’에서 예상과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악의 축’ 연설문을 여러 연설문 작성자와 함께 구성했지만 ‘악의 축’이라는 용어는 자신이 쓴 것을 백악관이 채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악의 축’은 히틀러가 맹주인 추축국(Axis)에서 나왔다고 쓰고 있다. 그는 9ㆍ11테러 이전 33년간 아랍인들에 의한 미국인 테러 피해자는 1,000여명이나 되며 이는 이라크를 축으로 세계로 뻗어 있는 추축동맹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부시, 칼렌 휴즈 공보수석, 마이클 기어슨 연설문 책임자의 첨삭에 의해 ‘악’이라는 주축의 실체가 이라크로 확정되고 이란, 북한이 추가 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덧붙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부시 대통령을 소탈한 사람이 아니라 인내심이 없고 화를 잘 내며 말이 앞서고 독단적인 인물로 평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는 절제력이 강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끌어들일 정도로 끈질기며, 국무부의 이스라엘-아라파트 간 분쟁 해결 후 새 중동 판짜기란 구상을 뒤엎고 이라크 공격이란 모험수를 택하는 과감성을 가진 독설가다.”

    프럼은 미국의 대외정책은 자유와 정의를 하나의 깃대로 한 이상주의와 안정과 안보를 또 다른 깃대로 한 현실주의가 내부 투쟁을 하는 게 아니라 자유와 정의, 안보와 안정이 함께 들어가는 둥근시계라고 보고 있다.

    프럼은 또 부시가 “회교문명 정치권이 국민과 여성을 노예화하는 ‘지휘관 문화권’에 속해 있고, 이를 바꾸는 것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악의 축’ 공격은 부시의 새로운 역사 만들기라는 해석인 것이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3/03/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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