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女 + 美] 사랑은 흔적만으로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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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4.01 14:53:18 | 수정시간 : 2003.04.01 14:53:18
  • [女 + 美] 사랑은 흔적만으로도 아름답다

    ■ 제목 : 입맞춤 (The Kiss)
    ■ 작가 : 콘스탄틴 브랑쿠시 (Constantin Brancusi)
    ■ 종류 : 돌 조각 (Romania Limestone)
    ■ 크기 : 28cm x 26cm x 21.5cm
    ■ 제작년도 : 1907년
    ■ 소장 :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미술관 (Craiova Museum of Art, Romania)
    


    백마디 말보다 짧은 미소나 슬며시 손을 잡는 것이 더 깊고 뚜렷하게 마음을 전달할 수가 있다. 미술에 있어서도 지극히 단순화한 조형성 안에 예술의 정핵만 남기고자 했던 사조가 있었다.

    회화, 조각 등 장르간 영역의 구분이 뚜렷해지고 자기 내면화에 충실하는 모더니즘 성향이 1960년대에는 더욱 짙어져 기존의 고전주의적 미술이 주는 일루젼 효과를 최대한 극소화 시킨 최소한의 예술, 미니멀 아트가 그것이다.

    미술관 전시에서 덩그러니 놓여진 정사각형 입방체들이나 벽에 반복적으로 붙어있는 금속성 블록들을 보고 허탈하게 뒤돌아 나왔던 기억이 있다면 이처럼 단순 미학 안에 숨어 있는 열정과 당시 추구 했던 예술의 본질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보다 수십 년 이른 시기에 활동했던 루마니아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작품들을 보면 대상의 이미지를 간결하게 절제해서 표현하고 있지만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한다. 아홉의 연작 중 하나인 작품 ‘입맞춤’을 보면 작가가 처음에 마주한 돌덩어리를 그대로 둔 채 아주 조금 깎아 내린 흔적만으로 훌륭하게 사랑하는 커플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신의 손이라 불리는 조각가 로댕의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 대리석 조각과는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한때 로댕의 어시스트였던 브랑쿠시는 이처럼 그의 예술관이 로댕과 다른 것을 깨닫고 ‘거목 아래에서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그만의 독립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게 됐다.

    과거의 조각가가 재료를 최대한 이용하여 사실적인 대상을 표현했다면 브랑쿠시는 자신의 손이 아닌 작품에게 표현의 역할을 전임 시킨 셈이다.

    브랑쿠시는 미니멀 아트에서 보이는 것만큼 의도적으로 조형을 단순화하거나 장식의 축소를 통해 본질을 나타냈다기보다 순수한 재료의 특성을 살려내는데 주력했는데 복잡한 기교에 물들지 않은 순박함이 미소를 짓는 사람의 마음처럼 더 진실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4/0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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