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아름다운 그녀] 포뮬러 카레이서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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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4.11 11:52:48 | 수정시간 : 2003.04.11 11:52:48
  • [아름다운 그녀] 포뮬러 카레이서 정유진

    챔피언으로 꿈꾸는 국내 첫 여성레이서 배짱·근성 '똘똘'



    자동차 경주는 찰나와의 싸움이다. 100분의 1초에 승부가 갈린다. 골인 지점을 지나기까지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아차 하는 순간, 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다. 빠르고 거칠고 위험하고…. 그 곳 어디쯤에 여성의 숨결이 닿을 수가 있을까.

    국내 유일의 여성 포뮬러 카레이서인 정유진(23ㆍ포뮬러코리아스쿨 소속)씨는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여자다. 어느 정도 덩치가 있고, 생김새에서도 남성스러움이 배어있을 거라는 지레짐작은 완전히 빗나갔다. 165㎝, 53㎏의 결코 크지 않은 체구. 같은 여자가 봐도 샘이 날 만큼 얼굴도 아주 예쁘게 생겼다.

    그녀가 카레이스의 세계에 빠져든 것은 작년 1월. “처음엔 그냥 달리는 것이 좋았어요. 달리다 보면 이런 저런 생각들이 정리가 되고, 또 그 순간에는 모든 걸 잊을 수 있거든요.” 햇수로 이제 겨우 2년밖에 안됐지만 이 곳에서는 그녀의 실력과 열정을 인정한다.

    그녀의 경기 스케줄을 담당하고 있는 ‘포뮬러코리아스쿨’ 의 김지호 팀장은 “두둑한 배짱을 갖춘데다 포뮬러에 올라타면 양순한 성격이 180도로 변할 만큼 근성이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그녀는 운전면허를 손에 쥐면서 별안간 차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차를 조금씩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카레이서 라는 직업도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카레이서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놀랬어요. 제가 멀미가 좀 심하게 하는 편이거든요.” 어릴 때부터 멀미가 심했던 그녀는 손수 운전을 하면 멀미를 하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말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직접 운전을 하니까 멀미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거예요.” 멀미도 안하고, 재미도 있고 해서 가까운 거리를 갈 때도 직접 차를 모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순간 차 안이 아늑하게 느껴지더니 차와 제가 한 몸이 되는 느낌이 오더라구요. 그 때부터는 자나깨나 온통 차에 대한 생각 뿐 이었어요.”




    남녀의 구분이 없다



    다른 운동과 달리 카레이스는 남녀의 구분이 없다. 모두가 출발선상에서 동등하게 자신의 실력을 겨뤄야 한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순간은 여자도 남자도 아닌 카레이서 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여자 카레이서 라고 하면 우선 겉모습에 빠져 잠시 해보는 걸 거라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카레이서의 매력을 모르고 하는 말 이예요.” 그녀는 화려함과 스피드만이 카레이스의 매력이 아니라고 한다.

    “내가 여자라는 걸 잊게 해주는 스포츠예요.” 어릴 때부터 터울이 많이 나는 오빠들 밑에서 막내로 자란 그녀는 항상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전 아직도 자전거를 탈 줄 몰라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자전거나 위험한 놀이는 절대 못하게 했거든요. 항상 여자라서 해서는 안 되는 것들만 보고 들으면서 자랐어요. 그런데 카레이스는 그런 게 없어요. 헬멧을 쓰고 운전대를 잡으면 전 그냥 정유진이지 여자가 아니예요.”




    결코 화려하지 않는 카레이서



    경주용 자동차의 번지르한 겉모습처럼 카레이서들의 생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대부분의 카레이서들은 모두가 열악한 환경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협회에 등록된 2,000여명의 선수 중 괜찮은 프로팀에서 대우를 받는 선수들이 극히 드물다.

    그 중 10여명 밖에 안되는 여자 카레이서들의 연봉이나 대우는 매우 열악하다. “겉으로 보는 것처럼 결코 화려한 스포츠가 아니예요.” 그녀는 돈이나 성공을 생각한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스포츠에 비해 비용은 상당하다. 때문에 그녀는 일주일에 3일정도 하는 연습일을 빼고는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벌고 있다.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아요.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런 식으로 생활을 하니까요. 그리고 저는 일을 하면서 제게 부족한 체력이나 팔목 힘을 기를려고 해요.”

    체력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차 안에 앉아있는다고 운동량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천만의 말씀이다. “카레이스는 체력 소모가 굉장히 심해요. 운전대를 잡고 있는 순간에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 집중해야 해요. 팔과 다리 힘도 상당히 필요하구요. 하루 연습이 끝나면 2㎏정도 몸무게가 줄어들어요.”




    내 목표는 챔피언



    그녀의 꿈은 아니나 다를까 챔피언이다. 기왕 카레이서가 된 이상 최고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차를 타는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곧 좋은 소식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달리지 않을 때도 달리는 생각만 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하고 차하고는 궁합이 맞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하다보면 프로팀에서 반드시 스카웃 제의가 있을겁니다.”



    황경란 자유기고가 seasky72@korea.com

    입력시간 2003/04/1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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