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盧 정권, 첫 심판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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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4.15 16:08:35 | 수정시간 : 2003.04.15 16:08:35
  • 盧 정권, 첫 심판대에 선다

    4·24 재·보선 여야 대격돌



    ‘노무현 정권의 개혁정책이 순항하느냐 좌초하느냐.’

    4월24일 치러지는 재ㆍ보선 결과가 그 1차적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게 됐다. 이날 치러지는 16대 국회 재ㆍ보선은 단 3곳, 서울 양천 을과 경기 의정부시, 경기 고양시 덕양 갑 지역구에 불과하지만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어 결과에 대한 정치적 의미는 내년 17대 총선에 못지 않다.

    민주당이 이길 경우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개혁과 변화 드라이브가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되며,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한나라당이 승리할 경우 노 정권의 개혁 일변도 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3곳 모두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을 갖고 있던 곳이지만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한나라당은 3곳에 모두 후보를 냈고, 민주당은 서울 양천 을과 경기 의정부시만 후보를 냈을 뿐 경기 고양시 덕양 갑 지역구는 개혁국민정당과의 선거공조를 위해 후보를 내지 않았다. 양당 모두 2승만 건져내면 최선이란 등식을 세우고 있지만 민주당과 개혁당이 공조하는 고양시 덕양 갑 지역의 승패가 전체 재ㆍ보선의 명암을 가를 것이란 분석이 많다.

    덕양 갑에서 출마한 개혁당의 유시민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보다도 더욱 적극적으로 노 대통령을 지원했던 우당(友黨)의 핵심. 노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자 사회개혁을 앞세운 진보적 성향 면에서 보면 분신 격이나 다름없다.

    사실상 노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선거를 치르는 셈인 개혁당 유시민 후보와 이에 맞선 한나라당 이국헌 후보와의 승패 여부가 노 정권 초기 2개월을 재단하는 잣대가 될 것이란 얘기다.

    이밖에 서울 양천 을은 민주당 양재호 후보와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박빙의 혈전을 벌이고 있고, 의정부시는 한나라당 홍문종 후보와 민주당 강성종 후보와의 싸움에 선거공조라는 중앙당 방침과 상관없이 선거전에 뛰어든 개혁당 허인규 후보와의 3파전도 이번 재ㆍ보선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이국헌이냐 유시민이냐



    덕양 갑에는 재ㆍ보선 지역구 중 가장 많은 6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기호 1ㆍ3번을 나눠 가진 한나라당 이국헌 개혁당 유시민 후보 외에 하나로 국민연합 문기수, 민주노동당 강명용, 사회민주당 김기준, 무소속 이영희 후보 등이 나섰다.

    문 후보는 경기 도의원 출신이고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강 후보는 35세(68년생)로 이번 재ㆍ보선 입후보자중 최연소자이다. 김 후보는 은행원 출신으로 금융노련 사무처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으며, 이 후보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지에서 객원교수 활동을 한 이론가이다. 나름대로 출마에 대한 당위성과 필승전략을 내세우곤 있지만 아무래도 조직을 앞세운 한나라당과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개혁당에 비해서는 힘에 부치는 눈치다.

    검사 출신의 한나라당 이국헌 후보는 이미 15대 의원을 지낸 검증받은 정치인임을 내세우고 있다. 투표율이 저조한 재ㆍ보선의 특성을 감안하면 조직 구성력 면에서 앞서 있는 이 후보가 유리할 수 있으나 유권자 구성 비가 호남출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 등이 부담이다.

    이 후보 관계자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최근 들어 일고 있는 호남 푸대접론에 의해 유 후보를 무조건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노 정권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안정희구세력이 이 후보편에 설 것으로 본다”고 한껏 기대감을 내비쳤다.

    60대의 이 후보에 비해 40대의 유 후보가 진보 성향의 젊은 층에게는 보다 긍정적으로 다가설 수 있고, 민주당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호남 유권자들의 표심이 상대적으로 유 후보쪽으로 쏠린다고 볼 때 산술적으로는 유 후보가 앞서는 형국이다.

    유 후보 측은 “지역을 떠나 개혁에 공감하는 많은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낼 것으로 본다”며 “민주당과의 선거공조를 이룬 만큼 양당의 지지자들만 모아도 압승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연고성이 희박해 지명도 면에서 처지는 데다 서울로 출ㆍ퇴근하는 젊은 층이 많은 도ㆍ농 복합지역이라 선뜻 우세를 장담할 수 만도 없는 처지다.


    여야, 고양 덕양 갑에서 사활 건 승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번 재ㆍ보선 중 특히 경기 고양시 덕양 갑 승패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은 개혁바람을 위해 정동영 의원에게 유 후보 지원 책임을 맡겼다.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후보+지원세력으로 진영을 갖춘 뒤 이념 대결로 선거 국면을 몰아갈 생각이다.

    한나라당도 장경우 전 의원을 선거 지원 총책으로 파견한 데 이어 홍준표 맹형규 의원 등 ‘스타급’들을 대거 투입, 노 정권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적극 부각시킬 계획이다.

    양당이 다른 지역과 달리 유난히 이곳에 매달리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노 대통령의 개혁작업을 강화하고 집권당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이념적 뒷받침이 되는 유 후보와 개혁정당의 현실 정치 속의 입지 확보가 필수적이다.

    유 후보는 80년 5ㆍ17 계엄 포고령 및 집시법 위반, 84년 서울대 학원프락치 사건으로 투옥된 경력이 있는 운동권 출신이다. 시사평론가를 거쳐 지난 대선에서는 개혁당을 만들어 노 대통령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한 공로로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민주당 지도부는 자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물론 노 대통령의 뜻이겠지만…)

    유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 신 주류와 개혁당 사이에서 논의되는 이념중심의 정계개편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민이 선택한 개혁의 대세’라는 명제를 앞세워 사실상 ‘노무현 신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깃발을 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승리에 대한 전리품이 큰 만큼 패했을 경우의 상처도 상당하다. 당장 당내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게 될 것이고 신 주류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대외적 신인도도 크게 하락할 것은 자명하다.

    한나라당도 패배시 지도부 인책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뜩이나 소장파들의 변화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 후보가 질 경우 패배 책임을 몽땅 뒤집어 쓴 채 세대교체의 변화로 흐를 공산이 많다. 양당 모두 사활을 걸고 벼랑 끝 승부를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구 출신으로 민주당과의 공조를 통해 개혁당 간판으로 나선 운동권 경력의 유 후보와 전북 순창 출신으로 검사 출신의 전직 의원 이 후보의 대결장은 극과 극을 달리는 경력만큼 양당의 이념 대결장으로 대비되고 있다.


    한나라당 민주당 개혁당이 한곳씩?



    서울 양천 을은 여야 모두 승리를 장담하는 곳이다.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김영배 전 의원에게 3,600여표 차로 패배한 좌절감을 딛고 일찍부터 표밭 다지기에 나선 상태다. 지명도에 동정 표까지 더해지면 승리는 무난하다고 낙관하고 있다.

    이에 맞선 민주당 양재호 후보는 1기 민선 구청장 출신으로 지명도 면에서는 뒤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이전 김영배 전 의원이 6선에 성공한 데다 지난 대선 때도 노 대통령이 이회창 후보를 5% 포인트 이상 따돌린 곳이기에 전체 분위기상 민주당 텃밭지역으로 자신하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39세의 젊음을 앞세운 오 후보의 바람몰이와 전통적인 강세지역 분위기를 앞세운 양 후보의 대세론이 선거 막판까지 불을 뿜을 전망 속에 민노당 민동원 후보도 추격의 고삐를 바짝 틀어 쥘 태세다.

    경기 의정부시는 한나라당 홍문종 후보에 맞서 민주당에서는 강성종 후보가, 개혁당에서는 허인규 후보가 나섰다. 이들 외에 민노당 목영대 무소속 신동명 후보도 가세했으나 인지도 면에서는 15대 의원을 지낸 홍 후보가 한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초에는 홍 후보와 강 후보의 여야 맞대결 성격이 짙었으나 개혁당 허 후보가 뛰어들어 여권 표가 일정 부분 분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세 곳의 선거전을 표면적인 전망치만 본다면 서울 양천 을은 민주당, 의정부는 한나라당, 경기 고양시는 개혁당의 근소한 우세로 점칠 수 있다. 이 경우 3당이 한곳씩 나눠 갖는 결과이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우세승이 된다.

    반면 한나라당이 두 곳에서만 승리한다면 노 정권에 대한 비판ㆍ견제 강화와 함께 정국 주도권을 다잡을 수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쪽이 모두 전패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패한 정당은 당의 존립까지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양상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재ㆍ보선은 노 정권의 집권 초기 2개월에 대한 국정 수행 평가의 바로미터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2003/04/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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