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사적인, 너무나 사적인 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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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4.16 14:59:24 | 수정시간 : 2003.04.16 14:59:24
  • 사적인, 너무나 사적인 동성애

    유혹에 노출된 대중스타들
    튀고 싶은 욕망인가,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인가



    “장궈롱(張國榮), 록 허드슨, 안소니 퍼킨스, 이안 맥켈렌….”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이들 스타들은 묘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다름 아닌 공개적으로 동성애자(혹은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힌 연예인이라는 점이다.

    만인의 연인이자 우상인 대중 스타라고 해도 이들의 성적 정체성은 극히 존중되어야 할 사적인 부분에 속한다. 하지만 대중 스타들이 출연한 영화나 노래를 들으면서 이들처럼 멋진 남자친구의 등장을 남몰래 기다리기도 했던 팬들에게는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4월 1일 투신자살로 팬들을 충격에 몰아 넣은 홍콩 스타 장궈롱. ‘만우절’ 거짓말 같은 그의 놀라운 사망 소식은 바로 사랑, 동성애 때문이었다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끊이지 않는 동성애 논란



    일반적으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스타가 동성애에 빠져드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영국의 팝 스타 보이 조지와 그의 동성 연인이었던 록 가수 커크 브랜든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격정적이고 격렬한 육체적 동성애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또 영화 ‘자이언트’의 두 남자 주인공인 록 허드슨과 제임스 딘이 모두 동성애자였다는 것은 이들과 함께 공연했던 20세기 ‘은막의 여왕’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고백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됐다.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인 로지 오도넬과 여배우 엘렌 디제네리스는 스스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선언한 경우.

    특히 엘렌 디제네리스는 이러한 커밍 아웃으로 인해 미국 성(性)정보교육위원회(SIECUS)가 선정한 ‘성과 관련해 미국인들에게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로 팝가수 마돈나와 함께 뽑히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케이블 TV 시트콤 ‘앨리의 사랑만들기’에서 섹시한 변호사 링으로 출연한 루시 리우는 영화 ‘미녀 삼총사’ 를 촬영할 당시 동료 배우 배리모어와 동성애 관계라는 소문을 뿌렸고, 꽃미남 스타 키아누 리브스도 끊임없이 동성애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 9월 동성연애자임을 스스로 밝힌 뒤 TV 출연이 정지되고 동료 연기자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 홍석천(32)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유일한 인물이다. 하지만 미남스타 A와 유명 디자이너 B가 동성애 관계를 맺고 있다는 둥 연예계를 중심으로 떠도는 루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대중 스타들은 왜 동성애의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것일까. 그 동안 동성애의 주 원인은 사람의 본능적 행동과 신진대사를 제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상하부의 이상 등 두뇌구조나 유전인자 같은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장궈롱은 영화 ‘해피투게더’ ‘패왕별희’ 등에서 남자를 사랑하는 역을 맡았는데 실제로 영화 속에서처럼 동성 연인과 깊은 관계를 맺어와 기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 명의 20대 청년을 알았다. 그와 ‘당당’(오랜 남자 연인) 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될지 몰라서 아주 괴롭다.

    그래서 자살하려고 한다”(認識一位二十多歲靑年, 在他與 '唐唐' 間不知道如何選擇才好, 十分困擾, 所以要自殺). 장궈롱이 남긴 유서의 한 대목이다.

    또한 ‘해피투게더’에서 장궈롱과 동성애 연기를 펼쳤던 양조위(梁朝偉)는 1997년 부산국제영화제 방한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나도 동성애에 대한 꺼림직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를 찍고 나서는 단지 취향의 문제일 뿐 동성애도 똑 같은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작품의 몰입과 동성애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여성성과 남성성을 내면에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남성으로 태어났다면 여성성을 의식적으로 억제해서 내면 안에 가둬두려고 하죠. 여성이라면 그 반대구요. 하지만 대중 스타나 예술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일수록 자기 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성을 이끌어내는 경향이 높습니다.”


    남성의 여성화, 여성의 남성화 가속



    정신과 전문의 김정일 박사는 “무의식 세계를 들여다보면 자신을 실제의 성과 반대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자연히 동성에 호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그의 분석은 “모든 인간은 양성애자이며, 부모와 다른 사람과의 경험의 결과 등으로 이성애자나 동성애자로 발전하는 것”으로 규정했던 프로이드의 인간 성애에 대한 기본 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

    김 박사는 또한 “근래 들어 ‘꽃미남’ ‘터프 걸’ 등 ‘남성의 여성화’나 ‘여성의 남성화’가 가속화되면서, 스타들도 본래의 성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기보다 이성적인 측면을 개발해 색다른 매력을 부각시키고 싶어 한다”고 진단한다.

    동성애가 대중 문화계에서 유행의 한 코드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한 요인인 듯 하다. 수년 전만 해도 말을 꺼내기조차 부담스러웠던 동성애라는 단어가 광고, 영화, 소설, 뮤직 비디오 등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주류 문화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되며 유행 경향을 읽어내는 핵심적인 키워드로 부상함에 따라 이에 관심을 갖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댄스 가수 마돈나와 리키 마틴 등은 동성애 스타일을 이용해 확실히 뜬 대표적인 스타다.국내에도 이를 응용한 스타들이 많다. 지난해 군대에 입대한 가수 홍경민은 종전 모범생과 미소년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댄스곡을 부르며 리키 마틴풍의 섹시하고도 도발적인 춤을 선보이며 스타로 발돋움했고, 룰라의 전 멤버 김지현은 최근 일본 여배우와 함께 출연한 동성애 뮤직비디오로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대중 스타들은 동성애에 대해서도 비교적 우호적인 시각을 보입니다. 보다 튀고 신선한 감각 만이 살아 남는 문화 속에서 동성애마저 하나의 발전된 ‘끼’로 인식하는 것이죠.” 방송 PD 김모 씨의 말이다.

    그는 “플라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역사상 존경 받는 많은 위인들이 동성애자였다. 고대 로마에도 존재했던 동성애가 새로운 트렌드로 인식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모방’ 우려의 시선



    이처럼 비단 동성애 스타 뿐 아니라 동성애 스타일을 추구하는 연예인이 늘면서 ‘청소년 모방’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커졌다. 고려제일신경정신과 김진세 원장은 “내면에 동성애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면 이런 대중 스타들을 보면서 자극 받을 수 있다. 특히 성 정체성이 확고하게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기들에게는 더욱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또한 “원래 동성애가 아닌데도 어린 나이에 접한 육체적인 만족감을 동성애로 착각하기도 한다”며 “동성애는 질환이 아니지만, 사회 통념으로 인해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에 빠질 수 있으므로 이 때에는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귀롱 주연 '패왕별희' 재상영



    '동성애' 비운의 스타 장귀롱(460이 주연을 맡은 영화 '패왕별희'가 4월 1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재상영된다. '패왕별희'는 중근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두 경극배우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영화.

    장귀롱이 맡은 동성애자 '데이'가 실제 장귀롱처럼 동성애자인데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영화 속 배역과 현실속의 삶이 매우 유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첸카이거 감독은 이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거며 쥐었다.

    뤼미에르 극장은 오전 11시30분부터 하루 네 차례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며, 관객의 반응에 따라 상영을 연장할 것도 검토하고 있다. 문의 (02)545-3800.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2003/04/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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