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대중문화의 큰손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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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4.16 15:03:08 | 수정시간 : 2003.04.16 15:03:08
  • 대중문화의 큰손 1019

    10代가 방송, 음악, 영화시장의 소비층



    심상치 않다. 방송, 음악에 이어 드디어 영화까지 접수할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대중문화 전 분야의 패권을 거머쥐려는 이들은 바로 10대들이다. 대중문화는 미적 완성도나 작품성 등 예술적 가치보다 최대의 이윤을 내는 상업성이 보다 큰 목적이다. 방송사나 음반사, 영화사는 보다 많은 이윤 창출을 위한 방향으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한다. 대중문화 자체가 자본주의라는 토양에서 생겨났고 자랐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의 판도는 문화 상품의 소구층에 따라 철저히 재편된다. ‘고무신족’ 에서 ‘오빠부대’를 거쳐 ‘빠순이’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 도입기에서부터 최근까지 문화 소비력을 갖고 있는 쪽으로 대중문화의 내용과 구조는 변화해왔다.

    타 분야와는 달리 그 동안 20~30대가 주관객층을 형성하면서 10대의 영향권에 어느 정도 벗어나 있던 영화에서도 관객층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전에 한국 영화를 많이 보지 않던 10대 후반이 대거 극장으로 몰리면서 영화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10대의 후원 아래 관객 500만명 초읽기에 들어갔다. 돌이켜보면 관객 500만명을 기록했던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 또한 10대를 극장으로 불러 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 세대교체의 진원지 역할



    관객층의 변화는 영화의 장르와 내용 그리고 스타의 중심이동을 초래하고 있다. 10대들은 감성이 단순하고, 주제가 뚜렷한 영화들을 좋아해 앞으로 코미디 영화가 인기를 얻고 주류를 형성할 경향이 높다.

    특히 10대들의 감성을 가장 잘 발현해 줄 수 있는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붐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나 ‘엽기적인 그녀’ 역시 인터넷 소설. 영화화 이전에 10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인터넷의 특성상 고민과 진정성보다는 가볍고 일회성 배설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최근 영화 기획사에서 영화화를 할 계획을 갖고 군침을 흘리는 작품은 동갑내기와 사귀다가 임신을 한 15세 소녀의 이야기인 ‘임신일기’, ‘쉬즈 마인’,‘옥탑방 고양이’ 등이 있다. 이미 제작이 확정된 인터넷 소설은 세편이나 된다. 익영영화사가 제작하는 ‘백조와 백수’, 무비캠이 만드는 ‘그놈이 멋있었다’, 제이엘 엔터테인먼트의 ‘내사랑 싸가지’ 등이다.

    이 인터넷 소설들은 대부분 10대 저자들이 자신의 일상과 친구의 이야기를 여과없이 배설하듯 써 간 것이 공통점이다. 세 편의 인터넷 소설을 발표하고 영화 판권계약(그놈이 멋있었다)까지 한 귀여니(본명 이윤세)는 올해 2월 충북제천여고를 졸업한 18세 소녀다.

    10대를 겨냥한 영화 제작은 앞으로 더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 속성상 하나의 장르나 소재가 인기를 얻으면 대부분 영화들이 약간의 변형만을 가해 비슷한 류의 영화를 쏟아내는 특성이 있는데다 10대 후반이 확고한 관객층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스타의 세대 교체도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요즘 영화 투자, 제작기획사 사이에서 캐스팅 1순위에 오르는 배우는 더 이상 한석규 박중훈 전도연 이영애 이미연이 아니다. 전지현 차태현 권상우 장혁 조인성 김하늘 임창정 손예진 조한선 등 10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연기자들에게만 이들 제작사들의 눈길이 쏠려 있다.



    10대들의 영향권 아래 가장 먼저 들어 간 장르는 음악이었다. 1980년대 후반 댄스 음악 붐이 일면서 10대들은 주요한 음반 수요층으로 떠오르고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10대는 음악과 음반의 경향을 지배하는 명실공히 실세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HOT, 잭스키스, SES, 핑클 등 아이돌 스타 가수들이 양산됐고, 음반은 10대들이 좋아하는 댄스음악과 발라드 음악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최근까지도 이러한 경향은 음악과 음반산업을 지배하는 주요한 흐름이다.

    방송 역시 문화상품 소비력이 가장 왕성한 10대의 영향권 아래 있기는 마찬가지. 결정적인 계기는 1992년 MBC에서 최초로 방송한 트렌디 드라마 ‘질투’였다. 젊은 감각과 유행으로 무장한 젊은 연기자들을 대거 투입해 현란한 영상과 음악을 배경으로 가볍고 경쾌한 신세대적 사랑을 그려 10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를 계기로10대를 위한 트렌디 드라마는 안방극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장르로 자리 잡았고, 홍수를 이뤘다. 드라마와 가요의 이 같은 10대 경도 현상은 오락예능 프로그램 제작에도 영향을 미쳐 10대를 위한 방송으로 전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1903년 활동사진 형태의 영화 ‘의리적 구투’가 소개되고, 1925년 일본 축음기 상회에서 낸 박채선 이류색이 부른 유행창가 ‘이 풍진 세월’로 대중음악의 역사를 시작하고, 1927년 경성방송국 개국으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해 대중문화 초창기를 열었다. 이 때의 주요 대중문화 소비층은 기생에서부터 대학교수까지 다양했다.

    영화 중심의 대중문화가 형성된 1950~1960년대에는 30~50대 아줌마가 가장 왕성한 문화 소비층이었다. 극장을 찾을 때 고무신을 신고 간다는 말에서 유래된 ‘고무신족’은 멜로 영화를 우리 영화의 주류에 자리매김했고, 트로트 위주의 음악을 주요한 흐름으로 정착시켰다.

    1970년대 들어서 텔레비전 방송이 본격화하고 텔레비전 수상기 보급이 급증하면서 대중문화 수요층이 나눠지기 시작했다. 가요계에선 수요층이 20대로 낮아지면서 팬의 양분화가 이뤄졌다. 남진 나훈아로 대변되는 트로트의 황제 대결의 부상은 20대 공장 근로자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낳은 결과였고, 송창식 윤형주 조영남 이장희 양희은 등 청바지와 생맥주로 상징되는 포크송의 소비자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20대였다.

    텔레비전이 대중문화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영화는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극장을 찾던 30~50대 고무신족은 안방극장으로 몰려 방송사의 일일극과 주말극 붐 조성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이때 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20~40대 성인 남자로 1970년대 영화의 주류를 이뤘던 호스티스 영화의 주소비층이었다.

    1980년대의 경우 방송, 음반, 영화에서 가장 왕성한 문화 소비층은 20~30대였고 이 시기를 거쳐 10대들이 1990년대부터는 대중문화의 판도 변화에 핵심 역할을 해오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의 대중문화 소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해석이 있다. 지배적 가치체계에서 멸시받는 대중문화와 대중스타들에 대한 왕성한 소비는 종속적인 즉 사회적으로 주변적이고 무력한 집단인 남성보다는 여성, 성인보다는 청소년, 상류층보다는 중하류층에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사회적 설명도 나온다.

    또한 스타와 대중문화 팬의 절대다수가 여성과 청소년인 것은 문화적으로 가장 통합되지 않는 ‘미개(未開)한 분자(分子)’인 동시에 문화적으로 가장 활발한 현대성의 세력이고 감정이 순진하고 열렬하기 때문이라는 심리학적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경제적 성장으로 인해 10대들이 문화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갖춘 것과 현실 불만을 접하기 쉬운 대중문화를 통해 욕구 분출을 하는 것도 큰 요인이다.




    대중문화의 획일화 등 부작용도



    10대의 대중문화 지배현상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가장 큰 병폐는 대중문화의 획일화이다. 대량복제와 대량소비를 전제로 한 대중문화의 특성을 무시하는 것일 수 있지만 문화는 다양성이 존재해야 발전할 수 있다.

    문화상품은 이윤을 창출하는 일반적인 상품 속성도 있지만 미적 욕구와 사람의 정서를 자극하는 예술적인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10대가 대중문화 지배층으로 득세하면서 가요계에선 성인 가수들이 뒷전으로 물러나고 성인층은 가요를 소비할 수 있는 방송 등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그나마 대중가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성인가수들이 활동하고 있는 미사리로 향하고 있다. 안방에서도 채널 선택권은 10대 자녀들에게 넘어간 지 이미 오래다. 이제 극장에서도 10대의 객석 점유율은 점점 더 올라간다.

    10대를 위한 획일적인 대중문화의 콘텐츠 제작이 기승을 부릴수록 더 많은 대중을 대중문화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이것은 분명 우리 대중문화 발전에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 이제는 다양한 연령층을 대중문화의 소비층으로 껴안을 때가 왔다.

    일본에선 10대 아이돌 스타가 청소년에게 우상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야쿠쇼 코오지 등 30~50대 연기자 역시 국민배우로 각광 받고 있으며 60~70대 코미디언들이 10대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것은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 제작이 가져온 결과이다.

    우리 대중문화는 양적 팽창만을 위해 고속질주를 해왔지만 그 시장 규모에 맞는 질적 내용도 담보할 시기에 섰다. 대중문화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고민할 때인 것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2003/04/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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