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대우 삼킨 새우' 영안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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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4.18 15:15:11 | 수정시간 : 2003.04.18 15:15:11
  • '대우 삼킨 새우' 영안모자

    세계최대 모자생산업체, 대우버스 인수로 자동차 관련산업 본격 진출



    봄꽃내음으로 가득한 부사 부산진구 전포동 대우버스(주) 공장. 대지 9,500평 규모에 새시와 차체, 도장, 의장 등 4개 라인으로 구성된 50년 역사의 이 공장은 최근 새 주인을 맞았다. 세계1위의 모자 생산업체인 영안모자가 그 주인공. 1,060명의 직원들은 새 주인과 함께 '대우버스'(전 대우차 부산 보스공장)에 새롭게 시동을 걸고 있는 중이다.




    매출규모 9배 큰 고래를 삼키다



    영안모자와 영안개발컨소시엄은 4월2일 부산시청에서 백성학(63) 영안회장과 이종대 대우차 회장, 최영재 대우버스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우버스 및 중국 궤린 대우객차유한회사 지분 60%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영안모자의 대우버스 인수는 매출 규모에서 9배나 큰 고래를 새우가 삼킨 대표적인 기업인수합병(MA) 사례로 꼽힌다. 영안모자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그 브랜드를 더욱 널리 알린 기업. 연 매출 2억1,000만 달러로 세계 모자 시장 점유율이 40$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모자 생산업체다.

    영안모자를 세우고 키워온 백 회장의 일생은 한 편의 드라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말 열 살 소년 백성학은 고향 원산 갈마항에서 피란가는 교회 형들을 배웅하러 나루터에 나가 배에 잠깐 올라탔다 가족들과 생이별하는 고초를 겪게 된다. 얼떨결에 묵호항에 도착한 후 3년간 거지 생활을 하던 그는 가족이 있는 북한으로 가려고 무조건 북으로 걸어가다 강원 홍천 인근에서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지 못해 쓰러졌다.

    그는 그곳에서 한국군과 미군부대에서 잔심부름을 해주는 '쇼리' 생활을 하게 된다. 이때 그를 돌봐준 사람은 같은 고아 출신의 '빌리'라는 미군. 미군부대에서 일하던 중 북한군이 쏜 포탄이 유류 저장고를 명중시키면서 전신에 화상을 입은 그는 '빌리'의 도움으로 19개월간 치료를 받은 후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15세가 된 그는 서울로 상경, 모자가게 사환으로 취직했다. 하루18시간씩 일한 결과 19세에 처음으로 자신의 모자가게를 차릴 수 있었다. 그는 편하고 멋진 모자를 만들기 위해 종일 사람 머리 모양만 연구했다. 단골이 늘어나고 번창하던 그에게 5·16 군사혁명은 또 다른 시련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국민에게 국민 재건복을 입도록 하면서 사치스러운 모자도 자취를 감춰버리게 됐기 때문이다.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재고는 엄청나게 늘었지만 백성학 회장은 싼값에 고급 모자를 왕창 사들여 창고에 보관했다. 사람들은 다시 모자를 찾게 됐고 백 회장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게 됐다.


    피란 소년이 이룩한 모자왕국



    영안모자를 세운 백 회장은 미국 수출로 승승장구했고 미국 프로야구단이 팬들에게 제공하는 스포츠 캡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영안모자는 미국 프로 스포츠 구단의 모든 팬 서비스용 모자를 휩쓸었다.

    영안모자는 현재 미국에서 3개 공장을 비롯, 코스타리카, 중국,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전 세게에 14개 생산 거점과 12개 판매법인을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연간 만드는 모자 개수는 1억개를 웃돌며 연간 모자 매출이 2억1,0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다. 북미 시장 점유율만 70%에 달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모자 제조업체인 셈이다.

    최근 세계적인 지게차 업체인 클라크 본사를 인수해 화제가 된 영안모자는 이번에 대우자동차 버스 부문을 인수하면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영안의 대우차 버스부문 인수는 지난해 8월 9일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8개월 만에 완료했다. 인수금액은 총 1,483억원으로, 영안측은 종업원 퇴직금(506억원)등 부채 919억원을 인수하고 현금으로 564억원을 지급했으며 1,060명의 종업원 전원을 고용 승계했다.

    영안모자의 중장기 사업계획은 한층 야심차다. 영안모자의 한광우 이사는 "기존 공장부지를 매각한 뒤 3, 4년 내에 부산시 외곽에 5만평 규모의 새 공장을 건설해 확장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과 코스타리카의 기존공장을 확충하고 서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추가로 공장을 신선하는 등 해외 판매망을 확충해 수출을 확대한다는 중장기 벌전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지게차 생산업체 클라크 인수



    영안개발은 이미 1995년 코스타리카의 현지 버스 생산업체인 마우코를 인수, 중남미 6개국에서 버스를 판매하고 있으며, 영안개발의 모회사인 영안모자는 1월 중장비 지게차 생산업체인 미국 클라크의 본사를 인수하는 등 자동차 관련산업에 잇따라 진출한 상태다. 미국의 지게차 생산업체인 클라크 머티어리얼 핸들링 컴퍼니(CMHC)는 98년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을 위해 매각한 경남 창원의 삼성중공업 지게차 부문을 인수한 기업이다.

    영안모자는 클라크 상표·특허 및 제조기술 관련 지적재산권은 물룬 미국내 부품사업과 영업관련 판매권 전부를 인수한데 이어 전세계 클라크 생산·판매 공장을 단계별로 인수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영안은 연간 매출액 3억5,000만달러인 클라크사를 모두 인수해 정상화할 경우 매년 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안모자가 인수한 대우버스는 대우차 정리계획에 따라 지난해 10월 신설된 법인. 현재 내수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부산공장인 연가 6000대, 중국 궤린공장이 연간 3000대 가량의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영안은 이와 함께 고합의 섬유원로업체인 케미컬 부문 인수도 추진 중에 있다.

    사업에 성공한 백 회장은 전쟁 당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빌리'와 감격스러운 해후도 했다. 전직 FBI 요원을 통해 4년간 미국 전역을 샅샅이 뒤진 끝에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빌딩 청소부 겸 야간 관리인으로 일하던 '빌리'를 찾아냈다. 그는 빌리의 요청에 따라 강원 홍천 6만평의 부지 규모의 복지시설 백학마을에 '빌리 사랑의 집'을 세웠다.

    백 회장이 사재를 털어 만든 이곳에는 고아원, 병원, 양로원, 장애인 수용시설, 자활 공장이 들어서 있다.




    부의 사회환원에 앞장 서



    백 회장은 인생에서 두 가지 신조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자신이 번 돈의 20%는 무조건 다시 사회에 기부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은행돈을 결국 국민 세금이기 때문에 가급적 쓰지 않고 절대로 축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백 회장은 어머니를 기리는 교회를 지어 이화여대에 기부하기도 했고 독립 기념관을 지을때 5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또 학교법인 숭의학원을 인수, 숭의여자대학과 초·중·고학교도 운영 중이다.








    입력시간 2003/04/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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