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바퀴달린 운동화에 대박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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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5.29 15:00:58 | 수정시간 : 2003.05.29 15:00:58
  • 바퀴달린 운동화에 대박을 싣고

    힐리스 신드롬… 회원수 10만명의 마니아 만든 20대 젊은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만들어진 발명품은 또 하나의 새로운 마니아 문화를 창조해 낸다.

    최근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뒤꿈치로 서서 앞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힙합 차림의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 인라인스케이트도, 스케이트 보드를 탄 것도 아니다. 바퀴 달린 운동화 ‘힐리스(Heelys)’다. 그 인기는 이제 10~20대를 너머 30대 직장인 사이에서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인라인스케이트처럼 신발을 벗는 불편함도 없이 운동화 뒤축에 달린 바퀴로 앞발을 살짝 들면 미끄럼을 탈 수 있고, 평상시엔 운동화를 신은 듯 걸을 수 있다.


    이광석 이효승 두 젊은이의 승부수



    힐리스는 어린 시절, 롤러 스케이트를 즐겨 타던 미국의 심리학자 로저 애덤스가 ‘걸을 수도 있고 스케이트도 탈 수 있는 무언가가 없을까’를 고민하다 개발해 2000년 말부터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인라인스케이트처럼 360도 회전 등 각종 묘기는 물론 시속 48㎞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 휴대폰과 무선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는 ‘모바일’ 세대의 취향과 딱 맞아 ‘디지털 노매드’족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1시 서울 여의도공원 호수옆 ‘사모정’주변에는 힐리스 동호회(www.safeheeling.com) 회원 수 십명이 정모(정기모임)을 갖고 힐링 강습과 함께 360도 회전 등 각종 묘기를 선보인다. 비가 오는 날이면 힐링하기 좋은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수역 내 공연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포탈사이트 다음의 카페 등 인터넷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하는 스타프롬힐리스와 인천 힐리스 마니아 등 힐리스 동호회만도 수십 개로 동호회원수는 이미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새로운 마니아 문화는 또 하나의 ‘대박’ 상품을 탄생시켰다. 지난해 초 처음으로 힐리스를 국내에 들여온 EM커뮤니케이션의 젊은 CEO 이광석(28) 사장이 ‘인생역전’을 일궈낸 대박의 주인공이다.

    기회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온다고 했던가. 이 사장이 힐리스를 처음 접한 것은 2001년 8월.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날 용띠 동갑내기 동료인 이효승(28) EM커뮤니케이션 기획실장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신문 국제면에 실린 미국의 힐리스 열풍 기사가 눈에 띄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 3년 재학 중 휴학을 하고 인터넷으로 각종 모임을 주선하는 친구 회사에 들어간 이 사장은 “이건 물건이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인라인스케이트의 정비 제품인 ‘소닉’을 수입 판매해 본 경험을 살려 이 사장은 곧장 미국의 힐리스 본사 홈페이지를 뒤져 담당자와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수 십 차례 메일을 보냈지만 회신 한 장 오지 않았다. 그렇게 초조하게 답장을 기다리던 중 미국이 아닌 부산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미국 힐리스 본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부산의 부경실업 관계자였다.

    부경실업은 힐리스와 휠라 등 유명 상호의 신발을 하청 받아 생산, 수출하는 부산의 중견 신발제조 업체다. 이 사장은 이때 비로소 힐리스의 제품을 독점생산하는 업체가 부산에 있다는 것과 부경실업이 국내 판매를 책임질 업체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머니돈으로 시작된 인생역전



    이 사장은 이때부터 이 실장과 함께 둘이서 꼬박 2주간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온ㆍ오프라인 판매 계획을 세심하게 세워 만든 사업계획서를 들고 부경실업이 위치한 부산으로 향했다. 주머니돈 50만원을 털어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프로젝터를 30만원에 빌리고 비행기티켓을 샀다.

    부경실업 최종상(48) 사장은 젊고 의욕이 넘치는 이들의 사업계획서를 면밀히 검토하며 그 진지함과 열의에 감명을 받았다. 이미 몇몇 대기업들이 국내 독점공급을 요청해 왔지만 이들만큼 세밀하고 재치 있는 아이디어로 프리젠테이션을 한 곳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난 후인 2001년 크리스마스 이브 날 3평 남짓한 홍대앞 사무실에서 이들은 꿈에서도 손꼽아 고대하던 희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미국 본사와 힐리스에 대한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대박을 낚은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독점 공급권을 따내긴 했지만 정작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미국에서는 힐리스가 이미 200만 켤레이상 팔려나간 베스트 셀러였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그런 제품의 이름도 생소한 무풍지대 였기 때문이었다.

    이광석 사장은 “막상 독점 계약은 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마케팅을 전개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며 “결국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힐리스 마니아 층이 형성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데 생각이 미치게 되더군요”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다고 대대적인 광고는 자금 사정 때문에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초기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리저리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나 현실은 냉담했다. 은행들 마다 이들에 대해 등을 돌렸다. 이들은 겨우 친척과 친구들을 통해 5,000만원을 모았다.

    우선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다. 부경실업으로부터 4,000만원 어치의 힐리스를 현찰로 구입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낸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었다. 처음 발주한 물량은 고작 100켤레(소비자 가격 켤레당 12만ㆍ15만원) 정도로 ‘혹시나’하는 위기의식이 더 높았다.

    일이 잘 안 풀릴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대행사업으로 어떻게 든 버텨 볼 속셈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타깃도 단순화해 고등학교와 대학생에만 맞췄다. 마니아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는 고등학교와 대학생을 주고객으로 끌어들인다면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이를 독려하기 위해 이사장과 이 실장은 직접 힐리스를 신고 묘기를 보여야 했다. 판매 한 달 만에 동호회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신상품을 먼저 접해 사용하는 ‘얼리 어답터’족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시중 백화점과 스포츠 몰 등에 찾아가 제품소개에 나서면서 매장 참여를 요청했지만 힐리스 제품에 대한 호기심에 관심만 보일 뿐 선뜻 매장을 내주는 곳은 없었다.

    그러나 기회는 TV방송을 타고 찾아왔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 듀엣 가수 에즈원이 백 댄서와 함께 미국에서 직접 사온 힐리스를 신고 TV출연에 나섰던 것.

    “무엇을 신었기에 저렇게 멋지게 미끄러지냐”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힐리스의 명성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힐리스의 온라인 판매물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힐리스를 배우려는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 동호회를 조직하면서 이 사장도 점점 바빠지기 시작했다.

    최근 남성 아이돌 스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인기가수 세븐도 뮤직비디오에 힐리스를 착용하고 등장하는 등 자발적인 힐리스 팬이 됐다. 최근 세븐은 아예 힐리스의 공식 모델로 합류했다. 그렇게 ‘온 디 에어(on the air)’로 대박의 꿈은 영글어갔다.


    올 매출액 100억원 무난할 듯



    EM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힐리스 3만5,000켤레를 판매해 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따로 대리점 망을 구축하지 않았지만 대리점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났다.

    현재 마산을 1호점으로 전국 곳곳에 구축된 20개의 힐리스 매장은 모두 이런 마니아들의 집결지가 됐다. 3명으로 시작한 EM커뮤니케이션은 현재 서울 홍대앞과 압구정동에 직영점을 개설하고 현대백화점에 진출하는 등 직원 역시 20명으로 늘어나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힐리스 직영점은 세계 최초의 오프라인 로드숍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손은 달리는 상황. 얼마 전 힐리스 수요가 폭발한 어린이날에는 이 사장까지 직접 백화점에 나가 매장 점원이 되는 등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그만큼 보람도 크다. 우선 매출이 수직상승하고 있고 힐리스를 모방한 유사품까지 나올만큼 브랜드 명성도 높아졌다. 올해 매출 목표로 삼고 있는 100억원 대를 무난히 돌파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물론 빠른 성장 만큼 고민도 깊다. 최근 소비자보호원에서 힐리스를 타다 각종 안전 사고를 당한 사례들을 발표하면서 언론들이 이를 과대 포장해 보도하면서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힐리스 동호회원들은 대부분 힐리스를 신고 달리다가 넘어진 적은 별로 없지만 걷다가 넘어진 경우는 많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달리는 것을 배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걸을 때 주의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또 포장도로라도 작은 돌이 깔린 곳에서는 쉽게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고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인라인스케이트용 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

    이 사장은 “안전기준에 맞춰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들이 힐리스 착용시 부상을 입지 않도록 철저한 안전교육을 사전에 시키기 위해 직원들을 통해 안전사용 책자를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컬쳐쇼크’ 아이템으로 사업 극대화 구상



    EM커뮤니케이션은 조만간 ‘컬쳐쇼크’로 사명을 바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사장은 “앞으로 문화적 충격을 줄 수 있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계속 승부할 생각”이라며 “힐리스처럼 대박을 가져올 아이템 2개를 현재 착실히 준비 중에 있다”고 의욕감을 불태웠다.

    특히 해외 스포츠용품, 생활가전, 주방용품, 신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을 선별, 수입 판매를 모색 중에 있다. 모든 제품은 연관성을 갖고 있어 얼마든지 다른 제품으로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컬쳐쇼크’의 모토가 될 것이라는 것이 이사장의 생각이다.

    이 사장은 또 조만간 힐리스 브랜드의 명성을 극대화 시켜 힙합 패션과 스포츠 캡 등에 대한 판매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뉴질랜드, 호주, 러시아, 중국 등지에 대한 힐리스 대리점을 낼 계획도 가지고 있다. 20대 젊은 사업가의 꿈은 여름이 한층 다가올수록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3/05/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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