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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5.29 16:30:05 | 수정시간 : 2003.05.29 16:30:05
  • [시네마 타운] 튜브

    할리우드식 리얼액션,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비전 제시

    ■ 감독: 백운학
    ■ 주연: 김석훈, 박상민, 배두나,
     권오중, 남창희 
    ■ 장르: 액션 
    ■ 제작년도: 2003
    ■ 개봉일: 2003년 06월 05일
    ■ 국가: 한국
    ■ 공식홈페이지: www.thetube.co.kr
    


    짜릿한 스피드의 전율이 온몸을 휘어 감는 기억이 아련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스피드>를 기억하는가. 그 느낌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반가워 해야 할 소식이 하나 있다. 정통 할리우드 스피드 액션과 맥을 같이 하는 국산 영화 <튜브>가 개봉된다.

    김석훈과 박상민, 그리고 배두나가 주연하는 이 영화는 백운학 감독의 말대로 뻔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여지껏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실감나는 폭파 신과 스턴트 액션, 그리고 다리가 오그라들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피드 액션 등 통쾌한 볼거리 액션을 제공한다. 그래서 뻔한 할리우드 액션이지만 국산 영화이기에 색다른 느낌으로. 액션을 보는 것이 마냥 새롭게 다가온다.

    운세 정보의 역술가 이름으로, 혹은 철학관 상호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 그런지 몰라도 왠지 범상치 않을 듯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백운학 감독은 1993년 단편 <허리병>으로 신인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뒤 대흥기획 프로듀서(93~96년)로 50여 편의 TV CF를 기획ㆍ제작한 베테랑이다.

    그의 다양한 경력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액션영화의 한 획을 그은 역작 <쉬리>의 공동 각색과 조연출을 맡았다는 점이다. 튜브(tube)란 말은 영국에서 지하철이라는 뜻으로 통하는데, 백 감독이 데뷔작으로 내놓은 영화 <튜브> 역시 마찬가지다. 질주하는 지하철이 이 영화 스토리의 핵이다.

    백 감독은 시사회 후 “신인 감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면서 “의도대로 재미있는 영화가 나온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또 “칸영화제 마케팅에서 판매도 성공적이어서 기분이 좋고 흐뭇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쉬리 이후 오랜만에 볼거리 제공



    3년 여의 제작기간에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완성된 <튜브>는 할리우드식 리얼 액션 못지않은 속도감과 액션을 선보여 영화 팬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한국형 블록버스트 영화는 <쉬리>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만한 후속타가 없어 맥이 끊어진 것이나 다름 없는 상태였다.

    그간 영화인들의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제작 비용이나 배우들의 인지도를 무색케 할 정도로 실망스럽다 못해 신경질이 다 나는,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었던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지하철 액션 영화 <튜브>는 전 국가비밀요원이 상관의 배신과 부하들의 죽음에 격분한 나머지 지하철을 탈취해 1,300만 서울 시민을 인질로 한 테러극을 벌인다. 때마침 명령 불복종 때문에 한직인 지하철 수사대로 밀려난 장 형사가 테러범과 대결하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전직 국가 비밀요원과 유능하지만 좌천된 형사라는 캐릭터 설정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지겹도록 본 설정이다. 툭하면 전직 CIA, FBI 최우수 요원이고, 미 특수부대의 최정예대원을 끌고 나오는데, 이는 거의 무조건적인 설정에 가깝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활약을 하는 할리우드 영화는 ‘리틀 빅 히어로’가 유일하다 생각될 정도니 말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본떠다 보니 그런 고리타분한 캐릭터 설정과 풍조마저 그대로 가져왔는지 모르지만 이는 국내 정서상 팬들과의 거리감으로 작용해 자칫 유치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권력과 배신, 복수혈전



    영화는 형사 장도준(김석훈), 국회의원 송일권, 테러범 강기택(박상민), 소매치기 인경(배두나). 이렇게 네 사람의 캐릭터에 의해 흘러간다. 유능하고 패기 넘치는 장형사. 그는 테러범 강기택으로부터 권력의 실세 송 의원을 구해내는 공을 세우지만 그 과정에서 애인을 잃게 되고, 심한 자책감과 상실감에 빠진다.

    테러범 강기택은 전직 국가비밀요원으로 검은 세력의 모략에 의해 축출당한 인물로 지하철을 자신의 목표물로 삼은 냉혈한이다. 한때 검은 세력의 충복이었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알고 있어 ‘토사구팽’ 당할 처지에 몰리자 이에 대한 앙갚음으로 복수극을 벌인 것이다.

    인경은 소매치기 범으로 어이없게도 장 형사의 지갑을 훔치다 잡힌 것을 계기로 그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에게 연정을 품는 그녀는 돈 대신 그의 사진을 접수한다. 송 의원은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이다. 권력의 실세로 간악한 정치인 그 자체다.

    강기택은 차기 대권후보이자 자신을 사주한 인물중 하나인 서울시장의 지하철 시승 행사에 나타나 시장을 제거하고 지하철을 탈취하는 것으로 광란의 질주가 시작된다. 자신을 배신한 국가와 인간들에 대한 복수가 테러범이 계획한 ‘이 질주’의 성격인 것이다.

    소매치기 인경으로부터 테러범의 지하철 탈취 계획을 접수한 장형사는 정의의 핏발을 세우며 폭주전차 속으로 돌진한다. 강기택은 또 한명의 타깃인 송 의원의 비리를 온 세상에 드러내고, 지하철을 죽음의 벼랑으로 몰아 넣어 복수하려 하지만, 1,000만 서울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이 도발행위를 장형사는 끊임없이 테러리스트에게 태클을 건다.

    소매치기 소녀까지 가담한 이 폭주 속 세 사람은 결국 붕괴 위험이 있는 잠실대교 위에서 피할 수 없는 일전을 벌이게 된다. 이렇게 세 사람은 목숨을 걸고 테러분자와 맞서지만, 송 의원은 자신이 검은 세력의 주구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지하철을 또 다른 죽음의 터널로 밀어넣어 관객을 분노케 한다.

    당연히 결말은 주인공인 장형사가 애인의 목숨을 앗아갔던 강기택을 제압하는 것으로 끝나리라 생각하겠지만 한 정치인의 비열함과 테러리스트의 치밀함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는다. 더 이상 무고한 이들의 희생을 막고 엄청난 이 사건의 종결을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을 알고 그는 장렬하게 산화하고, 영화는 주인공에게 마저 사정을 두지 않고 막을 내린다.

    거침없이 그리고 쉴 새 없이 질주하는 이틀간을 다루는 영화기 때문에 그 내용 전개의 속도감과 열차의 속도감, 그리고 이를 표현한 그래픽은 보는 이를 흥분케 하기에 충분하고 충실하다. 그러나 그러한 특성 때문에 내용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감동보다는 액션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재미를 우선으로 찾는다면 이 영화를 택해도 후회는 없을 듯하다.



    윤지환 영화평론가 tavarish@hanmail.net

    입력시간 2003/05/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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