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일파만파 '부동산 게이트'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2003.06.03 15:52:13 | 수정시간 : 2003.06.03 15:52:13
  • 일파만파 '부동산 게이트'

    건평씨 땅거래로 시작, 권력형 부동산 투기로 비화
    대통령 직접해명에도 불구, S산업 실체 등 의혹 증폭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보유한 한려해상국립공원내 별장과 카페 건물을 둘러싼 의혹에서 시작된 ‘건평씨 게이트’가 노 대통령의 도덕성 뿐만 아니라 권위까지 위협하고 있다.

    노건평씨의 사적인 부동산 거래에 노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자 대통령은 5월 28일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의혹에 관해 해명하고 게이트 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해명은 한때 후원회장을 맡았던 측근 이기명씨의 권력형 부동산 투기 의혹을 부풀리는 등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와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집권 3개월만에 불거진 대통령 주변인물의 각종 의혹과 이에 따른 혼란은 마치 집권 말기의 레임덕 현상을 방불케 한다.


    청와대의 미흡한 해명



    건평씨 문제는 경남 거제시 구조라리에 있는 카페건물과 별장 건물의 투기의혹에서 시작됐다. 건평씨가 80년대 초반부터 사 모으기 시작했다는 땅은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위치했고 이 땅에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나중에 관광지인 거제도로부터 건축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큰 외압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한번 제기된 의혹은 거기서 그치지는 않았다. 건평씨가 소유한(했던) 거제시 성포리 땅과 진영읍 여래리 땅의 거래과정 등에 대한 의혹으로 번져간 것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운영했던 생수회사 장수천의 대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처분한 진영읍내 요지의 여래리 땅 300여평은 실 소유주가 노 대통령이라는 주장과 함께 건평씨 처남에게 넘어간 경매 처분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등 많은 뒷말을 남겼다.

    노 대통령은 사태가 이쯤되자 ‘막가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직접 해명에 나섰다. 지금까지의 논란은 모두 장수천의 경영 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를 구한다는 것이 요지. 구체적인 해명은 장수천 부채를 갚기 위해 사용된 부동산, 즉 경남 진영읍 여래리 땅과 경기 용인시 구성면 청덕리 임야의 거래에 집중됐다.

    해명에 따르면 여래리 땅은 노 대통령이 자동차 매매상사를 처분한 자금 3억6,000만원을 형님인 건평씨에 줘 마을 주민 2명과 함께 공동 구입한 것으로, 노 대통령이 “형님이 장수천에 많은 돈을 투자해 여래리 땅을 형님에게 양보했다”고 해명함으로써 실 소유주 논란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문제는 용인 청덕리 임야에서 불거졌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씨가 장수천의 연대 보증을 선 책임 때문에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선영 2만여평을 팔아 20여억원의 장수천 부채를 갚았다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씨가 선영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지인을 매매계약자로 주선해 줬다”고 밝혀 간접 개입했음을 시인했다. 의혹은 “용인 임야를 지난해 8월 첫번째 계약자와 28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나 중간에 계약이 깨지는 바람에 올해 2월28일 40억원에 재계약을 맺었다”는 노 대통령의 해명 대목에서 나왔다.

    ‘1차 계약은 급매도여서 계약 금액이 작았다’는 해명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6개월만에 땅값이 무려 12억원이나 뛴 것은 보통의 국민정서상으로도 납득이 안될 뿐더러 대통령 취임 직후에 그런 2차 계약이 성사됐다는 것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건평씨 게이트는 노 대통령의 후광을 입은 이기명씨의 권력형 부동산 거래라는 2라운드로 넘어갔다.


    이기명씨 임야의 진실은



    문제가 된 이기명씨 임야는 경기 용인시 구성면 청덕리 산27의2 일대 2만여평이다. 청와대는 당초 이 땅을 28억원에 팔기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가 나중에 깨졌다며 28억원으로 매매 거래액이 적힌 계약서까지 공개했다. 매매계약서에는 총 계약금액이 28억5,000만원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해명 바로 다음날인 29일 이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첫 거래액수는 청와대가 언급한 28억5,000만원이 아니라, 이보다 10억원 많은 38억5,000만원”이라고 청와대의 해명을 번복하고 나섰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자신의 부채 10억원을 매수인이 승계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청와대 발표가 실제보다 10억원 적게 나왔다는 것이다.

    “부채가 공개되는 것을 꺼려 이 부분을 누락시켰다”는 이씨는 “이로써 당초 28억원에 팔았다가 노 대통령이 당선된 뒤 12억원을 올려 팔았다는 의혹은 해소됐다”고까지 덧붙였다. 부채승계라는 중요한 내용을 계약서에 담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한 해명이 없는 가운데 이씨는 여기까지만 밝히고 종적을 감췄다.

    이씨의 1차 매매거래 내용이 명쾌하지 않은 가운데 이씨는 2차 매매계약의 당사자로 알려진 S산업개발측과 용인 땅에 대규모 실버타운과 같은 복지시설을 직접 조성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최근까지만 해도 “S산업개발측과는 계약을 하기 위해 처음 만났고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순수한 매매 거래 당사자들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이미 지난 한달새 울창한 나무들이 잘려나가고, 진입로 공사가 한창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S산업개발은 4월 중순께 이씨와 공동으로 10만평 규모의 대규모 실버타운 건립계획에 관한 질의서를 용인시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획서에는 S산업개발로 넘어간 산27의2 외에 주변에 있는 이씨와 이씨의 형의 땅 5필지 8만평이 추가돼 있다. 이씨의 형은 용인시로부터 ‘농가주택용 산림훼손 허가’를 받아 1,000여평에서 벌목 등 기반조성작업을 벌이고 있다.

    실버타운 개발계획이 사실이라면 이씨가 왜 1차 매매 계약을 파기하고 S산업개발과 최종 매매계약을 맺었는지, 또 S산업개발은 어떤 이유에서 고압전선 통과 등으로 인해 쓸모없는 땅이라던 이 곳을 매입했는지 자명해진다.


    S산업개발의 실체도 안개속



    이씨와 40억원에 용인 임야 매매계약을 체결한 S산업개발은 자본금 1억원의 영세기업. 더구나 법인등기부등본에 나타난 설립 일자는 지난 2월20일로, 계약 체결 8일전에 설립됐다.

    이 때문에 계약을 위해 급조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있다. 대표이사 정모(50)씨는 경기 안산시 원곡동의 20평형대 빌라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T오피스텔에 자리잡은 S산업 사무실은 꽁꽁 닫혀 있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S산업의 실소유주는 따로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용인시 일대에서 이씨의 양아들을 자처하고 있는 윤모(54)씨가 용의선상에 떠올랐다.

    특히 윤씨의 딸(22)이 S산업개발의 등기 이사로 등재돼 있어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와 윤씨 등 관련자들은 연락을 두절한 채 함구로 일관, 의혹만 확대 재생산되는 형편이다.



    김정곤 기자 kimjk@hk.co.kr

    입력시간 2003/06/03 15:52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