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구성애, '제2의 아우성 운동'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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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6.04 11:10:16 | 수정시간 : 2003.06.04 11:10:16
  • 구성애, '제2의 아우성 운동' 재개



    “방송을 통해 성교육 강사로 유명해졌지만, 늘 갑갑함을 느꼈어요. 과연 우리사회 성(性) 문제가 교육만으로 해결될 것인가 의문스러웠던 것이죠. 그러다가 월드컵의 붉은 물결에 참여한 십대를 보면서 비로소 희망을 느꼈어요. 청소년이 성교육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나선다면 새로운 바람이 형성될 수 있겠구나 하고 무릎을 쳤죠.”

    ‘아우성’(아름다운 우리들의 성) 명강사 구성애(47)씨가 최근 2년의 공백을 깨고 활동을 재개했다. 내일 여성 센터에서 독립해 방송 출연을 자제하고 현장 강연과 사이버 공간을 통해 청소년 성상담에 주력해 왔던 그녀가 ‘제 2의 아우성 운동’을 선언하며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이제 그녀 자신은 한발짝 물러 선다. 대신 청소년을 성교육의 주체로 앞세운다. 그녀는 뒤에서 조언을 해줄 뿐이다. 일찍 성에 눈 뜬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친구와 후배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한다는 생각이다.

    “2년 동안 사이버 공간에서 청소년들을 집중적으로 만나 왔어요. 그러면서 아이들의 99%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부모나 교사가 아닌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풀어 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구씨의 홈페이지(www.9sung.com)에는 하루 평균 400~500개의 상담 요청문이 올라온다. 초등학생부터 20대 대학생까지 다양하게 모여 든 사이버 회원은 14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스스로 클럽을 만들고 ‘또래 상담’을 주고 받는다. 이를 지켜보면서 그녀는 같은 청소년들의 경험담이 교사나 전문가의 어떤 답변보다 설득력 있게 아픔을 겪는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곤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어른들과 청소년의 성 문화는 크게 다릅니다. 요즘 애들의 성 문화는 예전의 한국적인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 나 있어요. 완전히 열려 있죠. (성 관계 등)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고민해요. 솔직하기 때문에 깨닫는 것도 빨라요. 고쳐야 할 문제를 그들 스스로 찾아내죠. 저는 그게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구씨는 몸과 의식이 ‘열려 있는’ 청소년들이 우리사회 성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앞으로 각 학교를 돌아 다니며 온라인과 연계된 오프라인 아우성 동아리를 만들어, 아이들이 상담원이 되고 교육도 하는 문화를 활성화 하려고 한다.


    아우성 몸사랑 센터 개관



    구씨는 청소년들의 망가지는 몸을 구하기 위해서도 팔을 걷어 부쳤다. 연간 3백회에 이르는 현장 강연을 통해 모은 강사료를 종잣돈 삼아, 서울 연희동의 방 3개짜리 단독 주택을 개조해 청소년들을 위한 치유 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6월 중순 문을 여는 ‘아우성 몸사랑 센터’다.

    “어린 시절의 성 관계는 정말 몸을 많이 상하게 합니다. 단 한 번의 성 관계로 몇 달째 복통을 호소하는가 하면 불임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손상을 입기도 하죠. 그럼에도 의료보험증에 기록이 남을까 봐 병원을 찾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었어요.”

    여성의 생리 불순에 효험이 있는 쑥찜질 등 전통 민간 요법 전문의를 초빙한 진료를 병행할 예정이다. 친아버지나 오빠에게 성폭행 당해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한 쉼터로도 활용한다. 미혼모들에게는 음식 관리는 물론, 태교까지 꼼꼼히 챙기며 출산을 도와줄 계획이다. “오래 머무를 수 없다면 미역국 한 그릇이라도 먹고, 아픈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조산사로 근무하던 구씨가 성교육 강사로 변신한 것은 15년 전. 공개석상에서 성이란 말을 함부로 입에 담기 어려울 때 여자의 몸으로 과감하게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어린 시절 겪은 아픈 경험 때문이었다.

    "열 살 때 옆집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어요. 이로 인해 자라면서 생리불순에 불임 판정을 받았고 어렵게 애를 낳았지만 곧 자궁을 떼어 내야 했죠.” 구씨는 “비슷한 고통을 겪고 아파할 어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어조를 낮췄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어머니의 현명한 대처 덕분에 몸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었을 마음의 상처를 피해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참을 우시던 엄마는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될 한 마디를 던지셨어요. 성애야! 너는 아무 잘못 없어. 그 오빠가 잘못한 거야 라고요. 그 때 엄마가 너무 고마웠어요.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녀가 성폭행을 당하면 안타까운 마음에 ‘왜 가만히 있었어’, ‘그러니까 밤에 돌아 다니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말하거든요. 그러면 그 말은 아무런 잘못도 없던 애가 100% 잘못한 것으로 돌변하게 만들어, 평생 아이의 가슴에 못이 박히게 되지요.”

    이렇듯 슬기롭게 성폭행의 아픔을 이겨나갔지만, 그녀 역시 29세에 급기야 자궁을 떼어 내면서는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다. “오죽했으면 김부남처럼 성폭행범을 찾아가 죽일 계획도 세웠겠느냐”고 털어 놓는다.

    “눈에서 괴상한 광채를 뿜어낼 정도로 범행 계획에만 골몰해 지낸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그 오빠를 내 아들이라 생각하고 지난 일을 더듬어보게 됐지요. 야한 것만 골라서 보고, 경험이 많다고 자랑하는 친구들이 영웅이 되어 인기를 얻고… 그런 현실에서 우연한 상황에 자극 받아 일을 저지를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올바른 성지식과 책임의식 가르쳐야



    공부만 잘하면 된다며 제대로 된 성지식과 책임을 가르치지 않는 부모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몸이 계속해서 망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구씨는 목소리를 높인다.

    또 성에 대해 추하고 부정적인 경험을 지닌 부모들이 아이들의 자연스런 본능을 억압하면 아이들이 커서 오히려 ‘바바리맨(코트 안에 아무 것도 안 걸치고 여학교 앞을 서성이다 여학생들 앞에서 갑자기 외투를 펼쳐 보이는 변태성욕자)’이나 성폭행범 같은 변태가 되기 쉽다고 충고한다. “생명과 사랑, 쾌락이 조화를 이뤄야 진정으로 아름다운 성이 될 수 있어요. 이렇게 긍정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선 10세 이전의 성 교육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구씨는 이렇게 수많은 강연으로도 못 다한 말들을 쏟아놓기 위해 최근 부모들을 위한 성 교육서 ‘니 잘못이 아니야’(올리브刊)를 펴냈다.

    이 밖에 ‘유아들이 엄마와 함께 보는 동화책’, ‘초등학생을 위한 만화책’ 등 연령별 성교육 교재도 준비중이다. 구씨는 “‘아우성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유아 성폭행이라는 비열한 범죄의 발생이 최소화 되고, 밝고 건강한 성문화가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2003/06/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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