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재즈 프레소]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 내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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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6.04 18:28:26 | 수정시간 : 2003.06.04 18:28:26
  • [재즈 프레소]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 내한 공연

    1988년 ‘상이한 전망들(Different Perspectives)’이란 앨범으로 데뷔했던 재기발랄한 트롬본 주자 로빈 유뱅크스는 일본 공연을 앞두고 다음과 같은 재미 있는 말을 남겼다.

    “웬만한 스탠더드 넘버는 일반화됐을 정도로 재즈 강국으로 성장한 일본의 관객을 위해서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Walking’ 같은 진짜 재즈 레퍼터리를 들려줄 거예요. 재즈가 팝의 어법을 적극 수용하고 있는 미국 무대에서는 스티비 원더 같은 팝 스타의 곡을 준비했죠.”

    이어 그는 유럽의 재즈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유럽 재즈의 경우는, 모든 음악적 가능성에 대해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죠.”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그 유럽의 재즈가 온다. 현재 유럽의 대중 음악 판도는 동구의 집시 음악에서부터 런던 도심의 테크노 뮤직까지, 극우(전통)와 극좌(혁신)으로 펼쳐져 있다. 이번에 한국을 찾는 유럽의 재즈는 그 같은 구분법을 따르자면 전통쪽이다. 그 이름부터 상징적인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EJT)’가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힘찬 스틱과 속삭이는 브러시 워크로 재즈 드럼의 진수를 이어 받은 드러머 로이 다쿠스(39), 재즈 피아니스트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 즉흥 연주를 깨친 피아니스트 마크 반룬(36), 유럽의 대표적 재즈 뮤지션들의 인기 세션 맨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베이시스트 프란츠 회벤(40).

    빌 에번스, 맥코이 타이너, 허비 행콕, 키스 재릿 등 자신의 피아노 트리오를 이끌고 각각 재즈의 정수를 탐색한 피아노 트리오의 전통을 계승 탐색하고 있는 세 사람이다.

    재즈 피아노 트리오라는 형식을 빌어 서정성의 극을 보여 준 ‘재즈의 쇼팽’ 에번스, 즉흥성을 최대의 가치로 추구하는 하드 밥의 이념을 피아노로 구현한 타이너, 자칫 살롱이나 콘서트 홀의 음악으로 안주해 버릴 가능성도 있는 재즈에 흑인 민중의 음악인 펑키 등의 어법을 재즈에 끌어 들여 재즈는 만인의 음악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킨 행콕, 바흐 전문가라 해도 좋을 만큼 심오한 클래식적 역량을 갖고 클래식에 버금 가는 정교한 재즈를 구사하는 재릿, 그리고 네 사람의 후예들이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현대 재즈의 피아노 트리오다.

    저 구분에서 빠진 게 있다면 유럽과 일본의 재즈 피아노 트리오다. 일본은 2001년 내한 공연을 갖기도 했던 재즈 피아니스트 사토 마사히코(佐藤允彦)를 필두로 해 일본 전통 음악과 재즈 어법의 결합을 줄기차게 추구해 오고 있다.

    사토 등 일본쪽 재즈 뮤지션의 내한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그러나 유럽쪽은 그렇지 못 했다. EJT의 이번 콘서트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그들이 유럽 재즈의 주요한 흐름을 보여 준다는 사실 외에도, 쉽게 접할 기회가 적었던 유럽 재즈를 체감할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들의 재즈는 따지자면 우파다. ‘온화하고 멜랑콜리한 사운드로 세계를 휘어 잡았다’는 일반적 평이 그 같은 사정을 압축해 준다. 말하자면 부르주아의 재즈인 것이다. 스탠더드 넘버는 물론, 영화 음악, 클래식 소품, 팝 등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 폭 넓은 음악적 위상으로 재즈를 들려 준다.

    차 한 잔의 휴식 같은 재즈라고나 할까. 실제로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만든 이 트리오가 이름에 ‘유럽’이란 말을 박아 둔 것은 뭐라 닥 꼬집어 자기만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으로 읽힌다.

    EJT는 1984년 세 명의 네덜란드 재즈 맨이 만들었다. 이후 이 팀은 멤버 교체가 잦았으나 EJT라는 타이틀 하나로 연주의 질을 보장 받고 있을 정도다. 1984년의 데뷔 음반 ‘Switch’는 ‘Misty’, ‘Summer Time’ 등 재즈의 명곡들을 모아 데뷔 앨범

    ‘Misty European Jazz Trio’를 발표한 이들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재즈를 펼쳐 1년에 한 장 꼴의 신보를 발표해 오며 인기를 끌었다. 1999년 ‘Libertango’는 일본의 재즈 전문지인 스윙 저널이 주는 제 5회 골드 디스크상을 받았다.

    이번 내한 공연은 올해 중으로 ‘Europa’, ‘The Jewels Of The Modonna’ 등 두 앨범을 잇달아 발표하게 돼, 기념으로 열린다. 무대는 재즈적 영화 음악과 팝 등 한국인에게 친숙한 소재를 위주로 해 펼쳐진다. 6월 15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3/06/0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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