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땡볕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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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6.11 16:26:39 | 수정시간 : 2003.06.11 16:26:39
  • "땡볕아 고마워!"

    날씨가 영업상무, 겨울에 태동하는 신제품 성공률 20%



    아이스크림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영업 상무’는 날씨다. 수십년 쌓은 영업노하우를 아무리 동원해도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아이스크림 업계는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수은주가 오르면 오를수록 아이스크림을 찾는 사람들의 욕구는 커지고 실물 경기의 장벽은 낮아진다는 게 이 업계의 불문률.

    아이스크림 시장은 실물 경기보다 6개월 후에 나타나는 후행지수로 움직일 만큼 경기를 덜 타는 종목으로 꼽힌다. 경기가 아무리 안 좋아도 날씨가 덥다면 아이스크림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업종이 불황에 허덕이면서 아이스크림 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예년에 비해 서늘하다. 그나마 30도 가까운 땡볕 더위가 6월을 뜨겁게 달구면서 다행스럽다는 표정이다. 그래서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제과, 롯데삼강 등 소위 ‘빅4’가 벌써부터 벌이는 아이스크림 대전은 6월 뙤약볕을 저리 가라고 할 정도다.

    날씨에 따라 판매 기상도가 엇갈리는 아이스크림 시장의 연 매출규모는 1조2,000억원 대. 초등ㆍ중고생(13~18세)의 60%가 찾는 게 ‘스크류바’ ‘메로나’ ‘누가바’ 처럼 막대 형태의 아이스바다. 올해 아이스바의 트렌드는 청량 과즙인 망고와 키위 등 열대 과일이 주류를 이룬다고 한다.

    한때 아이스크림의 대명사로 꼽혔던 ‘부라보콘’이나 ‘월드콘’‘메타콘’등 콘 아이스크림은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새롭게 떠오른 형태는 초등학생들이 많이 사먹는 연필 모양의 ‘더위사냥’, ‘쭈쭈바’, ‘빠비코’와 같은 짜먹는 형인데, 종이 카튼에 들어 있는 ‘투게더’, ‘위즐’같은 것도 그런대로 팔리는 편이다.

    특히 올해에는 음료형 치어팩 용기에 담긴 ‘설레임’이나 ‘셀프 아이디’ 등 새로운 형태의 짜먹기 형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원가구조 철저한 비밀
    신제품 도매상 납품전쟁




    아이스크림 제품의 원가 구조는 각 사마다 제품개발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다. ‘키위아작’ 등 아이스바의 공장도 가격은 소비자가(500원)의 65%대인 330원 정도. 여기엔 키위와 얼음, 설탕 등 재료비, 포장비, 제품 개발비, 인건비, 영업이익, 판매관리비 등이 포함된다.

    보통 공장에서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올 때까지는 3~4개의 유통단계를 거치는데, ‘키위아작’을 만드는 빙그레는 이 제품을 전국 530여 개의 도매상에 330원에 내놓는다.

    ‘빅4’의 아이스크림 경쟁은 도매상에 넘기기 전부터 시작된다. 각 사는 신 제품을 도매상에 넘기는 공장도가에 대한 치열한 정보전을 벌인다. 특정제품의 가격이 타사의 유사제품보다 비쌀 경우 도매상의 눈치를 봐가며 가격을 조정하기도 한다.

    때론 도매상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형식으로 가격을 맞춘다. 이렇게 넘어간 아이스크림을 대리점과 직영 영업소 등 도매상이 전국의 슈퍼마켓과 10만 여개의 할인점 등에 제품을 납품한다.

    또다른 전쟁은 아이스크림을 관리하는 ‘쇼케이스’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다. 여름철 아이스크림 판매를 좌우하는 것은 이 쇼 케이스가 전국에 얼마나 깔려 있느냐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각 사는 동네 슈퍼와 CVS 등에 자체 ‘쇼 케이스’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자사 제품만을 취급해 줄 것을 약속 받는다.

    아이스크림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80년대에는 서울 압구정동의 한 슈퍼에설치된 ‘쇼 케이스’가 여름 한 철 7차례나 바뀌었다고 한다.

    할인점 시대에 접어든 요즘에는 할인점 납품 때가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 광고효과가 큰 할인점 납품을 위해 최소한 한달 동안 로비전이 벌어진다. 경쟁사를 따돌리기가 그렇게 힘들기 때문이다.

    도매상으로부터 제품을 375원에 건네 받은 소매상들은 가게 운영비, 직원 월급, 이윤 등을 합쳐 아이스크림을 소비자 가격인 500원에 판매한다. 모든 가게가 500원에 파는 것은 아니다. 대형 할인점에서는 더 싸게 판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사서 파는 ‘박리다매(薄利多賣) 마케팅’탓도 있지만 업체들의 출혈 경쟁이 그만큼 거세기 때문이다.


    6개월전 시제품 개발착수
    청소년층이 제품 성공 좌우




    그렇다면 새로운 아이스크림은 어떻게 태어날까? 우선 각 업체는 성수기가 끝나는 9월부터 겨울 비수기에 신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최소한 3~4개월간 시장 및 ㆍ소비자 조사가 이뤄지는데, 공략 타깃 층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예컨대 아이스바의 주 고객층은 초등ㆍ중고생이다. 외국시장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일본에서 아이스크림 신제품을 발표하는 매년 2월 국내 빙과 4개사 마케팅 전문가들은 일본으로 몰려간다.

    하나의 신제품을 위해 만들어지는 시제품은 보통 20~30개. 맛과 향, 디자인, 제품완성도, 차별성 등을 기준으로 경쟁사 제품과의 비교 분석에 이르기까지 검토가 이뤄지면서 시제품은 5개 정도로 압축되고, 본격적인 소비자 조사에 들어간다. 청소년들이 모이는 대학로, 명동 등에서 각종 시연회가 열리는 것도 이때다. 회사 모니터 그룹과 전문 소비자 연구소 등 평가도 취합된다.

    시제품이 결정되면 제품 모양, 색상, 디자인, 이름 짓기, 포장 등 본격적인 마케팅 작업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름 짓기. 소비자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빙그레 신제품 ‘키위아작’은 ‘키위비트’ 등 여러 개의 후보들 중에서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이름이라고 해서 낙점된 케이스다. 처음엔 ‘~아작’이라는 의성어가 ‘박살 난다’는 뜻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해서 마케팅팀 전체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젊은이들 사이에선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신제품이 아니라도 오랜 기간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브랜드 파워를 쌓아온 장수제품의 경우도 성수기를 앞두고 리뉴얼 작업에 돌입한다.

    CM송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으로 익숙한 국내 최장수 아이스크림 브랜드 부라보콘은 1970년 4월 첫 출시이후 지금까지 33년간 제품 컨셉의 일관성은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의 기호에 따라 맛이나 포장, 마케팅을 바꿔왔다.

    올해에는 신세대의 입맛을 잡기 위해 바닐라와 딸기, 쵸코 대신에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인기가 높은 체리베리와 헤즐넛을 추가해 2003년형 ‘부라보콘’을 지난 3월에 내놓았다. 패키지 디자인도 다섯 차례의 공모를 거쳤다.

    TV광고는 주로 6월에 집중된다. 7, 8월엔 광고를 안 해도 잘 팔리기 때문이다. 신제품 ‘키위 아작’도 6월부터 주 20회 이상 광고를 내보내는 중이다.

    아이스크림 업계에서는 한해에 10여 개의 신제품이 등장하지만 2, 3개 정도만 성공 반열에 오른다고 한다. 여름 한철에 3,000만개 정도 판매되면 일단 성공한 제품이 된다. 이 제품만 다음 해에도 계속 생산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사라진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3/06/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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