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남북 우주개발] "북한이 우리 우주개발에 불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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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09.16 15:54:00
  • [남북 우주개발] "북한이 우리 우주개발에 불 당겼다"

    09/16(수) 15:54



    한반도에도 과거 미국과 구(舊)소련이 벌였던 우주개발 경쟁이 펼쳐질 것인가.

    남·북한 우주경쟁은 8월 31일 북한이 쏘아올렸다고 주장한 위성발사때부터 시작됐다고 보아야한다. 미국 우주사령부는 최근 “북한이 주장한 위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앞으로 국내에는 ‘한반도판 스푸트니크 쇼크’가 불어닥칠 조짐이다.

    ‘스푸트니크 쇼크’는 소련이 지난 57년 10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올린 사건. 당시 우주과학에서 세계 선두를 자부하던 미국인들은 이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부랴부랴 인간을 달에 보내는 ‘아폴로 계획’을 마련했다. 그때부터 미·소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주개발 레이스에 국력을 쏟아부었다.

    국내 과학자들도 이번 북한의 위성 발사 발표에 충격받은 표정이 역력하다. 한 전문가는 “이번 사건으로 우리의 로켓 기술이 북한에 현격히 뒤졌다는 것을 온 국민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쏘아올릴 만하니까 거짓말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우리는 그간 뭘 했나’라는 자괴감이 퍼지고 있다.

    그래서 미국과 소련의‘우주개발 경쟁’이 국내에서도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에게‘한방’먹은 우리 정부와 과학자들이 자존심을 걸고 ‘반격’을 펼칠 것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재 우리의 로켓 기술은 북한보다 적어도 7년이상 뒤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우리 기술로 쏘아올린 가장 최근의 로켓은 지난 6월 발사한 과학로켓2호. 이 로켓은 고도 137㎞가지 올라가 몇가지 과학실험을 한 뒤 서해 바다에 떨어졌다. 위성을 지구위에 올려보낼 수 있는 최소고도인 200㎞에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셈이다.

    정부의‘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우리기술로 위성탑재 로켓을 최초로 쏘는 것은 2005년이다. 이후 2010년에는 통신·관측 등 상업용 위성을 발사하고, 2015년까지 우주산업 수준을 세계 10위권에 진입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항공우주연구소의 채연석(蔡連錫)박사는 ‘우리 과학자들은 뭘하고 있었나’라는 시선에 대해 이렇게 항변한다. “우리의 기술이 뒤졌다기 보다는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것이 정말 위성이라면 북한은 미사일을 개발하다 로켓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당장 발사체(로켓) 기술이 뒤진 것은 인정하지만 남한이 북한보다 모든 과학기술에서 우위에 있어 정부의 투자만 뒷받침된다면 지금부터라도 얼마든지 역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위성을 쏠때 외국 업체에 주는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로켓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성 발사 비용은 100㎏급의 가벼운 위성은 몇 백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무궁화1호같은 위성은 몇 천만 달러에 달한다. 한국은 2015년까지 19기에 달하는 위성을 쏘아올릴 계획. 우리 스스로 위성 로켓을 쏘지 못하면 막대한 외화가 흘러나갈 수 밖에 없다.

    정부도 2015년에 끝나는 우주개발 기본계획을 2010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이를 위해 전문가 회의와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수정안을 과학기술장관회의에 올릴 방침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이 우리보다 먼저 위성을 쏘아올린 것에 대해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 연구원은 “로켓 기술이 뒤졌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위성을 쏘지 못한 다른 선진국들이 북한보다 기술력이 뒤져 못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도“ 북한위성에 발끈해 IMF 관리시대에 그나마 없는 돈을 로켓 분야에 집중하게되면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것”이라며 ‘북한 이기기 신드롬’을 경계했다.

    로켓발사가 뒤졌다고 좌절할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우주공간에서 활약하는 ‘인공위성’은 오히려 우리가 앞서 있다는 평가다.

    성단근(成檀根)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쏘았다고 주장하는 위성은 20㎏급의 아주 작은 위성”이라고 말한다.‘쏘았다’는데 의미가 있지 실제로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위성이라는 뜻이다.

    한국이 개발한 우리별1호와 2호는 무게가 약 50㎏인 인공위성. 내년초 쏠 우리별3호는 100㎏이 넘는다. 특히 우리별3호에는 지구위 물체를 13.5㎙크기까지 가려낼 수 있는 카메라가 실린다. 상업용 위성에 달린 카메라는 10㎙ 크기이하의 물체를 식별하는 수준.(첩보 위성은 1㎙이하도 확인할 수 있다)

    성교수는 “우리별3호는 그린벨트의 훼손을 위성에서 감시할 수 있다. 적어도 위성제작 기술은 우리가 북한보다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하드웨어(로켓)는 북한이 앞서 있지만 소프트웨어(위성)는 남한이 앞서 있는 셈이다.

    만일 북한이 쏜게 미사일이 아니라 위성이라면 더 심각한 것은 안보문제다.

    한국통신의 황보한(皇甫漢) 위성통신사업본부장은 “북한이 쏜게 미사일이라면 대포동1호를 발사한 것이지만 위성이라면 대포동2호를 개발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3단 로켓은 탄두(폭탄)만 실으면 2단 미사일보다 더 멀리 가는 미사일이 된다. 또 일정 고도에서 위성을 분리할 수 있다면 거꾸로 지구의 일정 지점을 향해 탄두미사일을 분리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본은 물론 앞으로 미국까지 미사일 사정권에 놓일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일본이 정찰위성을 포함한 다목적 위성을 개발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문제는 일본의 군사력 강화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북한의 위성 발사는 다행히(?) 한국에 ‘자주적인 미사일 개발권’을 돌려줄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플러스 효과다.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부장관은 최근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과 만나 180㎞로 제한된 미사일 개발 범위를 300㎞로 늘리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선에서 쏘아 평양은 맞출 수 있는 미사일이 나오게 된 것이다.

    미국의 쇼크도 대단하다. 미국은 그동안‘전세계에 미국이 모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위성정보망과 세계적인 첩보망을 자랑해왔다. 그 대단한 미국이 지난번 파키스탄의 핵실험을 놓쳤고 이번 북한의 위성 사건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냉전붕괴후 이 정보력을 바탕으로 단일패권을 구가해오던‘팍스 아메리카나’정책에 심각한 흠집이 생겨나는 조짐이다.



    김상연·서울경제신문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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