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고금리가 경제 죽인다] 불확실의 시대 "뭘 믿고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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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09.30 14:02:00


  •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늘려 폭리를 취한다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국내 은행들은 모두 돈방석에 앉았겠지요. 저생산성이니 부실은행이니 하는 말이 나오겠습니까.” 대형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자의 항변이다.

    대출금리가 여전히 말썽이다. 올초 20%에 육박하던 예금금리가 하반기들어 폭락했다. 지금 은행에 돈을 맡기는 고객들이 받을 수 있는 이자는 고작 9~10%대. 그런데도 대출금리는 14~15% 안팎에서 멈칫하고 있다. 최근들어 외부 압력에 못이겨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잇따라 떨어뜨리고 있기는 하지만 신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단순 비교한다면 은행이 챙기는 예대마진은 여전히 4%대에 달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대출금리를 낮추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재정경제부는 틈나면 은행들에게 금리를 낮추도록 종용하고 있다. 시장금리는 눈에 보이게 떨어지는데, 대출 금리는 왜 제자리걸음이냐는 항의가 끊이질 않는다. 하반기들어 대출금리가 꾸준히 하락 추세에 있긴 하지만, 시장금리가 9%대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은행이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대출금리만 가지고 얘기하는건 ‘속모르는 소리’

    대출금리는 왜 좀처럼 낮아지지 않을까. 은행에게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현재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만 가지고 은행을 몰아붙이는 것은 한마디로 ‘속모르는 소리’ 라는게 은행의 주장이다.

    우선 대출이 부실화되는데 대한 은행 부담이 대출금리를 떠받치고 있다. 선발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이 나가면 통상 그중 10~20%는 부실화된다” 며 “이 부분이 부실화되는데 따른 은행 손실을 메꾸려면 금리를 일정수준 유지해 이익을 낼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실제 금리인하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가산금리를 낮추라고 지시하기도 했지만, 대출에 따른 이같은 위험부담을 감안하면 고객 신용도에 따라 어느정도의 가산금리를 붙일 수 밖에 없다” 고 덧붙였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한계기업. 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은행 고금리에 대해 불평하는 기업의 대다수는 주로 리스크가 높은 기업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우량기업들은 신용도에 따라 차등화되는 가산금리가 낮아지므로 11~12%대에도 은행돈을 빌려 쓸 수 있는 반면 위험도가 높은 기업에는 최고 가산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우량기업보다 훨씬 높은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계부문도 위험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 금융권을 시작으로 사회 각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돈을 빌려간 고객의 소득이 장차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날로 커지는 실정이다. 결국 신용도가 우량한 개인고객과 그렇지 못한 고객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를 일방적으로 낮추기엔 은행의 위험부담이 너무 커진다는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하나 대출금리 하락의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올초 고금리시대에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확정금리상품이다.

    올 상반기 은행들은 18% 이상의 높은 금리를 만기까지 보장해주는 확정금리상품을 간판예금상품으로 내놓았다. 문제는 시장금리가 떨어져도 은행들은 고금리시대의 높은 금리를 지속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점. 대부분의 확정금리상품은 1년 또는 그 이상을 만기로 하고 있어, 은행들은 앞으로도 수개월 또는 1년 이상 고객들에게 18%대의 고금리를 내 주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물론 당시엔 이처럼 높은 금리로 조달된 자금을 더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해 운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이자 부담이 커진 거래고객들이 높은 금리로 빌린 대출금을 조기에 상환, 결국 은행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결국 역마진을 내지 않고는 대출금리를 섣불리 낮출 수 어렵다는게 은행측 항변이다.





    상업성과 공공성 사이의 딜레마 “은행도 장사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 3월을 전후해 1년 만기로 18%대 확정금리 예금을 받았기 때문에 이 예금이 해소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를 크게 내리기 어려운 실정” 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도 “올 상반기부터 은행이 부담하고 있는 높은 조달비용이 모두 소진되려면 앞으로 1년 이상 걸릴 것” 이라며 “현재 은행 조달금리가 낮아졌다고 해도, 어느정도 높은 금리로 운용하지 않으면 상반기중 들여온 자금조달 비용을 메꿀 방법이 없다” 고 설명했다. 결국 최근 2~3개월 가량 은행의 조달비용이 낮아지는 바람에 신규 예대금리차가 커지긴 했지만, 올들어 평균 금리를 따져보면 마진폭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현재 시장금리보다 은행의 대출금리가 훨씬 높은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지금과 같은 예대마진이 높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국내 은행이 부실여신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예대마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대손상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도 예대마진이 항상 3~5%선을 유지하고 있다” 며 “선진국 은행들은 이같은 예대마진을 통해 대손상각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뒀다가 부실이 발생하면 곧바로 상각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국내 은행들과 다르다” 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선진 은행들은 대출금 조기상환에 대해서도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반면 국내 은행들은 대출이 조기상환돼 자금운용계획에 차질이 빚어져도 손실을 메꿀 방법이 없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예대마진은 은행 영업의 기본” 이라며 “일인당 생산성은 높이라고 주문하면서도 이익을 취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모순” 이라고 반발했다. “선진국 은행 수준을 지향하라고는 하지만, 상업성을 최우선시할 수 있는 선진 은행들과 달리 국내 은행에게는 공공성이 지나치게 강요되고 있다” 는게 은행의 이유있는 불만이다.

    신경립·서울경제신문 정경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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