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여당, 검찰사정에 속수무책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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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09.24 11:11:21
  • 여당, 검찰사정에 속수무책 '한숨만'

    09/24(목) 11:11



    사정바람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정치권에서는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바로 “바람은 어디서, 누구에 의해 불어오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사정은 철저히 김대중 대통령 한 사람만이 장악하고 있으며 검찰이 정치권의 간섭을 배제한 채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현재 여권내 사정시스템은 청와대와 검찰·법무부 등 크게 두가지 축으로 이뤄져 있다. 청와대에서는 김 대통령, 김중권 비서실장, 박주선 법무비서관이 계선을 이루고 있다. 검찰·법무부라인은 박상천 법무장관을 정점으로 김태정 검찰총장 이원성 중수부장 각 사건 담당수사팀이 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 사이의 역할분담은 명쾌해 보인다. 수사는 전적으로 검찰이 독자적으로 맡아 하고 있고 청와대는 그 결과를 보고받은뒤 ‘추인’ 만 하고 있다는게 여권 핵심인사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현정부의 사정시스템은 정치권과 따로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한나라당 이기택 전총재대행의 검찰 소환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는 현 여권의 사정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는데 이에대한 여권의 해답 역시 “그렇다” 였다.





    DJ “절대로 검찰사정에 관여하지 말라”

    여권 핵심인사들이 제시하는 이유중 첫째는 김 대통령의 비리정치인 척결을 통한 정치개혁의지가 너무나 강해 정치적 고려나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김 대통령은 국민회의 등 정치권 측근들에게 “절대로 검찰 수사에 간여하지 말라” 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통령은 또 박 법무부장관에게도 “정치인 사정과 관련해 검찰에 정치적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 여야의 구분도 있어서는 안된다. 지시나 간섭은 최소화하라” 는 뜻을 오래전에 전달해 놓았다고 한다.

    김 대통령은 이를위해 사정문제와 관련한 청와대의 보고채널도 김중권 비서실장으로 단일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공보수석실 등의 개입여지를 철저히 봉쇄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 대통령은 김 비서실장이 정치인 사법처리문제를 보고하면 “검찰의 판단대로 하라” 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정치적 배려나 고려를 담은 언급은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고위인사는 “김 대통령 의지도 의지지만 검찰과 정치권이 따로 놀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사정도 있다” 고 말한다. 현재의 사정작업이 청와대의 사정자료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검찰 수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이 고위인사가 전하는 저간의 사정은 이렇다. “YS정부때까지만해도 정부이양시 청와대 사정자료가 그대로 인수·인계돼 새 정권의 청와대 사정팀이 이를 가지고 사정을 주도하고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청와대는 YS 청와대로부터 사정자료를 넘겨받지 못했다. 배모 전사정비서관이 이를 모두 가져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정부의 사정작업은 전적으로 검찰의 수사자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정부출범 초기에 사정을 하지 못했던 것도 검찰 수사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수립이후 최초의 정권교체 분위기를 반영, DJ정부출범이후 검찰의 ‘독립수사 욕구’ 가 부쩍 높아진 것도 검찰·정치권 유리현상을 초래한 한 이유로 지적된다. 여야 정치권의 대화 진전으로 정국 경색 해소의 조짐이 보일 즈음 갑작스럽게 터진 한나라당 이기택 전총재대행의 검찰 소환 발표는 검찰의 ‘따로놀기’ 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검찰 “지위고하 가리지말라고 했잖는가”

    검찰이 이전대행 소환 사실을 발표할 때 여야 3당 총무들은 ‘무척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국회 정상화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었다. 여권의 최고실세중 한 사람이라는 국민회의 한화갑 총무는 회담이 끝난 뒤에야 기자들을 통해 이 사실을 듣고 문자그대로 ‘경악’ 했다. 조세형 총재대행 정균환 총장 등 국민회의의 다른 지도부 인사들도 이전대행 소환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한 총무와 함께 국회 정상화방안을 심도있게 검토중이던 청와대 정무라인도 검찰에 의해 뒤통수를 맞기는 매 한가지였다. 청와대 정무팀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검찰에게 당했다. 일선 수사검사들이 전혀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 정국 정상화에 큰 암초가 나타났다” 는 말로 놀라움을 표시했었다.

    당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전대행 소환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담당 수사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윗선에서 정치인 비리는 여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했다. 솔직히 수사 검사의 입장에서 이런 ‘기회’ 를 누가 놓치려 하겠느냐” 는 답을 듣고 아연해 했다고 한다.

    동교동계의 핵심에 속하는 한 국민회의 의원은 자신이 경험한 ‘위풍당당한 검찰’ 의 현실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정부출범 초기만해도 검찰에 일이 있어서 전화를 하면 매우 편했다. 검찰도 무척 편하게 나를 대했고 성의를 다해 부탁을 들어줬다. 그러나 정치인 사정이 본격화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한 번은 궁금한 문제가 있어 검찰에 전화를 했더니 ‘청와대에서 (정치권은)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던데 뭘 아실려고 하십니까’ 라고 말해 내가 머쓱해져 버렸다. 또 다른 일 때문에 검찰 인사와 무선전화기로 통화를 하다 전화가 끊어졌는데 그걸로 끝이었다. 이전만해도 전화가 끊어지기가 무섭게 저 쪽에서 다시 전화를 걸어왔었는데. 나중에 사정을 알아보니 검찰에서 청와대에 ‘정치권이 사정에 간섭한다’ 는 보고를 올렸고 이를 본 김 대통령이 ‘정치권에 개의치 말라’ 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야권 ‘여권의 신·구주류 파워게임’ 시각

    그러나 정치권 일각, 특히 야당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김 대통령의 후원에 의한 검찰 독립이 사정바람의 본질이라기 보다는 정국 주도권 장악문제를 놓고 여권 신주류와 구주류가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는 게 현 사정바람의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구주류는 한화갑 총무 등 현정국의 정치적 해결을 선호하는 국민회의 중진그룹이고, 신주류는 김중권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맥을 중심으로한 여권의 사정라인이다. 구주류는 야당과의 대화·타협으로 정국을 풀기위해서는 “사정은 해야 하지만 속도조절은 필요하다” 는 입장인 반면 신주류는 “사정의 어떤 부분도 정치적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주류에 의해 국회정상화의 매듭이 풀린 싯점에 신주류가 이기택씨 소환카드로 이를 단번에 무산시켜 버린 것은 신·구주류간 파워게임이 극명한 예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검찰 독자행동설과 신·구주류 파워게임론은 서로 배척되는 주장이 아니라 사실은 한 몸” 이라고 보고있기도 하다. “신주류가 검찰의 입지를 보장해 준다는 명분으로 정치인 사정을 진행,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치판을 큰 틀에서 개조하려는 데 반해 구주류는 이에 거부감을 갖고 사정문제에서부터 제동을 걸려 하고 있다” 는 얘기다.

    어떤 시각을 따르든 정치권은 당분간 사정태풍의 영향권에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여 이래저래 정치권은 이번 가을을 심란하게 보내야 할 것 같다.

    신효섭·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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