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자민련, 정계개편 시나리오에 촉각 곤두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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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09.29 15:23:00


  • “정치권 사정이 끝난 뒤 내년쯤에는 정치판이 어떻게 새로 짜여질까?”

    요즘 여의도 정가에서 입방아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화두는 ‘정계개편론’ 이다. 사정(司正) 태풍이 정치권을 뒤흔드는 가운데 고려대 최장집 교수, 동국대 황태연 교수를 비롯한 청와대 자문교수들이 잇따라 ‘민주대연합론’ 등 정치권 새판짜기론의 애드벌룬을 띄웠기 때문이다. 사정에 앞서 국민회의가 민주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국민신당을 ‘흡수통합’ 한 것도 정계개편론에 불을 지폈다.

    특히 자민련은 정계개편론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있다. 현재 공동정부의 보조축으로 참여하고 있어서 정치권 지각변동의 모양새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이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요즘 자민련 당직자들은 삼삼오오 모이면 ‘민주대연합’ 의 실현여부등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등 내년도 정계 기상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변화될 정치판, 절박한 심경으로 대비

    “유비무환이다. 갖가지 정계개편론에 대비하자.” “공동정부가 성공하는게 DJ, JP 모두 사는 길이다.” “YS에게 팽(烹)당했는데 DJ에게 또 팽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한다.” “JP도 70세가 넘었으니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내각제 개헌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JP도 과거처럼 쉽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내각제를 고리로 한나라당 세력과 손잡는 것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최근 자민련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자민련은 이처럼 어느당보다도 절박한 심경으로 내년도 정치판에 대비하고 있다. 9월 25일 열린 자민련 정세분석위 회의에서도 정계개편론이 주로 도마위에 올랐다. 자민련 당직자들은 내년에 정계개편론이 개헌론과 맞물려 정가에 회오리바람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크게 3가지 시나리오를 설정, 대책마련에 부심하고있다.

    우선 국민회의·자민련이 각각 독자적인 당간판을 갖고 ‘공동정부’ 를 이끌어가는 현재의 골격이 유지되는 가설이다. 이럴 경우 내각제 개헌 약속이 지켜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자민련측의 판단이다. 김종필 총리 직계인사들은 “DJ가 JP를 버리면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이므로 대선때 약속들이 지켜질 것” 이라고 희망섞인 관측을 하며 ‘공동정부의 지속’ 을 선호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후보단일화작업에 깊숙이 참여했던 김용환 수석부총재가 최근 소속의원 연수회에서 ‘대선단일화 합의문’ 을 다시 꺼내 설명한 것도 국민회의측의 약속준수를 촉구하는 시위성으로 볼 수 있다.

    자민련측은 국민회의·자민련의 지지기반이 노선·지역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양당이 합당보다는 각각 당간판을 지키며 연립하는 모양새를 취하는게 정국운영에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각제 뿐만 아니라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공동정부 모델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자민련은 공동정부의 큰틀이 유지된 상황에서 한나라당 일부세력과 연대해 내각제 개헌을 성사시키는 구도를 최상의 시나리오로 설정하고있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차기총선, 여권 연합공천 여부에 고심

    이같은 구도가 지속될 경우 자민련을 고심하게 대목은 2000년 봄에 실시되는 총선에서의 여권 연합공천을 실시하느냐 여부이다. 두 여당이 각각 별도의 후보를 내서 경쟁할 것인지, 아니면 단일후보를 내기위한 연합공천을 추진해야 할 것인지 두 갈래 길앞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관련 국민회의가 ‘전국정당화’ 의 명분을 내걸고 16대총선에 대비해 영남권뿐만 아니라 충청권에서도 각 지역별로 출마가능성이 높은 인사들로 ‘말뚝박기’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어, 자민련측이 긴장하고있다. 가령 충청권에서 국민회의는 이인제 전국민신당고문, 이용희·황명수·송천영·장석화·남재두 전의원 등 한가락씩 하는 인사들을 확보하고있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국민회의측이 16대총선에서 이인제 전고문과 이수성 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을 전면에 내세워 각각 중부권·영남에서 바람몰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고 전망했다.

    다음으로 이른바 ‘민주대연합’ 대 ‘보수대연합’ 의 양자 대결구도이다. 국민회의가 한나라당 민주계및 재야 개혁세력과 손잡고 ‘전국정당’ 의 모양새를 띤 신당을 창당할 경우 공동정부에서 소외된 자민련이 한나라당 민정계세력 등과 힘을 합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내각제는 유실될 가능성이 높고, 자민련의 입지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자민련측의 판단이다.

    고려대 최장집 교수와 동국대 황태연 교수가 최근 국민회의 의원 모임에서 민주대연합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이같은 시나리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최 교수는 “현정부 개혁이 실패하면 내각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며 개혁성공을 위해 국민회의와 상도동세력의 연대 필요성을 거론했다. 황 교수도 국민회의 한나라당 민주계 재야세력 등 3자가 연대하는 ‘민주블록론’ 을 거론하면서, 개헌을 하더라도 순수내각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실권이 보장되는 이원집정부제식 내각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자민련 김용환 수석부총재 등은 “민주대 반민주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과거지향적 발상” 이라며 비난했다.

    또 8월말 국민신당 서석재 의원을 비롯한 일부 민주계 인사들이 국민회의에 들어가면서 ‘민주대연합’ 실현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사실상 민주계의 수장인 김영삼 전대통령이 한나라당 민주계 의원들을 통해 민주대연합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함으로써 민주대연합론은 일단 수면밑으로 잠복됐다.

    이와관련 자민련 관계자들은 “김 전대통령이 현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부산 민심때문에 DJ세력과 손잡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 면서도 “그러나 내년도 상황을 단정할 수는 없다” 고 말했다. 자민련은 국민회의측과 상도동의 고리를 끊기위해 김 전대통령에게 환란의 도덕적 책임을 끝까지 추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김종필 총리가 경제청문회 실시를 강력히 주장한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민주대연합’ ‘여당통합론’ 등에 예민한 반응

    마지막으로 ‘국민회의·자민련 합당론’ 이다. 자민련 관계자들은 공개석상에서 합당론의 ‘합’ 자도 꺼내지 않고있지만 사석에서는 조심스럽게 이같은 가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JP직계들은 자민련 내부의 일부 비(非)충청권인사들이 금년말 이후 “공동여당 체제는 한계가 있다” 며 여권통합론을 들고나올 일말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자민련이 ‘들러리 여당’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JP의 구심력이 급격히 약해질 때 통합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이같은 ‘위기’ 상황이 올 경우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대구·경북출신 인사들이 가장 ‘통합’ 의 깃발을 들고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JP는 이같은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기위해 핵심측근인 김용환 수석부총재를 전면에 내세워 당을 대리 관리하고 있다. 자민련이 최근 금강산 유람선 관광 재검토를 주장하는 등 정책적으로 딴 목소리를 내는 것도 독자성을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최근 국민회의 정균환 총장을 우연히 만났더니 정 총장이 ‘우리 합치는게 어떠냐’ 고 뼈있는 농담을 했다” 며 “정 총장의 말을 통해 국민회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고 경계했다.

    이 당직자는 이어 “내년도 정국은 현실적으로 세가지 시나리오가 복합된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본다” 며 “우리당은 민주대연합론도 제동을 걸어야하지만 무엇보다 여당통합론이 싹트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김광덕·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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