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편집실에서] 뿌리가 열매보다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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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09.24 11:49:48
  • [편집실에서] 뿌리가 열매보다 중요한 이유

    09/24(목) 11:49



    ‘지적자본(Intellectual Capital)’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L. 에드빈슨이라는 스웨덴의 금융회사 간부와 M. 멀론이라는 미국 경영 칼럼니스트가 함께 쓴 책입니다. 제목에서 보듯 이 책 역시 요즘 쏟아지는 미래학이나 경영학, 정보통신 관련 서적 처럼 ‘지식(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 저자들은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식을 부동산이나 설비, 유가증권 같은 자산처럼 계량화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래학의 선구자인 토플러가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은 건물과 기계, 상품의 재고가 많고 적음으로 측정되지 않고 축적된 지식의 양과 이를 효율적으로 분배, 적용할 수 있는 능력에 좌우된다’고 선언한 데 그쳤다면 이들은 지식의 크기나 양도 다른 자본처럼 돈이나 지수로 환산할 수 있음을 이론과 경험으로 보여줍니다. 말하자면 어떤 회사든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그가 직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포함해-의 크기와 쌓이는 속도를 금액이나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창립이래 축적해온 경영 노하우나, 고객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도 그렇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그런 것들을 모은 것이 바로 ‘지적자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측정할 수 있는 항목을 200개 가까이 제시했습니다.

    신기하고 놀랍지 않습니까.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지식을 돈으로, 비율로 표현할 수가 있다니 말입니다. 지식의 크기를 돈이나 숫자로 표현한다는게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나서는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왜냐면 이들이 말한 것 처럼, 지적자본은 ‘미래’를 측정할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기업을 나무에 비교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지적정보는 나무의 ‘뿌리’이고, 회사가 만들어 파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열매’입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에서 좋은 열매가 열립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처럼 지적자본이 풍부한 회사가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듭니다. 그러나 올해 열매가 좋았다고 내년에도 좋은 열매가 열릴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열매가 열리려면 무엇보다 뿌리가 튼튼해야 합니다. 훌륭한 농부는 올해 농사만 생각하지 않고 내년을 걱정합니다. 그들은 우선 뿌리가 튼튼한 지를 알아보려합니다. 뿌리가 썩고 있는 나무는 다음 농사는 커녕 당장 다가올 태풍에 맥없이 쓰러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 보잘 것 없는 나무라 해도 뿌리가 튼튼하면 다음부터는 좋은 소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적자본 역시 나무의 뿌리처럼 내버려두면 메마르거나 속이 비어버릴 수 있습니다. 회사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거지요. 회사의 경영자나 관리자들도 훌륭한 농부들처럼 회사의 뿌리인 지적자본을 더 살찌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적자본이 지금 어느 수준인지를 알아두어야 한다는 게 이 책 저자들의 주장입니다. 그들은 나아가 불과 몇년안에 ‘지적자본보고서’가 대차대조표나 연말결산서등 회계보고서보다 한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는데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장담합니다. 회계보고서는 한 기업의 과거를 보여주는 데 지나지 않지만 지적자본은 그 기업의 미래를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좋은 열매는 올해 농사를 말해주지만 튼튼한 뿌리는 내년 농사를 보장해주는 것 처럼 말입니다. 뿌리는 열매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들의 지적자본은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지금은 보잘 것 없어도 앞으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은 있는 지가 궁금합니다.



    정숭호·주간한국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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