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놀고 먹는 국회의원 더 이상 못봐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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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09.30 14:11:00


  • 7월 31일: 경실련이 시민 1,133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원 283명(국무위원 겸임의원및 7.21 재보선 당선자 16명 제외)을 상대로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및 세비 등 채권가압류 신청 제기. “국회의 장기공전과 파행으로 민생법안 등의 처리가 지연돼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 청구취지.

    8월 14일: 법원이 원고의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한 구체적 입증이 부족하다며 이에 대한 보완을 명령. 경실련 변호인단이 A4지 10여장 분량의 보충 증거자료(보정서)를 재판부에 제출.

    9월 16일: 재판부가 채권가압류신청에 대해 “국회 공전은 정치적 문제이므로 국회의원의 법적 책임을 다툴 문제가 아니고 정신적 피해여부와 정도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





    ‘국가위기와 관계없는 유일한’집단인 국회의원들과 그들이 만든 식물(植物)국회를 법의 이름으로 심판하려던 시민들의 노력은 이렇게 흐지부지 끝나는 듯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역시 그렇지…”하며 체념하는 모습이었고, 해당 의원들은 “당연한 일”이라며 처음부터 신경쓰지 않았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1일 재판부가 해당 의원 전원에게 발송한 출두요구 통지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고 말았다.

    ‘변론기일 소환장’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1부(김대휘 부장판사)가 발송한 통지서는 국회의원들에게 “10월 29일 오전 9시30분까지 제4호 법정으로 출두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민사소송의 통상절차상 이 통지서를 받은 의원들은 이날 법정대리인을 법정에 보내거나 원고측 주장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채권가압류신청을 기각한지 5일만에 ‘전격적’으로 소환장을 발부한 재판부는 이같은 결정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가압류신청과 손배소는 별건이고 민사소송 절차상 원고측의 주장에 대해 피고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이 되레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부장판사도 소환장 발부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원고들이 국회 공전과 파행운영으로 인해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만큼 피고측인 국회의원들의 책임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원칙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법에 의한 원칙적이고 당연한 결정은 정치권에는‘사법부의 뼈아픈 훈수’로 작용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명분이라는 측면은 물론 실리적인 입장에서도 의원들이 이 재판을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원들이 재판에 응하지 않을 경우 ‘피고의 재판거부는 원고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제자백(擬制自白)의 원칙에 따라 원고측인 시민들의 주장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재판부가 “원고들이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계속 증거를 보강하고 있어 재판거부는 피고들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의원들을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실제 각 의원실은 법조 출신 의원 등에게 “정말 출두를 해야 하느냐”고 물으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한 의원은 “국회 공전 자체에 대해서도 비난을 피할 수 없는데 이에 대해 법리논쟁까지 벌인다면 국민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느냐”며 “그렇다고 재판을 거부할 경우 사법부를 무시하는 처사가 될테니 정말 진퇴양난”이라며 난처한 처지를 토로했다. 이같은 ‘사태’와 관련, 대다수 의원들은 소속 정당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법사위 소속 의원 등 법리에 밝은 의원들도 “의원 283명이 일일이 답변서를 제출하거나 출두하지 않고 당 차원에서 일괄 답변서를 제출해도 된다”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경실련과 시민들은 “시민이 든 매를 사법부가 내리쳤다”며 고무된 반응이다. 경실련 변호인단의 이석형변호사는 “국회가 민생및 경제관련 법률안을 방치해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며 재판 진행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경실련과 시민들도 “국회법상 의정활동에 충실해야 할 의원들이 국회파행을 장기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법적 문제인만큼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열리는 재판에서 국회의원들의 법적 책임이 밝혀질지에 대해서는 법조계는 물론 원고측에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회 공전을 법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로 주장할 것이 분명하고, 채권가압류신청때와 마찬가지로 원고측이 자신들의 구체적 피해를 입증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도 이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재판을 거부하더라도 곧 원고의 승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경우 당 차원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는 국민회의 관계자의 말처럼, 국민들은 “매를 세게 내리칠수록 국회가 제 모습을 찾게 된다”는 믿음을 점점 진실로 여기게 될 것 같다.

    사회부·이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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