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아이스하키협회 비리, 대학입학에 '검은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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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09.29 15:37:00


  • 매년 90만명을 넘는 수험생이 경쟁을 벌이는 대학입시는 연중 치러야할 온 국민의 최대 관심거리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밝혀낸 아이스하키 특기생 선발비리는 대학의 정문은 좁고 뒷문은 넓다는 아픈 상식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지난 7월 시작된 수사는 현재 국가대표 감독과 고교, 대학감독 11명을 구속기소하고 대한아이스하키 협회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을 포함해 이번 사건에 관련된 학부모 23명중 5~6명은 구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관심은 대한아이스하키 협회를 조직하고 우리나라 아이스하키계를 사실상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진 박갑철 회장(조선일보 사장실 전문위원)의 사법처리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명하고 “워낙 말이 많아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고 말해 지금 수사가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를 가늠케 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대형언론사의 간부라는 부담 때문인지 “정치권에서 나도는 표적수사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만만치 않은 상대” 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정치권에 이어 언론계에 대한 사정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고 박 회장의 사법처리가 그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





    일부 부유층, 대학입학 방편으로 택해

    그러나 검찰수사가 어느 곳을 향하고 있든 이번 아이스하키 비리는 파워게임식 해석보다는 ‘밑을 훑다 보니 대어가 걸렸다’ 는 검찰식 표현이 더 어울려 보인다. 이번 사건은 아이스하키 팀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대학과 고교팀 감독이 연루돼 있다. 몇몇 선수와 대학간에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지던 과거와는 달리 규모나 성격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현재 아이스하키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된 원인은 귀족종목이라는 특성과 매년 배출되는 고교졸업생이 60명인데 반해 대학 입학선수는 40명이라는 점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이스하키는 장비가 고가인데다 국내 경기시설이 열악해 해외전지 훈련이 필수적이다. 다른 종목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 부유층 외에는 선수생활 조차 힘들다고 검찰은 전하고 있다. 일반학생의 ‘진입’ 이 사전봉쇄돼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팀이 있는 5개대학의 경우 경희 고려 광운 연세 한양대 등 대부분 명문사립이어서 진입이 가능한 일부 계층이 아이스하키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수층이 얇아 실력차가 크지 않고 선수 개인에 대한 객관적 능력검증이 사실상 어려운 점은 복마전의 또 다른 원인이었다. 선수선발이나 진학과정에 ‘외부요인’ 이 쉽게 작용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아이스하키는 초등부와 대학의 팀수 차이가 7개밖에 안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초등부와 중등부가 각각 12개, 고등부가 11개로 진학에 어려움이 없어 고교선주중 절반이상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중등부의 경우 대구 영신중과 인천 연성중을 제외한 10곳이, 고등부는 영신고와 인천해양고를 제외한 9곳이 모두 서울에 위치해 있고 초등부는 홍대부속,경희 등 이른바 ‘명문’ 으로 이름난 곳 등 7곳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팀이 줄어 진학이 힘든 축구 농구 등 타종목의 피라미드 구조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적어도 일부 부유층을 비롯 아이스하키를 아는 사람들은 다른 종목에 비해 내부 경쟁이 덜한 아이스하키를 자녀의 대학입학 방편으로 삼을 수 있는 흡입력이 충분하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일부에선 아이스하키 종목의 이른바 ‘자기복제’, 즉 2세대 아이스하키인이 많은 이유도 이같은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력 보다는 금품제공 능력이 우선

    아이스하키 협회의 경우 사무국장 이상 간부 6명의 아들 8명이 선수로 등록돼 있다. 박갑철 회장의 아들 박모(24)씨는 연세대를 나와 국가대표로, 신호경 이사의 아들 신모(21)씨도 연세대에 진학해 유니버시아드 대표를 맡고 있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학부모와 협회간 중간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는 고재정사무국장은 두아들이 선수다. 이밖에 구속된 전현직 대학감독 6명과 고교감독 6명의 일부 자녀들도 국가대표를 비롯 선수로 활동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 경희 한양대를 비롯 경기 중동 인천해양과학고, 3개 실업팀 등 9개팀의 감독 자녀 12명이 아이스하키 선수이며 이중 3명은 청소년 등 대표선수로 선발됐다.

    명문대에 자녀를 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이스하키 특기생 입학인 점을 누구보다 잘아는 고교, 대학감독들은 밀실에서 선수 1인당 3,000만원에서 2억원의 액수를 미리 정해 놓고 학부모에게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대학측은 선수 추천과 전형을 감독들에게 일임하는 것으로 지원을 대신해 이같은 비리를 눈감아 왔다. 대학감독들은 빈손인 상태에서 팀을 운영하기 위해선 개인의 실력에 의한 선발보다는 고액의 금품제공 능력이 있는 학생을 입학의 대상으로 꼽아 팀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선수 향배에 중요한 키를 쥐게 된 감독들은 자신들의 커진 입김을 통해 인신매매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선수 1인이 감독에게 건넨 평균 액수는 Y대가 1억원, K대 7,000만원, H대 5,000만원, 다른 K대와 G대는 3,000만원순이었다. 고교감독이 학부모를 대학 감독에게 매개, 알선한 경우도 있었지만 Y대에 입학한 휘문고 출신의 K군의 경우 대학감독이 고교감독을 시켜 학부모를 물색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학에선 실력이 좋은 경기고의 K군을 스카웃하기 위해 실력이 없던 Y군의 부모에게 1억원을 요구해 받아낸 다음 6,000만원을 K군의 부모에게 지급한 사례도 있다.





    다른 체육 종목에서도 유사한 비리 ‘엄존’

    돈을 주고 부정입학한 선수의 경우 체육학과뿐 아니라 인기학과에 입학하는 경우도 많아 결국 실력 있는 학생들의 입학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들은 처음 1년간은 체육부에서 운동을 하다가 서서히 이를 중단하고 학과공부를 하거나 군대에 입대해 특기생이 아닌 일반학생으로 대학생활을 마치고 있다. 돈받은 약점이 있는 감독들은 아무런 제지를 할 수 없었다.

    협회측은 아이스하키 비리는 감독이나 선수들 사이에 오간 일로 치부하고 개입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한쪽에선 다른 체육 종목에서도 유사한 비리가 행해지고 있는 데 유독 아이스하키만 철퇴를 맞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 엿본 한국의 학원스포츠는 이미 아마추어리즘 운운하는 게 우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선 검은 돈의 흐름을 차단하는 게 급선무라며 종목특성에 맞게 학교지원금과 감독 사례비를 양성화시키는 방안을 심각히 검토해야 할 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교육부에서 특기생 선발권을 넘겨받은 대학들이 이런 작은 권한조차 공정하게 행사할 능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태규·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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