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세계경제위기 "미국 책임 크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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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09.29 15:41:00


  •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등의 경제위기가 러시아를 거쳐 남미까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위기에 대처했던 미국의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정책당국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있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가 최근 초기의 대응과 예측이 잘못됐다는 발언을 했으며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도 비슷한 내용의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미 재무부와 IMF의 고위관계자들은 어떤 실수를 했느지 미 경제전문지 월 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각국의 예를 중심으로 분석한 내용을 살펴본다.

    국제금융시장에 혼란이 오거나 각국이 경제위기에 봉착할 때 마다 미국은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서 각종 처방을 내린다. 이같은 정책 결정은 주로 재무부와 FRB및 IMF 등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골드만 삭스사의 부사장을 역임하는 등 월가의 유능한 투자 전문가였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과 하버드대 교수였던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은 환상의 콤비라는 말을 듣고있다. 재무부의 국제문제담담 차관 데이비드 립턴도 하버드대출신의 유능한 관료로 20년동안 국제금융문제만을 전담해왔다. 서머스는 또 MIT대 교수출신의 스탠리 피셔를 IMF부총재 자리에 천거, 사실상 미국이 IMF를 통제하도록 했다. 서머스와 피셔는 매일 전화통화를 하는 등 긴밀한 협조를 해오고 있다. IMF총재인 미셸 캉드쉬 역시 10여년간 국제금융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다. 이들처럼 유능한 전문가들의 처방에도 불구하고 태국이 멕시코처럼 경제가 회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97년 7월 바트화의 가치폭락과 외환보유고의 고갈로 금융위기에 직면한 태국은 워싱턴에 긴급지원을 호소했다.





    각국 경제위기 대처에 ‘잘못된 판단’ 많아

    클린턴 행정부는 뉴욕주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태국에 지원하기를 희망했으나 가용할 수 있는 대외지원예산이 없어 결국 IMF에 태국문제를 더 맡길 수 밖에 없었다. 태국의 경제위기는 94년 멕시코와 많은 점에 유사했지만 정도는 심하지 않았다. 멕시코 경제위기의 처방을 내렸던 루빈 장관과 서머스 부장관은 태국에도 비슷한 처방을 내렸다. 170억달러의 국제금융을 지원하는 대신 고금리와 정부지출 감축, 파산은행의 폐쇄, 수출을 증대하고 수입을 감소하기 위해 통화를 평가절하토록하는 조치였다. 이처럼 같은 처방을 내렸는데 멕시코는 경제가 회생하고 태국은 아직도 회생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을 이웃에 두었고 미국은 멕시코의 위기를 자신의 일처럼 생각했다. 미국은 재무부의 외환안정기금으로 멕시코를 지원했다. 그러나 태국은 이웃으로 간주되는 일본이 있었지만 경제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일본은 미국의 압력을 외면했고 미의회는 멕시코 사태이후 재무부의 외환안정기금 사용에 제동을 걸어 IMF가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태국은 미국의 지원이 없자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앞으로 위기상황때 미국이 지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해졌다.

    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마저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되는 상황에 몰리자 일본은 97년 10월 홍콩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지역의 경제안정을 위해 1,000억달러 규모의 이른바 아시아 통화기금(AMF)을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루빈과 서머스는 IMF보다 더 좋은 조건의 이같은 기금이 창설된다면 미국의 경제적 우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일본의 제안에 동조하지 말도록 중국과 한국 등에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미국의 이같은 ‘농간’ 에 화가 난 일본은 이후 AMF와 같은 지원방안에 대해 절대 언급하지 않았다. ‘미스터 달러’ 라는 별명을 듣고 있는 서머스는 미국이 승리한 것이라고 득의양양 했지만 이후 1년이 지난 뒤 IMF 자금이 고갈되고 미국도 의회의 반대로 자금충당이 되지않자 당시 상황을 후회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 재무부와 IMF는 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 한국 등 아시아와 러시아, 남미까지 금융위기가 확산하자 “암도 못고치는 의사가 너무 가혹한 처방만 한다” 는 비판을 듣게됐다.





    고금리정책 요구, 통화 평가절하만 재촉

    일부 학자들은 1920-30년대 대공황때 후버 대통령이 균형예산만을 고집해던 실책을 거론하면서 IMF가 고금리 정책만을 요구해 거꾸로 통화의 평가절하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했다고 주장했다. 재무부와 IMF정책을 초기에 지지했던 그린스펀 FRB 의장도 9월 14일 하원에서 “IMF가 위기에 내재됐던 기본적인 문제들의 깊이를 잘못 측정했다” 며 “IMF등의 초기조치가 잘못됐다” 고 증언하기도 했다. IMF는 은행의 구조조정에 사용하는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정부의 지출을 삭감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휘발유가 얼마 남지 않은 트럭에서 또 다시 휘발유를 빼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루빈은 이에 대해 “나는 이들 국가에 대해 좀더 가혹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낫다” 는 생각을 했었다며 잘못을 시인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 대린 처방도 잘못된 것이 많았다. IMF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해 연료와 식용유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라고 지시했다. 인도네시아가 이같은 조치를 취하자 교통요금을 비롯해 각종 요금과 생필품값이 폭등했으며 인플레율이 상승하는 등 국민들의 반발을 초래했으며 결국 수백명이 사망하는 폭동이 발생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수하르토 대통령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미국내에서 논란이 있었으나 재무부는 애초부터 수하르토가 개혁조치의 걸림돌이라고 판단해 그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무부의 판단은 서머스 부장관이 지난 1월 직접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수하르토와 면담을 했으나 실망한 것에 기초한 것이다. 국무부와 국방부는 수하르토의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수하르토의 제거는 오히려 군부독재나 내전이 발발할 수 있다면서 수하르토를 달래서 정치개혁과 함께 경제개혁을 해야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 경우도 초기대응 잘못으로 위기 증폭

    클린턴 대통령은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을 인도네시아에 특사로 파견해 수하르토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으나 수하르토는 이미 IMF에 수모를 당할만큼 당한만큼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지 않았으며 결국 물러나야 했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이었던 샌드라 크리스토퍼는 당시 재무부는 인도네시아 정치는 물론 국민들의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경제논리만을 앞세웠다면서 미국이 조기에 정치개혁과 함께 경제지원을 했다면 인도네시아 사태는 막을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초기 대응의 잘못으로 위기가 증폭됐다는 평가다. 재무부와 IMF는 한국정부에 대한 지원만을 강조했을 뿐 민간은행들의 부채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문제라며 지원을 외면했다. IMF는 지난해 12월 58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했다. 한구정부는 IMF의 자금중 우선 지원금이 들어오자 이를 민간은행에 주어 외국은행에서 차입한 채무를 갚는데 사용했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루빈은 그린스펀과 협의를 거쳐 한국에 돈을 꿔준 국제은행들의 관계자들을 소집해 한국 민간은행들의 채무상환기간을 연장해주는 긴급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재무부는 한국의 외환수지 악화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원칙만을 고수하려다 이같은 결과를 빚게됐으며 루빈 장관은 한국에 대한 초기이후의 대응조치가 새로운 모델이 됐다고 변명했지만 너무 늦게 대응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러시아 경우에 있어서도 미재무부는 상반된 두가지 조치를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미 재무부는 처음에는 러시아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IMF협상단이 예상하는 금액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 자금은 루불화를 달러화로 바꿔 외국으로 자본을 유출하는 러시아의 일부계층에게만 도움이 됐다. 러시아는 상황이 계속 나빠지자 더 많은 자금의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은 이를 외면했으며 경제개혁을 먼저하라는 요구했다. 애초부터 러시아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철저한 개혁을 요구해야 했는데 결국 ‘사후 약방문’ 이 된 것이다.



    이장훈·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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