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IMF개혁없이 경제위기 극복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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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09.30 14:14:00


  • 세계 금융체제 개편론이 본격 거론되고 있다. 세계금융체제 개편론은 아시아와 러시아를 거쳐 남미와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세계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2차 대전이후 현재의 금융질서를 주도해온 브레튼우즈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후 세계금융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2차 세계대전 중인 44년 1월 미국 뉴햄프셔 브레튼우즈에서 열린 회의에서 구소련을 포함한 44개국은, 미국의 달러 환율을 금에 고정시키고 다른 나라들이 달러에 환율을 고정시키는 금본위제에 합의했었다. 또 외국의 원조가 시급한 나라에게 공급되는 장기자본을 마련할 세계은행(IBRD)과 환율안정을 위해 국제수지 불균형을 시정하는 데 필요한 금융지원을 하는 기구로 국제통화기금(IMF)을 설립키로 했다. 45년 각국의 환율제도를 감시하는 IMF가, 46년 저개발국의 산업발전을 지원하는 IBRD가 설립됨으로써 브레튼우즈체제는 확립됐다. 70년대 미국이 오일쇼크 등으로 금보유량이 줄자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변동환율제를 채택, 애초의 브레튼우즈체제는 사실상 붕괴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금융질서는 IMF와 세계은행이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등 서방선진7개국(G7)이 이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같은 IMF체제에 대해 미국의 폴 크루그먼 MIT대교수나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교수 등은 IMF를 비판하면서 개도국의 세계 금융논의 참여를 위한 G7확대 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IMF의 개혁이 없이는 현재의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면서 새로운 금융체제를 동입해야만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와함께 말레이시아 대만 홍콩 등은 올 하반기 들어 국제적 대응을 기다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금융시장 통제에 들어감으로써 국제투기자본과의 싸움에 들어가는 등 IMF체제에 반발하는 독자세력들도 나타나기 시작해 IMF의 권위가 실추되기도 했다. 이들 국가는 국제적 투기자본에 의해 자국의 경제가 위협받게 됐다며 IMF가 이같은 투기자본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부 학자들은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이 왜곡된 것은 투기자본의무분별한 이동, 즉‘자본의 국경없는 이동’속에서 투기자본은 아시아 거품경제와 통화증발을 야기해 경제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 위기를 촉발시킨 투기자본은 자본거래 자유화란 이름하에 무차별적으로 국경을 넘나들면서 세계 금융시장 교란의 주범이 되고있다. 투기자본에 의한 금융위기는 19세기말, 20세기 초에도 선례가 있었지만, 현재와 같이 광범위하고 급속하게 피해를 확산시키는 투기자본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 상황이 과거와 다른 점은 정보·통신의 발달로 충격이 이웃국가로 급속히 확대재생산되며 번져나간다는 점, 또 개도국의 인프라(기반시설)구축에 투입됐던 당시와 달리 현 투기자본은 철저히 이자율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 등이다. IMF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90년대 자본유입량은 개도국 국내투자액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0~96년에는 전체 순유입량중 절반이 외환보유고같은 외환관리 준비금으로 사용됐다. 현재 4,000~5,000여개로 추정되는 전세계 투기자본(헤지펀드)중 상당수는 아무런 제약없이 개도국시장을 주무대로 하는 역외펀드이며, 총 규모만도 4,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7월 아시아 위기가 시작될 당시 태국, 한국, 인도네시아 3국의 주식시장 시가총액 합계의 2배가 넘는 규모이다. 일부에서는 거래세(Transactions Tax)와 같은 관세를 신설해서라도 투기자본의 이동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공감대가 크게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다.

    또 IMF와 함께 세계 경제를 떠받쳐 온 G7에 대한 회의론과 개편 논의도 나오고 있다. G7은 현재로선 전세계로 전염되고 있는 경제 위기를 막을 능력도 없거니와 공조 가능성마저 희박하다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G7의 한계론은 곧 세계 리더십의 부재를 의미한다. 주축인 미국과 유럽, 일본이 자국이기주의만 앞세워 금리인하등 세계경기부양책, 국제통화기금(IMF)증액, 단기성 투기자금의 규제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딴소리만 외치고 있다. 가장 큰 책임은 G7의 사령탑격인 미국의 몫이다. 빌 클린턴대통령은 14일 뉴욕 외교협의회에서 선진국들의 세계경기 부양론을 외치며 G7의 금리인하를 촉구했지만 독일과 프랑스등은 아직도 금리인하를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유럽 일본과의 공조하에 구축했던 글로벌 캐피털리즘이 급속히 붕괴되며 새로운 국제 경제리더십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G7 의장국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9월 22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연설을 통해 IMF 개편론을 촉구하는 연설을 해 주목이 되고 있다. 블레어 총리가 이 문제를 10월 3일 워싱턴에서 열릴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긴급의제로 다루자고 제안했다. 블레어 총리의 제안 내용을 보면향후 금융체제 개편은 우선 99년 9월까지 IMF와 IBRD(세계은행)를 개편하고 투기자본의 이동을 감시·관리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새로운 IMF와 세계은행 체제가 21세기 이전에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년 내에 개편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MF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외부평가와 더불어, 세계 금융 기구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확대해야 하며 IMF가 금융지원을 대가로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들에대해 정책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이들 국가에 단기자본을 제공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이 필요하고 국가간 대규모 자본 이동에 대한 감시 강화를 통해 차관제공에 따른 리스크를 적절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IMF와 세계은행을 구조적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브레튼우즈 협정을 재논의할 세계정상회담이 필요하다며 IMF와 세계은행을 부분 통합해 단일기관에 세계 경제체제의 감독과 조정 책임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역시 9월 22일 각국 지도자와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뉴욕대학에서 열린 원탁회의에서 각국은 아시아 등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경기 순환을 방지할 정책을 채택해야 하며 금융체제의 세계화를 인식, 이를 어떻게 다루면 침체를 피하고 호·불황의 주기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원탁회의에서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로버트 호매츠 부회장은 “미국이 70년대의 석유 위기 이후 최대의 위협을 맞고 있다”며 G7이 신흥시장들과의 협력을 재차 다짐하고 미국은 무슨 수를 쓰든 브라질을 도와 추락을 막고 도움이 가장 필요한 국가들을 지원함으로써 공동집단을 형성할 것 등을 제시했다.

    세계 경제가 파국을 향해 숨가쁘게 치닫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세계금융체제 개편론이 과연 어떻게 결말이 날지 주목된다.

    이장훈·국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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