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프로야구] 우즈, 한국 홈런기록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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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09.29 15:25:00


  • OB의 타이론 우즈(29)가 한국프로야구에 외국용병 전성시대를 열었다. 올해 처음으로 수입선수가 출장하면서 힘좋은 그들이 홈런경쟁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었다. 그러나 너무 빨리 한국기록이 깨어졌다. 그것도 첫해에.

    우즈는 9월20일 마침내 앞서가던 토끼 이승엽(22·삼성)을 제친 거북이가 됐다. 우즈는 이에 만족치 않고 한시즌 최다홈런 기록에 도전했다. 드디어 9월26일 한국프로야구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길 거인이 됐다. 이날 그는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되던 장종훈의 한 시즌 최다홈런(41개·92년)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우즈의 41홈런은 121경기, 496타석만에 나왔다.

    외국선수가 처음 수입된 올 시즌 개막전. 사실 그는 ‘거북이’ 정도도 아니었다. 지난해 실시된 드래프트에서 2순위로 지명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용병일뿐이었다. 몸값은 계약금 2만달러에 연봉 7만4,000달러. 개막때부터 활약한 10명의 용병 가운데 밑에서 3번째.

    시범경기때도 홈런 1개에 그쳐 183㎝, 100㎏의 우람한 체격이 아깝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시즌 중반까지도 두드러지지 못했다. 착실하게 홈런을 쌓아나가기는 했어도 워낙 앞서나가는 이승엽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7월까지 이승엽과는 9개차. 당시만 해도 이승엽의 기술에 우즈의 힘으로는 벅차다는 느낌이었다.





    꾸준한 페이스, 이승엽 넘고 장종훈 제치고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대결에서 우즈의 낙승을 점쳤다. 이승엽은 8월초부터 슬럼프에 빠졌고 우즈는 시즌 말미에 이르러서도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게 주된 이유. 무엇보다 우즈는 경기 수가 많이 남아 있어 한결 유리했다.

    이 때문에 우즈는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41이란 숫자를 생각하고 있다” 고 말할만큼 이승엽보다는 장종훈의 기록을 의식할 정도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승엽은 “최선을 다해보긴 하겠지만 일단 잃어버린 타격 자세를 되찾아 팀 우승에 기여하겠다” 는 소박한 다짐을 내놓곤 했다.

    7월까지만 해도 올 시즌 홈런 레이스는 싱겁기 짝이 없었다. 6월 13개의 홈런을 때려 월간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이승엽은 7월이 끝났을 때 무려 33개의 홈런으로 2위 그룹을 7_8개 차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관심사는 오직 이승엽이 지난 92년 한화 장종훈이 세운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41개) 을 언제 그리고 몇개 차이로 경신할 것인가였다. 당시 이승엽은 상대 에이스들로부터 “던질 곳이 없다” 는, 본인으로선 기분 좋은 원망을 들었다.

    이승엽의 가치 또한 천정부지로 뛰면서 선동렬 이종범 이상훈이 떠난 국내 프로야구의 ‘유일한 흥행사’ 로까지 평가받았다. 그가 홈런을 날릴 때마다 야구팬 뿐아니라 IMF시대 잔뜩 움츠러든 국민들은 가슴이 후련해짐을 느꼈다.

    때 맞춰 태평양 건너 미국 메이저리그서도 마크 맥과이어(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새미 소사(30·시카고 컵스)가 시즌 최다 홈런 기록(61년 뉴욕 양키스 로저 매리스 61개) 돌파를 놓고 연일 대포 경쟁을 벌여 이승엽과 우즈의 홈런경쟁은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가파르게 치솟던 이승엽의 홈런 곡선이 하향세로 돌아선 것은 8월초. 8월 3일 시즌 34호 홈런을 날린 이승엽은 이후 무려 11경기서 홈런 생산을 멈추는 슬럼프에 빠졌다. 이후 9월2일 시즌 37호 홈런으로 홈런포 가동을 전면 멈춘 상태. 지난 겨울 나가노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등 잇단 외부 행사에 참여하느라 훈련량이 절대 부족, 체력이 저하된 게 원인이었다. 여기에다 8월7일 현대전 이후 타순을 종전 3번서 4번으로 옮긴 것도 부진을 부채질했다. 그전까지 이승엽과 정면승부를 걸어오던 상대 투수들이 여차하면 볼넷으로 피해가곤 했다(이 때문에 최근 메이저리그서도 거포를 3번에 기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 시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홈런 더비를 이끌고 있는 맥과이어와 소사도 각각 팀에서 3번 타자를 맡고 있다).





    강한 손목 이용한 파워배팅, 선구안도 뛰어나

    상대 투수들의 정면승부 기피로 초조해진 이승엽은 나쁜 볼에 방망이가 나가기 시작했고 덩달아 물흐르듯 자연스러워 타격의 교과서로 불리기까지 했던 타격 폼마저 흐트러졌다.

    이승엽의 페이스가 주춤하자 우즈가 뚜벅뚜벅 추격을 해왔다. 홈런 수가 7월까지 이승엽에 9개나 뒤처졌던 우즈는 8월에 7개를 보태며 5개 차로 간격을 좁혔다. 불가능할 것 같던 이승엽 추격의 가능성을 발견한 우즈의 방망이는 9월들어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3일 현대전부터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린 우즈는 12, 13일 LG전서 두 개를 보태고 드디어 9월20일 이승엽을 제쳤다.

    우즈와 이승엽은 홈런을 만들어내는 기술에서도 대조적이다.

    메이저리그 트리플 A 출신의 우즈는 183㎝ 100㎏의 거구로 흑인 특유의 탄력과 강한 손목 힘을 이용한 파워배팅이 강점이다. 특히 빠른 배트 스피드가 돋보인다. 우즈는 바깥쪽 볼에도 강해 밀어친 타구가 우중간 펜스를 곧잘 넘어간다. 우즈는 미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8년동안 뛰면서 86개의 홈런을 때렸다. 우즈는 올 시즌초반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와 사이드암스로 투수에 약점을 보였지만 최근엔 선구안이 많이 향상돼 약점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183㎝ 88㎏의 이승엽은 예비 동작에서부터 임팩트, 팔로스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타격 자세가 완벽에 가깝다. 여기에다 예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강타자 왕정치를 닮은_이승엽에 의하면 왕정치에 비해 들어올리는 높이가 낮아 파괴력 높은 타격자세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이승엽의 타구는 처음엔 평범한 외야 플라이성으로 보이다가 펜스를 넘어가기 일쑤다.

    ‘좌타자는 좌투수에 약하다’ 는 야구계 통설도 이승엽에겐 의미가 없다. 이승엽은 올 시즌 해태의 좌완 오철민으로부터 4연타석 홈런을 때려냈을 만큼 구질과 상대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방망이를 휘두른다.

    타이론 우즈. 그는98프로야구 최고의 관심사였던 이승엽과의 홈런경쟁을 넘어 한국프로야구의 자존심이었던 장종훈마져 날려보내 팬들에게 실망(?)과 기대를 한꺼번에 안겨준 ‘신화’ 를 만들었다. 팬들은 코리안 시리즈에서도 우즈와 이승엽의 ‘한방대결’ 을 기대하고 있다.

    노재원·일간스포츠 야구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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