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연예르포] 에로배우들 "벗어도 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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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09.24 11:21:23
  • [연예르포] 에로배우들 "벗어도 추워요"

    09/24(목) 11:21



    “공사했어?” “테이프 떨어졌잖아!”

    문을 열자 후끈한 기운이 밀려나온다. 2평도 채 안되는 좁은 방에 침대 하나 덩그라니 놓여 있고 다른 가구는 하나도 없다. 그 위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가 악악 소리를 내며 용을 쓰고 있다. 감독은 조그만 디지털 카메라를 직접 들고 배우들과 10c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땀방울을 클로즈업으로 잡고 있으며 연출팀이 조명과 기록원을 맡는다.

    지난 9월 15일 서울 시내의 한 가정집. <섹스리포트>라는 비디오 촬영현장이다. 두명의 배우가 내는 엄청난 열기와 뜨거운 조명이 후끈한 기운을 만들어내고 있다.

    ‘공사’ 는 정사신을 연기하는 남녀 연기자들의 중요 부위를 청테이프 등으로 막는 일을 말한다. 정사신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작업이다. 여자들은 대부분 청테이프로 가리는데 속에 화장지 등을 넣는다. 나중에 뗄때 덜 아프도록 하기 위해서다. 남자들도 청테이프를 이용하거나 화장지를 끼운 양말을 신고 촬영에 임한다. 땀을 많이 쏟는 작업이다보니 청테이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잦아 촬영이 중단되기 일쑤다.





    열악한 시장, 한편 제작비 1000만원 짜리도

    16mm 에로비디오를 보는 눈길은 곱지 않다. 비디오숍에서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놓고 에로 비디오를 빌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머쓱해하며 빌려보거나 보고나서도 “그럼 그렇지…” 하며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리모콘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가 16mm 에로비디오라는 불만이 적잖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에로 비디오는 끊임없이 출시되고 있다. 내용이나 기술상의 발전은 전혀 없지만. 사실 16mm 비디오 시장은 아주 열악한 형편이다. 보통 한편 제작비가 2,000만원 내외. 한국영화 한편 제작비가 보통 10억원인 현실을 감안하면 2%밖에 되지 않는 돈이다. 한석규 한편 개런티만 있으면 16mm 에로 비디오 10편 이상을 만들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제작비가 3,000만원 정도는 됐는데 IMF 사태 이후 많이 줄었다. 1,000만원 내외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000만원 이내로 제작되는 비디오의 경우 한국판과 동남아 수출판을 따로 제작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국내에 출시될 때는 그래도 가릴 것은 가린 화면을 보여주지만 동남아 수출판의 경우에는 치모가 그대로 드러나는 등 거의 포르노 수준이라는 것. 하지만 실제 수출가는 500달러 내외여서 업계 내부에서도 망신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면 배우들은 출연료를 얼마나 받을까? 겉으로 드러나는 바가 없어 어림잡기조차 힘든 게 사실이다. 에로비디오의 상징격인 배우 진도희의 경우 작품에 들어갈 때 편당 출연료를 받고 평소 전속사인 한시네마타운으로부터 월급식으로 일정액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머지 연기자들의 경우에는 촬영에 들어갈 때 일당식으로 지급받고 있다. 여자연기자들의 경우 일당 20~25만원, 남자 연기자들은 일당 15~20만원 수준에서 출연료가 책정되고 있다.

    그마나 비디오 제작이 활발하면 괜찮지만 최근과 같은 불황에는 한달에 한편 하기도 힘들다. 때문에 많은 연기자들이 보험외판원 등의 부업으로 가계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일당 20만원 내외의 출연료, 정사신은 중노동

    에로 비디오를 보면 ‘그 나물에 그 밥’ 이라는 불평을 할 때가 많다. 몇몇 배우들이 여러 작품에 겹치기 출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신인배우들은 비디오영화업계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참신한 신인 여배우들은 업계에서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신인 배우들을 어떻게 수급될까? 연극무대나 모델업체에서 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몸매가 좋거나 연기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또는 제발로 걸어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경우 적응이 쉽지 않은데다 연기력이 떨어진다. 일부는 디스코걸 등 유흥업소 종사자들도 있다. 업체마다 신인 여배우 구하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딱 떨어지는 배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에로 비디오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좋지 않은데다 출연료도 적기 때문이다.

    제작비가 적다보니 촬영일수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연기자 출연료를 일당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대부분 5일 내외에 촬영을 마친다. 품이 많이 가는 야외 촬영은 가급적 삼가고 실내 촬영 위주로 한다.

    일반적으로 닷새중 3일은 정사신에 할애한다. 정사신 촬영장면을 보면 중노동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무런 감흥없이 ‘펌프질’ 을 해야만 한다. 한 커트에 짧으면 1~2분, 길면 5분 이상도 한다. 좁은 방안에서 뜨거운 조명 아래 연기하기 때문에 보통 고생이 아니라고 한다.

    한 배우는 “연기를 하면서도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뿐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때면 용케도 알고 감독이 커트 사인을 낸다. 한 장면 마치면 진이 빠진다. 정사신은 하루에 다섯시간 이상 촬영하기가 힘들다” 고 한다. 배우들은 1편 찍고나면 몸무게가 보통 2~3kg씩은 빠진다.





    3000장만 팔리면 ‘대박’, 젖소부인 25000장 팔려

    정사신은 유난히 O.K 사인이 잘 나질 않는다. 여러 커트를 일단 찍어 놓고 좋은 장면을 고르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배우들과 1편 출연 계약을 맺어놓고도 실제로는 짜깁기를 통해 두편을 만드는 경우도 많았다. 정사신을 여러 커트로 찍은 후 이를 다른 비디오에도 써먹는 것. 배우들은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고는 노발대발하지만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만든 에로 비디오는 판매를 위해 또 한번 제목에서 전쟁을 치러야 한다. 고만고만한 여타 비디오들 중에서 손님들의 눈을 끌기 위해서는 색다른 제목을 내세워야 한다. 제목도 유행을 탄다. <젖소부인> 이전만해도 파격적이고 은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 많았다. 92년 <젖소부인>이 등장하면서 대부분의 비디오가 이런 류의 제목을 따랐다. 최근에는 <페교괴담> <용의 국물> 등 영화나 TV 드라마의 제목을 베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해서 팔리는 것이 보통 2,000장 가량. 3,000장만 팔리면 ‘대박’ (빅히트)이다. 전국의 비디오숍이 1만 5,000개 정도인데 세곳 중 한곳에만 팔아도 수지는 맞출 수 있지만 그나마도 힘들다. <젖소부인>은 당시 2만 5,000장 가량 팔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거의 전설적인 판매량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간스포츠 연예부 이상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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