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바둑칼럼] '개성바둑'만이 이창호 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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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09.30 11:51:00


  • 이창호에게도 라이벌이 존재하는가. 이창호가 쓰러지는 날은 언제인가. 21세기에도 자신의 시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 틀림없는 ‘철권 이창호’ 를 떠올리면 끊임없이 제기되는 바둑계의 화두이다.

    “유행에 이끌리지 말고 개성있는 바둑을 두면 이창호를 꺾을 수 있다” 미단 국내에서 뿐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까지 이창호 따라잡기에 열중하는 이즘, 한때 정상을 넘보았던 중견기사들이 ‘이창호 이기는 법’ 을 역설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창호는 지는 날이 없다. 하루 이틀 된 이야기도 아니지만 이창호는 날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다간 이창호의 독주로 말미암아 세계바둑계가 대공황을 맞을 가능성도 없지않다. 챔피언이 막강한 것은 좋지만 줄줄이 도전자가 나타나 정권교체의 가능성이라도 비춰줘야 할진대 상황이 그렇질 못하니 바둑계가 싱거워질 가능성이 큰 것. 따라서 세계바둑팬들이 승부로서의 바둑에 흥미가 끊어질까 두려울 정도다.

    한국에선 조훈현만이 도전자로 나서고 있지만 그는 이미 기량이 아니라 기력이 달려서 더이상 이창호를 따라잡지 못할 지경이다. 중국에서 23세 창하오가 유력하지만 그도 지난달 보여주었던 이창호와의 3차례 승부에서 아직은 역부족임을 실감했을 것이다. 후지쓰 결승에선 단칼에 나가떨어졌고 와신상담했던 한중천원전에선 2대0으로 내리 밀려버린것.

    그렇다면 이창호의 적수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은 이창호보다는 어려서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10대후반 20대초반의 겁없는 신예들중에서 말이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신예들은 정말 즐비하다.

    이창호와 천원전과 테크론배에서 2년만에 복수전을 갖는 최명훈, 신예타이틀인 신인왕전과 신예10걸전을 나눠가진 이성재와 목진석, 그리고 이름도 익숙치않은 많은 신진기예가 이창호의 라이벌들이다. 과연 그들은 이창호를 여하히 극복할 것인가. 극복이 되기는 되는 것인가. 그 해답은 “개성있는 바둑을 두어야한다.” 는 선배들의 충고에 담겨있다.

    신예들은 이미 중견들을 넘어선 지 오래다. 만일 공식적인 랭킹을 매긴다면 랭킹 4위부터 10위까지는 모조리 이들 신예들로 채워질 만큼 이들의 성적은 탁월하다. 문제는 일인자에게 대항할만한 기량인지 여부.

    “다들 잘둔다. 그러나 다들 비슷한 바둑을 둔다. 강인한 맛이 없고 기다려서 이긴다. 바로 이것이 이창호의 바둑이다. 흉내를 내어서 이길 수는 있지만 결코 이창호를 극복할 순 없다.”(강훈 9단)

    “한마디로 매력이 없다. 뒤따라 배우는 바둑이 아니라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 필요가 있다. 끝내기로써 이창호를 극복하려는 것은 우둔한 짓이다. 잘해야 2등 아니겠는가.”(서능욱 9단)

    한때 조훈현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도전 5강’ 의 충고다. 한마디로 이창호가 구사한 방식을 다음날 익혀서 나오는 수준으로는 결코 정상에 오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개성있는 바둑을 둘 필요는 충분하다. 조남철의 실리바둑을 이긴 김인은 우직한 바둑이었고 그 우직함을 극복한 이는 조훈현의 스피드였다. 바람처럼 빨랐던 조훈현의 손길을 잡았던 것이 또 이창호의 우보(牛步)가 아니었던가. 모름지기 이기려면 달라야 한다는 진실을 이미 보았다.

    이창호를 이기는 법은 이미 나와있다. 누가 얼마나 용기있게 실천하느냐에 달린 문제라 하겠다.

    진재호·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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