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한일어업협정] "어민의 꿈, 바닷속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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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0.15 11:29:00


  • 한일간 어업협상 타결로 기존의 어장을 일본에 고스란히 내줘야 하는 어민과 수산업계는 눈앞에 닥친 2000년대를 바로 자신들의 생존체제를 일순간에 함몰시켜버리는 ‘비정의 시대’로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 별다른 제재없이 고기를 잡던 일본 근해에서의 조업이 사실상 금지됨에 따라 어획량 자체가 삽시간에 줄어들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IMF 관리시대를 맞아 벼랑끝에 몰린 우리 어민들은 앞으로 돈벌이는 물론 생계마저 보장이 안되는 상황이다. 이번 어업협상 타결로 동경 134도에서 136도선에 걸쳐있는 대화퇴어장 일부가 중간수역에 편입돼 이 지역 조업은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 어민들의 황금어장이었던 홋카이도(북해도) 인근해 등이 일본측 배타적 경제수역(EEZ)내에 포함돼 조업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명태와 대게등의 조업피해는 우리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앞으로 3~5년간 양국이 어종에 따라 과거조업실적을 감안, 일정량은 상호 인정해 주기로 합의했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단기처방일 뿐이다.‘뇌사선고’를 받은 어민들을 벼랑으로 몰고가는 사탕발림식 수사(修辭)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분노한 어민

    10월2일 오후 부산시 서구 충무동 부산공동어 시장에서 열린 정부의‘한일어업협상결과 설명회’장은 이번 협정에 분노한 어민들의 뜨거운 성토 열기로 가득찼다. 설명회에 참석한 100여명의 부산지역 어민들은 이번 협정으로 피해를 입게된 우리어업의 회생을 위해 조업구역 조정등을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정부의 미흡한 사후대책등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어민들과 수산업계 관계자들은 “우리정부가 저자세로 협상에 임했으며 다른 것을 얻어내기 위해 어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앞으로 남은 한중어업협상에서 우리가 일본에 양보한 것 만큼 얻어내지 못할 경우 어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을 것”이라고 으름짱을 놓았다.

    경남 통영항에서 조업하는 장어통발 업계 역시 한일어업협정에 임한 정부의 굴욕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분노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협상의 여지가 있었음에도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너무 빨리 타결을 서두른 느낌이 강하다”며 조업수역 경계에 대한 정부의 기본자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원열 근해통발수협조합장은 “조업구역 위반시 벌칙강화로 어민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어획량 할당제가 적용될 경우 장어 어획량도 감소, 어민들의 어려움은 불보듯 뻔하다”며 “신어업협정 체결에 따른 조업수역 경계가 당초 우리측 주장인 동경 136도보다 줄어든 135도 30분으로 결정된 것도 납득이 안간다”고 분을 삭이지 못하고 울먹거렸다.









    어업피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명태조업은 내년부터 1만5,000톤으로 제한되고 2000년도부터는 조업이 전면중지된다. 즉 연간 5만2,500톤의 조업규모인 명태 어획량이 5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다. 이에따라 내년부터는 식탁에서 ‘명태가 금태’로 둔갑할 만큼 값이 오를 전망이다.

    또 당장 내년부터 대게 파동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어업협정을 통해 우리 어민들의 대게 조업은 내년부터 기존량(지난해 850톤)의 50%를 감축하고 내 후년부터는 다시 나머지의 50%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오징어 조업도 문제는 심각하다. 이번 어업협정에 따라 대화퇴어장이 30%정도 축소되고 줄어든 해역이 황금어장인 점을 고려할때 최소한 30~50%의 어업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 어민들이 보통 고기떼를 따라 동경 137도선까지 나아가 오징어를 잡아왔는데 동경 한계선이 135도30분으로 정해지면서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등어 꽁치등 다른 어종의 경우도 3년에 걸쳐 한일 양측의 어획할당량을 동일하게 매년 조절하도록 해 이 여파가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꽁치의 경우 우리나라 연간 총생산의 95%를 일본 주변 수역에서 잡아올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 국가식량안보 차원에서 홋카이도 수역의 안정적인 조업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우리어선이 현재 일본 연근해에서 올리는 어획량은 연간 22만3,000톤(2,935억원), 일본어선이 한국 연근해에서 올리는 어획량은 연간 11만톤(1,8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한국의 어획량을 일본과 비슷하게 맞출 경우 3년 후인 2001년부터 우리측 어민피해는 연간 1,390억원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피해규모 정부발표치보다 4배이상 많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우리어업 피해 연간 추정치는 어업협상 타결의 충격을 다소 줄여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수산업계와 어민들은 연간 피해액을 정부의 발표보다 무려 4배정도 많은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수협중앙회 산하 수산경제연구원은 한일어업협상에 따른 국내 어민들이 신협상 발효후 2001년부터 입게될 연간 피해액을 명태 365억원, 대게 120억원 오징어 등 기타어류 1,920억원 등 2,40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어획물을 원료로 한 수산가공업계의 피해액만도 연간 2,609억원에 달해 어업피해는 연간 5,01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추정한 연간 1,400억원의 피해예상액의 4배규모로 연구원측은 중간수역내의 예상되는 어업피해를 합할 경우 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지적했다. 또 명태와 오징어의 국내 공급감소로 인한 가격급등에 따라 전반적인 국내반입 어패류 물가도 각각 4.7%, 10.5%씩 상승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했다.

    속수무책인 정부대책

    정부는 간척사업등 어업구조조정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등을 세우고 있지만 어장을 일본에 내준 상황에서 뾰족한 대안이 없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새로운 어장개발과 원양어업 활성화등 다각적인 대안책을 강구중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어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도의 경우 해양수산부는 600억원 어선감축사업 예산을 요구했지만 375억원밖에 반영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문제해결에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향후 대표적인 분쟁거리로 꼽히고 있는 한일 중간수역내 자원배분 문제를 놓고 양국의 의견조정도 쉽지않을 전망이다. 한일 양국사이에 입어료 협상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원이 풍부한 일본측 수역내에서의 조업을 위해선 입어료를 내야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측에 있다. 해양수산부의 예산 타령에도 불구하고 ‘장보고대사’에 대한 역사적인 재조명 작업과 기념사업을 위해 내년부터 2001년까지 5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정작 ‘어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겉치레 기념사업에만 치중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동북아의 제해권을 주도했던 장보고 대사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위해 각종 기념행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을 정부계획이 어민들의 피해로 직접 이어지는 한일어업 협졍타결 시점과 맞물려 더욱‘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실감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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