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만추] 가을이 익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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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0.28 15:12:00


  •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

    가을들어 먹는 전어회는 고소한 감칠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예부터 ‘봄 도다리, 가을 전어’ 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

    봄에는 도다리를 따를 고기가 없고 가을에는 전어 아니면 말을 꺼내지 말라는 얘기다.

    이처럼 생선회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 사이에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가을 전어는 찬바람이 불면서 창원 마산 충무 사천 등 경남 남해안과 여수 순천 보성 등 전남일대 연근해에서 많이 잡힌다. 가을이 아닌 계절에는 전어만큼 인기 없는 고기도 드물다.

    10월 23일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

    제철을 만난 전어는 15~31㎝크기. 성질이 급해 양식이 안된다. 따라서 횟집 수족관에서 하루 이상을 버티지 못해 양식 어류가 넘쳐나는 요즘 ‘자연산’ 을 선호하는 미식가들의 기호에 안성맞춤이다.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전어를 횟감으로 쓸 경우 뼈를 발라내 포를 떠서 먹는게 일반적. 하지만 연한 뼈와 함께 아삭아삭 씹어먹는 ‘세꼬시’ 의 인기도 만만찮다.

    전어회는 일반 쌈장에 참기름과 다진 마늘을 섞어 만든 남해안 특유의 매콤한 쌈장에다 쑥갓이나 깻잎, 상추쌈에 엊어 먹으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배가된다.

    전어는 회뿐 아니라 구이도 좋다. 소금을 뿌린뒤 살이 부스러지지 않을 정도로 살짝 구운 전어구이와 내장으로 담근 ‘전어 밤 젖갈’ 도 ‘밥도둑’ 이라 불릴 정도로 입맛을 당기게 한다.

    한참 물이 오른 전어는 수산시장에서 1㎏에 1만2,000원~1만5,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횟집에서는 한접시에 2만5,000원에서 3만원 정도. 2, 3명이 먹기에 알맞다.

    /마산=이동렬·사회부기자









    산골진미 -도토리채묵국





    가을 바닷가서 전어회가 감칠맛이라라면 산골쪽 가을철 먹거리는 무엇보다 텁텁하지만 먹고나면 뒷맛이 상큼한 도토리묵이다. 옛날에는 구황식품으로 가을철 허기를 채우는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등산로 입구 어디에서나 사시사철 도토리묵을 먹을 수 있다. 90년대초 ‘도토리가루’ 가 대량생산되기 시작해 이제는 시장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그러나 맛은 역시 등산 낚시 등 야외놀이후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키며 먹는 도토리묵이 제격이다. 떡갈나무에 열리는 도토리는 조금 뾰족하며 상수리나무에서 달린 상실(橡實)은 조금 넓적하다. 종류만 20여종.

    전에는 가을산에는 감과 밤 등 열매가 풍부해 도토리는 다람쥐의 ‘소풍점심’ 용정도로 쳤다. 그러나 도토리에 들어있는 아콘산인가에 ‘항암효과’ 가 있다는 설이 나돌아 인기를 끌더니 요즘은 밤값보다 더 비싸다. 아무리 IMF시대라지만 시골에서도 인건비가 비싸 밤이나 감을 따지 못하는 곳도 많다.특히 올해 가을철에는 도토리가 풍년이어서 서울 근교의 포천 가평 철원 등지에 실업자들이 버스를 대절해 대거 몰려들기도 했다.

    탄닌 성분이 많아 떫은게 특징. 따거나 주워서 볕에 바짝 말려 껍질은 벗겨 2-3일 물에 담가 떫은 맛을 우려낸다. 이것을 갈아 고운 채로 걸러내 갈아앉혀 굳힌 것이 묵이다. 대부분 밀가루를 넣어 쫀득하지만 도토리만으로 묵을 쑨 것은 젓가락으로 잡아도 똑똑 끊어진다.

    묵을 넓적하게 썰어 오이 양파 부추와 고춧가루에 버무려 위에 깻입을 얹어 먹는 ‘골패묵 무침’ 이 많이 먹는 방법. 용문산 입구에는 이 골패묵과 칡막걸리의 어울리는 맛이 일품이다. 설악산이나 동학사입구에서도 인기음식이다.

    별미로 ‘도토리채묵’ 이 있다. 원묵을 한쪽으로 길쭉하고 가늘게 썰어 여기에 미지근한 물을 부어 먹는 방법. 물론 맛과 때깔때문에 오색 양념을 한다.

    달걀 흰자위(백)와 노른자위(황)로 환한 색갈을 내고 김(흑) 오이(청) 김치(홍)로 눈맛을 돋군다. 김치는 약간 쉰김치여야 제맛이고 흰깨와 참기름을 살짝 쳐 숟갈로 퍼먹으면 감칠 맛이다. 국물까지 다 마실수 있어 백반에 국대용으로 나오기도 한다.

    채묵국과 채묵백반은 유행가 가사대로 ‘박달재’ 를 알아준다. 산골처녀 금봉이가 과거보러 가던 경상도 선비 박달에게 ‘허리춤에 달아주던’ 그 도토리묵. 지금은 충주에서 제천으로 넘어가는 박달재밑으로 터널이 뚫렸지만 아직도 박달재 정상 양쪽에 있는 휴게소에 가면 이 맛을 볼 수 있다.

    남영진·주간한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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