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한나라당 비주류 '기지개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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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0.14 11:33:00


  • 여야가 40여일째 ‘교전’ 을 계속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전격적인 국회등원 결정을 내림으로써 외견상 화해무드가 움트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각등원의 조건으로 장내외 병행투쟁이라는 토를 달았기 때문이다. 여야간 대충돌의 뇌관으로 작용했던 매머드급 변수들도 여전히 제거되지 않고 있다. 그런 까닭에 자칫하다간 총성은 더욱 요란해지고, 전선(戰線)도 한층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야가 이처럼 사활을 건 전투를 하는 와중에서도 후방에서 팔짱을 끼고있는 한 정파가 있다. 바로 한나라당내 비주류 인사들이다. 조순 명예총재와 이한동·김덕룡 전부총재, 서청원 전사무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여 장외투쟁에 전혀 참여하지 않거나 고작 한두차례 얼굴을 내밀었을 뿐, 골프나 독서, 저술활동, 지역구다지기 등으로 소일하고 있다. 전투에서 여러발 비켜 서 있다고 해서 이들은 마냥 한가로운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갑갑하다” 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여권과 불꽃튀는 싸움, 비주류는 뒷짐만

    실제 정가에서는 단기적으로 볼 때, 여야간의 이번 싸움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한나라당 비주류라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총재선출 당일부터 불을 뿜기 시작한 ‘3풍정국’ 의 중간결산을 해 볼 때, 여권과 이 총재는 서로 상처를 입으면서도 나름대로 소득을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여권으로선 국세청 불법모금 사건이나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 등과 같은 ‘핵주먹’ 으로 이 총재에게 일정부분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정치권 사정태풍에서 ‘편파·표적시비’ 가 불거진데다, ‘신북풍’ 과 관련한 ‘고문조작 의혹’ 이라는 역공을 받아 다소 점수를 잃었다고 봐야 한다. 이 총재도 어찌됐건간에 이번 맞대결에서 적잖은 ‘코피’ 를 흘린 것은 분명하다. 그 대신에 얻은 것도 적지않다. 정부와 여당, 구체적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을 나름대로 견제할 수 있는 ‘대항마’ 의 핵심으로 입지를 다진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 비주류는 별무소득이다. 여론의 지탄을 받고있는 소모적 정쟁에 휘말리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이들 진영에선 “존재조차 망각되다시피 했다” 는 푸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가 연일 총질을 해대는 통에 독자적 목소리를 낼 틈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8·31전당대회 이후 총재경선의 문제점을 쟁점화, 이 총재를 깍아내리려는 전술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특히 이한동 전부총재는 보름간 외유를 다녀오자마자 당론과 배치되는 ‘무조건 등원론’ 을 외쳤다가 야유만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을 감싸는 듯한 여권의 태도도 설 자리를 더욱 좁혀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한나라당내 건전한 야당세력이 있다” (김 대통령) “이 총재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정동영 대변인) “한나라당 지도체제를 바꿔야 한다” (설훈 의원)는 등의 발언이 이 총재 견제세력인 이들에게 득은 커녕, 독약(毒藥)이 돼버린 것이다. 이런 발언이 꼬리를 물수록 이들의 복지부동 자세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비주류 인사의 한 측근은 “야당내 건전세력 운운은 정치의 ABC도 모르는 망말이다. 우리를 ‘사쿠라’ 로 만드는 것도 유분수” 라며 여권을 강하게 원망했다.





    이 총재 불만, 입지 넓히려 분주한 나날

    이들은 요즘 정중동(靜中動)의 행보속에 때를 기다리며 암중모색중이라고 한다. 먼저 조 명예총재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제관련 집필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부산·대구·서울 등 장외투쟁에 일절 얼굴을 내밀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여권영입설이 꾸준하게 나돌던 황학수 의원(강원 강릉갑)과 함께 국민회의 한화갑 총무와 극비회동을 가져 구구한 해석을 낳고 있다. 정가에서는 이와 관련, “평소 국민회의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온 조 명예총재가 당의 주요행사에 불참한채 여권의 핵심인사를 만난 데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같다” 며 조심스럽게 ‘탈당’ 을 점치기도 한다. 조 명예총재는 이에 대해 “구민주당 때부터 친분이 있던 한 총무가 오래전부터 식사를 한번 하자고 해서 이뤄진 만남” 이라며 ‘탈당설’ 자체를 극구 부인했다.

    이한동 전부총재의 행보는 더욱 관심거리다. 최근 정치권에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중부권 신당설’ 의 핵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이후 줄곧 이회창 총재와 앙숙관계인 그가 당내 입지약화의 탈출구로 중부권인사를 포섭, 독자세력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그럴듯한 해석까지 덧칠해져 있어 눈길을 끈다. 여권의 고위인사도 “한나라당 민정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며 바람을 잡고 있다. 정치권은 이와 관련, 이 전부총재가 지난 4일 태릉골프장에서 김중권 청와대비서실장과 조우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전부총재는 이날 서청원 전사무총장 심정구 의원 등과 한팀을, 김중권 실장은 최근 국민회의에 입당한 장영철 의원 등 TK(대구·경북)인사들과 한조를 이뤄 골프를 치다 잠시 자리를 같이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과거에 모두 친하게 지내던 사이라 터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면서 “의도적으로 같은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은 아니다” 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전부총재가 8·31전당대회이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서 전총장과, 한때 탈당설이 나돌던 모의원 등과 골프회동을 한것에 대해, “딴 마음을 품은 것이 아니냐” 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 전부총재는 최근의 ‘3풍정국’ 에 대응하는 이회창 총재의 대여전략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이번 싸움에서 ‘나는 바보다’ 라고 인정했을 뿐,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 이 총재의 정치생명은 완전히 끝났다. 이제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 라며 극언을 퍼부었다.

    반면 김덕룡 전부총재는 “정치권이 국민의 사랑을 받으려면 계보관리나 지역기반 등 구식 정치적 자산으로는 더이상 힘들다” 고 판단, 대중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에너지 충전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는 현재 경제및 21세기관련 서적, 구조조정 등과 관련한 각종 보고서 등을 탐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총재 등 당지도부의 대여관계에 대해서는 “비주류측의 의견을 너무 외면하고 포용하지 않는다” 는 등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한편 서 전총장은 지역구관리와 국정감사 준비에 전념할 뿐, 최근의 여야관계나 당내문제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수면아래에서 꿈틀대고 있는 이들이 기지개를 켜는 시기는 언제쯤 올 것인가.

    김성호·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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