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중.하위직공직자 사정태풍 "이번엔 진짜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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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8.10.28 14:53:00


  • 일선 공무원 사회에 사정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중·하위공직자들을 특정, 근원적인 비리척결을 지시함에 따라 정부 사정당국이 일제히 칼을 뽑아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공직기강 감찰결과 공무원 7,707명과 산하단체 임직원 2,697명 등 모두 1만404명의 공직비리자를 적발했다. 이중 공무원 520명과 산하단체 임직원 162명 등 모두 682명이 파면, 해임, 면직 등으로 퇴출됐다. 또 공무원 111명과 산하단체 임직원 49명 등 모두 160명이 정직됐으며 공무원 687명과 산하단체 임직원 173명 등 860명이 감봉및 견책을 당했다.

    이처럼 불과 2개월전에 대대적인 사정을 통해 공직자들을 무더기 징계한지 채 두달이 안된 시점에서 정부가 또다시 공직부조리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두달전 사정과 이번 사정에 굳이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중·하위 공직자’ 란 명칭을 씀으로써 대상을 어느정도 특정했다는 점이다.





    개혁·반부패, 국정운영의 두 핵심 축

    김 대통령이 중하위공직비리 척결을 지시하기 까지에는 얼마전 서울시 6급 공무원의 200억원 재산축적 사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개혁과 반부패 문제를 국정운영의 두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며 “특히 21세기로 넘어가기 전에 싱가포르나 대만 수준으로 공무원부패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권은 물론 민족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다” 고 전했다.

    현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공직비리 척결방안은 사정과 제도개선, 두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있다.

    청와대 총리실 검찰 감사원 등 사정당국은 주로 대민접촉과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중·하위직을 중심으로 금품수수등 비위행위와 무사안일, 복지부동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중점 단속대상은 ▲인사 ▲건축 ▲부동산 ▲공사 ▲보건환경 ▲교통 ▲소방 ▲노동 ▲수사 ▲세무 ▲교육 ▲병무 ▲금융 ▲법조 ▲납품 ▲사이비언론 등 16개 분야. 예컨데 건축·공사분야에서는 건설기술용역·공공주택 건설 입찰비리및 하도급계약 운영실태, 교육분야에서는 학교설립·부교재채택·학교행사비 징수및 촌지등 교육부조리, 교통분야에서는 교통사고처리및 고발업무 처리 관련 비리 등이 주요 비리유형이다.

    사정당국은 우선 공무원들의 비리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각 부처에서 자체 감찰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하되 적극적인 업무수행에서 발생하는 잘못은 과감하게 관용을 베풀고 소극적 업무처리 자세는 가차없이 문책한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있다.

    금품수수비리는 사정당국이 직접 나서서 감찰활동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감사원은 중앙및 지방행정기관과 정부산하단체를, 국무조정실은 국세청, 경찰청, 관세청,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주로 맡고 있다. 현재 감사원의 특검반 100명과 상시감사반원들이 일선 중하위직 공무원들을 집중 감사하고 있으며 국무조정실의 암행감사반도 은밀히 활동중이다.





    몸사리는 공무원, 민원인들만 ‘골탕’ 부작용도

    사정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암행감찰은 연말까지 일단 마무리짓고 사정 차원의 단속은 시한이 없이 계속 진행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제도개선차원에서는 공무원들의 정년을 2년정도 앞당겨 복지부동하고 있는 고급 공무원들을 대폭 물갈이하고 그대신 공무원 인턴제도를 활용해 젊은 대졸생들을 수혈한다는 계획이다. 또 행정자치부를 중심으로 성과급제도입, 비리공직자 취업금지 등의 대책을 마련중이다.

    이와관련 정부는 지난 16일 국무조정실 김병호 심사평가조정관을 위원장으로, 청와대 감사원 행자부 법무부 등의 사정관계자와 학계 연구기관 민간단체 대표등 12명으로 부정방지대책 추진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일단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며 공무원 부패의 원인및 실태 등을 분석하고 각국의 예를 참고해 제도개혁을 포함한 종합적인 부패방지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처럼 공무원사회에 숙정바람이 불어닥치자 공무원들 사이에는 ‘태풍은 일단 피하고 보자’ 는 식의 복지부동(伏地不動)자세가 일부 확산기미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납작 엎드린채 금품수수는 안하는 대신 규정만을 철저히 따지는 바람에 민원인들만 골탕을 먹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방 공무원들은 중앙부처 동료들에게 “어디부터가 중·하위냐” 는 문의전화를 걸어오는 경우도 허다하다.(사정당국이 정해놓은 대강의 기준은 ‘5급, 지방자치단체 과장급 이하’ 이다)

    정부는 이때문에 비리척결을 위한 ‘채찍(사정)’ 과 복지부동·무사안일을 방지하기 위한 ‘당근’ 대책을 동시에 마련중이다.

    정부가 마련중인 복지부동대책은 파격적인 제도개혁으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자극을 주는 방안과 복지부동 자체를 처벌하는 방안 두가지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민간 전문가 영입, 기존관료 분발 계기로

    정부는 우선 1-3급 공무원들의 외부채용 비율을 확대하기로 하고 정부 실·국장 600명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200명정도를 개방형 직위(계약직)로 전환하기로 했다. 고위공직자의 상당비율을 민간출신 전문가들로 채워 기존의 관료들을 분발케 한다는 것이다. 또 3급(국장급) 이상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사실상 확정했다. 일하는 만큼 봉급을 준다는 개념이다. 이와함께 2급 이상 공무원들에 대한 신분보장 조항 철폐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부분은 공무원들과 일부 학계의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

    중하위직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점수제를 도입해 상여금중 상당부분을 성과급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일의 성과를 바로 수입과 연결짓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동 공무원 처벌 방안은 청와대 법무비서관실과 총리실, 검찰 등을 중심으로 마련중인데, 검찰은 앞으로 자기가 맡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공무원들에 대해 직무유기죄를 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감사원과 국무조정실 등 감독기관은 복지부동 공무원의 상급자도 연대책임과 감독책임을 물어 엄정하게 문책하도록 했다.

    깨끗한 공직사회, 건실한 국가를 만들려는 정부의 이같은 의지가 과연 어느정도 효과를 거둘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한가지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한 점은 집권초기 강도높은 사정으로 한때 90%이상의 국민 지지를 얻었다 몰락한 김영삼 전대통령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그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홍윤호·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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